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운 날엔 반찬도 조리 순서가 중요합니다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오이무침을 같이 만들었는데, 같은 양념을 넣었는데도 한 분 것은 물이 흥건하고 한 분 것은 아삭하게 잘 버티더라고요. 차이는 대단한 비법이 아니었습니다. 소금을 먼저 뿌린 뒤 얼마나 기다렸는지, 양념을 언제 버무렸는지, 냉장고에 넣기 전 열기를 뺐는지였어요.
여름 밑반찬은 맛도 중요하지만 덜 쉬고, 냉장고에서 꺼냈을 때 물이 덜 생겨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름 반찬을 만들 때 생채류는 물 빼기, 볶음류는 수분 날리기, 조림류는 간을 조금 또렷하게 잡는 쪽으로 갑니다. 재료를 전부 갖추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이는 가지로, 꽈리고추는 풋고추로, 멸치는 견과류로 일부 바꿔도 됩니다.
1. 오이 양파 무침은 물부터 빼야 오래 갑니다
오이 2개, 양파 1/2개 기준으로 만들면 3~4끼 먹기 좋습니다. 오이는 0.5cm 두께로 어슷하게 썰고, 양파는 얇게 채 썹니다. 여기에 굵은소금 1작은술을 넣고 12분만 둡니다. 20분 넘기면 오이가 축 처질 수 있어요.
12분 뒤에는 물에 오래 헹구지 말고, 흐르는 물에 한 번만 가볍게 씻은 뒤 손으로 꼭 짭니다. 여기서 덜 짜면 양념을 아무리 잘해도 냉장고에서 물이 생깁니다. 제가 주방 초반에 제일 많이 놓친 부분도 이거였습니다. 간만 맞추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여름 생채는 물 조절이 먼저입니다.
- 양념: 고춧가루 1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 대체: 양파가 없으면 대파 흰 부분 10cm를 얇게 썰어 넣어도 됩니다.
- 보관: 바로 먹을 양만 참기름을 넣고, 남길 것은 참기름 없이 보관하면 향이 덜 무겁습니다.
2. 가지볶음은 센 불보다 중강불이 맞습니다
여름 밑반찬 추천할 때 가지볶음을 자주 넣는 이유는 가격도 괜찮고, 따뜻할 때보다 식었을 때 맛이 더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가지 2개는 길게 반 갈라 0.8cm 두께로 썹니다. 너무 얇으면 볶는 중에 껍질과 속이 따로 놀고, 너무 두꺼우면 간장이 겉에만 묻습니다.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중강불로 예열합니다. 가지를 넣고 2분 정도 먼저 볶아 수분을 날립니다. 그다음 진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다진 마늘 1/2작은술을 넣고 1분 30초 더 볶습니다. 간장을 처음부터 넣으면 가지가 간장을 빨리 빨아들여 짜고 질척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불을 끄고 참기름 1작은술, 깨 1작은술을 넣습니다. 매운맛이 필요하면 청양고추 1/2개를 송송 썰어 넣으면 되고, 아이 반찬이면 고추는 빼고 올리고당 1/2작은술만 더하면 됩니다. 가지가 너무 물러졌다면 접시에 넓게 펴서 식히세요. 깊은 그릇에 바로 담으면 남은 열로 더 무릅니다.
3. 꽈리고추 멸치볶음은 멸치를 먼저 말려야 비린내가 줄어요
꽈리고추 150g, 잔멸치 1컵이면 작은 반찬통 하나가 나옵니다. 꽈리고추는 꼭지를 떼고 큰 것은 반으로 자릅니다. 멸치는 기름 없이 마른 팬에서 약불로 2분 볶아 체에 털어둡니다. 이 과정을 빼면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뒤 비린내가 올라오기 쉽습니다.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꽈리고추를 중불에서 2분 볶습니다. 숨이 살짝 죽으면 멸치를 넣고 진간장 1큰술, 물 2큰술, 올리고당 1큰술을 넣습니다. 여기서 물 2큰술이 은근히 중요합니다. 물 없이 간장만 넣으면 양념이 팬 바닥에서 먼저 타고, 멸치가 딱딱해집니다.
- 덜 짜게: 멸치가 짠 편이면 간장을 2작은술로 줄입니다.
- 멸치 대체: 잔멸치가 없으면 볶은 아몬드 슬라이스 1/2컵을 넣어도 씹는 맛이 좋습니다.
- 보관 팁: 완전히 식힌 뒤 뚜껑을 닫아야 눅눅한 냄새가 덜 납니다.
4. 감자채볶음은 물에 담그는 시간이 맛을 가릅니다
감자채볶음은 쉬워 보이지만 팬에 붙거나 부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자 2개는 0.3cm 정도로 채 썰고 찬물에 8분 담급니다. 전분을 빼야 팬에 덜 달라붙습니다. 오래 담그면 감자 맛이 빠지니 10분 안쪽이면 충분합니다.
물기를 체에 밭친 뒤 키친타월로 한 번 눌러줍니다.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중불에서 감자를 펼쳐 넣습니다. 바로 뒤적이지 말고 40초 정도 두었다가 섞으면 덜 부서집니다. 소금은 처음부터 많이 넣지 말고 1/3작은술만 넣은 뒤, 마지막에 간을 봐서 조금 더합니다.
양파 1/4개나 당근 3cm를 채 썰어 넣으면 색이 예쁩니다. 햄을 넣고 싶다면 50g 정도만 넣으세요. 햄이 많으면 감자보다 햄 맛이 앞서고, 냉장 보관 뒤 기름 냄새가 올라올 수 있습니다. 다 볶은 뒤에는 넓은 접시에 펴서 식히면 감자끼리 덜 뭉칩니다.
여름 반찬 보관은 뜨거운 김을 빼는 것부터입니다
여름에는 반찬을 잘 만들어도 보관에서 맛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볶음이나 조림은 뜨거운 상태로 뚜껑을 닫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안쪽에 맺힌 물방울이 다시 반찬으로 떨어지면 맛이 싱거워지고 냄새도 빨리 납니다. 저는 보통 접시에 넓게 펼쳐 15~20분 식힌 뒤 반찬통에 담습니다.
생채류는 1~2일 안에 먹을 양만 만들고, 볶음류는 3일 정도를 기준으로 잡습니다. 젓가락은 꼭 깨끗한 것을 쓰는 게 좋습니다. 입에 닿은 젓가락이 반찬통에 들어가면 여름에는 맛이 훨씬 빨리 변합니다. 작은 통에 나눠 담아 한 통씩 꺼내는 것도 꽤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여름 밑반찬은 화려한 재료보다 기본을 지키는 쪽이 더 맛있습니다. 물을 빼야 할 것은 먼저 빼고, 볶을 것은 수분을 날리고, 양념은 타이밍을 늦춰 넣는 것. 이 세 가지만 잡아도 냉장고에서 꺼냈을 때 맛이 훨씬 덜 흔들립니다. 매일 새 반찬을 만들 수는 없으니, 저는 이런 반찬들이 식탁을 조용히 받쳐주는 게 참 좋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