
1. 대출 가능액보다 월 상환액을 먼저 봐야 합니다
얼마 전 지인이 신용대출 한도를 조회했다가 생각보다 큰 금액이 떠서 마음이 흔들렸다고 하더라고요. 3,000만 원까지 가능하다는 화면을 보면 괜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면 한도보다 무서운 건 매달 빠져나가는 상환액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2,000만 원을 연 6% 금리로 5년 동안 원리금균등 상환한다고 치면, 매달 대략 38만 원 안팎이 나갑니다. 38만 원은 숫자로 보면 감당할 만해 보여도, 실제 생활비에서는 꽤 큰 자리입니다. 통신비 2명분, 장보기 1주 반, 아이 학원비 일부가 한 번에 사라지는 금액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신용대출을 고민할 때 대출금 총액보다 월 상환액을 먼저 적습니다. 그리고 최근 3개월 가계부에서 그 금액이 어디서 나올 수 있는지 봅니다. 남는 돈이 50만 원인데 상환액이 38만 원이면 가능해 보이지만, 사실 여유는 12만 원밖에 없습니다. 병원비 한 번, 경조사 한 번이면 바로 흔들립니다.
2. 최근 3개월 고정비 비율을 계산해봅니다
신용대출은 소득이 있다고 다 괜찮은 게 아닙니다. 월급이 350만 원이어도 이미 고정비가 250만 원이면 숨 쉴 공간이 좁습니다. 반대로 월급이 280만 원이어도 고정비가 140만 원이면 선택지가 훨씬 많습니다.
제가 가계부에서 먼저 보는 건 고정비 비율입니다. 월세나 대출이자, 보험료, 통신비, 구독료, 교육비, 관리비처럼 매달 거의 같은 날짜에 빠지는 돈을 모두 더합니다. 이 금액이 세후 소득의 60%를 넘으면 신용대출 상환은 꽤 조심스럽게 봐야 합니다.
- 세후 소득 300만 원, 고정비 150만 원: 고정비 비율 50%
- 세후 소득 300만 원, 고정비 210만 원: 고정비 비율 70%
- 월 상환액 30만 원 추가 시 두 번째 가계는 생활비 압박이 바로 옵니다
사실 사람 마음은 대출받을 때보다 갚을 때 훨씬 약해집니다. 처음에는 외식 줄이고 쇼핑 줄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미 고정비가 높은 집은 줄일 수 있는 항목이 별로 없습니다. 줄일 돈이 없는 상태에서 상환액만 추가되면 카드값으로 버티게 되고, 그때부터 가계부가 꼬이기 시작합니다.
3. 신용대출 목적을 생활비인지, 일시 비용인지 나눠야 합니다
같은 신용대출이라도 목적에 따라 위험도가 다릅니다. 병원비, 이사비, 보증금 일부처럼 한 번 크게 나가고 끝나는 비용은 그래도 계산이 됩니다. 문제는 생활비 부족을 메우는 대출입니다. 이건 빨간불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매달 40만 원씩 부족해서 신용대출 500만 원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볼게요. 겉으로는 500만 원이 생겼으니 몇 달은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지출 구조가 그대로면 1년 안에 다시 같은 상황이 옵니다. 게다가 그때는 기존 대출 상환액까지 붙어 있습니다.
저는 가계부에 대출 목적을 적을 때 이렇게 구분합니다. ‘끝나는 비용’인지, ‘반복되는 부족분’인지. 끝나는 비용이면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부족분이면 대출보다 먼저 월 지출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생활비 대출은 대부분 두 번째 대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생활비 부족인지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
최근 6개월 중 카드값을 다음 달 월급으로 막은 달이 3번 이상이면 이미 현금흐름이 밀리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상태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면 해결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쪽에 가깝습니다. 시간을 산 만큼 지출 구조를 고치면 괜찮지만, 그냥 지나가면 이자만 남습니다.
4. 금리 1% 차이가 실제로 얼마인지 적어봅니다
신용대출 금리를 볼 때 5.8%, 6.8%는 별 차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대출금이 커지고 기간이 길어지면 느낌이 달라집니다. 2,000만 원을 빌렸을 때 금리 1% 차이는 1년에 단순 계산으로 20만 원입니다. 한 달로 나누면 약 1만 6천 원 정도죠.
1만 6천 원이면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돈은 아무 만족감 없이 빠져나갑니다.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니고, 장을 본 것도 아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닙니다. 그냥 조건 차이로 사라지는 돈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용대출을 비교할 때 월 상환액, 중도상환수수료, 금리 변동 가능성을 같이 적습니다. 특히 변동금리는 처음에는 낮아 보여도 나중에 월 상환액이 바뀔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나 은행연합회 안내에서도 대출 조건은 금리만 보지 말고 상환 방식과 수수료를 함께 확인하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가계에서는 이 세 가지가 한 묶음으로 부담이 됩니다.
- 금리: 매달 이자 부담을 결정합니다
- 상환 방식: 초반 부담과 전체 이자 규모에 영향을 줍니다
- 중도상환수수료: 빨리 갚을 때 비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5. 대출 후 6개월 예산표를 먼저 만들어봅니다
신용대출을 받기 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대출 후 6개월 예산표를 써보는 겁니다. 머릿속 계산은 늘 낙관적입니다. 그런데 표에 적으면 바로 보입니다. 월급 320만 원, 기존 고정비 170만 원, 생활비 100만 원, 신용대출 상환액 35만 원이면 남는 돈은 15만 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평균이 아니라 나쁜 달입니다. 명절, 자동차 보험, 재산세, 여행, 병원비, 겨울 난방비 같은 달은 평소보다 3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더 나갑니다. 가계부를 10년 넘게 쓰면서 느낀 건, 예외 지출은 예외가 아니라 거의 매달 이름만 바꿔서 온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대출 후 예산표에는 비상비 항목을 꼭 넣습니다. 최소 10만 원이라도 따로 떼어야 합니다. 상환액 때문에 비상비를 0원으로 만드는 건 위험합니다. 비상비가 없으면 작은 변수도 카드 할부가 되고, 카드 할부는 다음 달 생활비를 다시 줄입니다.
제가 쓰는 간단한 기준
대출 상환 후에도 매달 세후 소득의 5~10%를 남길 수 있으면 그나마 버틸 여지가 있습니다. 300만 원을 번다면 15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입니다. 이 금액이 전혀 남지 않는다면 대출금액을 줄이거나 기간을 조정하거나, 대출 자체를 잠시 미루는 쪽이 낫습니다.
신용대출은 빠른 해결책처럼 보여도 습관을 그대로 비춥니다
신용대출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살다 보면 당장 현금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이사, 가족 일, 병원비처럼 미룰 수 없는 비용도 있고요. 다만 신용대출은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돈이라기보다, 앞으로 받을 월급 일부를 미리 당겨 쓰는 일에 가깝습니다.
저는 대출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늘 한 달만 가계부 숫자를 다시 보라고 말합니다. 어디서 줄일 수 있는지 찾자는 뜻만은 아닙니다. 내가 매달 얼마까지는 무리 없이 갚을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자는 뜻입니다. 그 숫자를 알고 빌리는 것과 모르고 빌리는 것은 꽤 다릅니다.
잔고를 바꾸는 건 대단한 결심보다 매달 반복되는 구조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용대출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를 빌릴 수 있느냐보다, 빌린 뒤에도 내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지가 더 오래 남는 숫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