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사기 물건을 경매장에서 직접 봤더니, 숫자는 이미 경고하고 있었다

아파트 전세사기 물건을 경매장에서 직접 봤더니, 숫자는 이미 경고하고 있었다

얼마 전 법원 경매 사건을 보다가 익숙한 패턴을 또 봤습니다. 서울 외곽 25평형 아파트, 감정가 5억 2천만 원, 전세보증금 4억 8천만 원. 등기부에는 근저당이 크지 않아 보였고, 중개 당시에는 “아파트라 안전하다”는 말이 붙었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사건기록을 넘겨보면 임차인은 보증금을 거의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아파트 전세사기는 빌라만큼 티가 안 날 뿐, 숫자가 무너지면 똑같이 위험합니다.

아파트라서 안전하다는 말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파트잖아요.” 초보 임차인도, 초보 투자자도 이 말에 마음이 풀립니다. 시세가 잘 잡히고 거래가 많고 대출도 잘 나오니까요. 맞는 말도 있습니다. 빌라보다 가격 비교가 쉽고, 단지 내 실거래가가 쌓여 있어서 이상한 금액을 잡아내기 좋습니다.

문제는 그 쉬운 비교를 안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동, 같은 평형이 최근 4억 9천만 원에 매매됐는데 전세가 4억 7천만 원이면 어떨까요. 겉으로는 전세가율 96%입니다. 집값이 5%만 빠져도 보증금이 매매가를 넘어갑니다. 여기에 취득세, 중개수수료, 이사비, 연체이자, 경매비용까지 붙으면 실제 회수 가능한 돈은 더 줄어듭니다.

제가 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80%를 넘으면 일단 멈춥니다. 85%를 넘으면 이유를 따집니다. 90%를 넘으면 보증보험이 된다고 해도 계약 구조를 다시 봅니다. 보증보험은 사고 이후의 방패이지, 위험한 계약을 좋은 계약으로 바꿔주는 마법이 아닙니다.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등기부등본을 보고 “근저당 없네요”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전세사기 사건에서 진짜 무서운 건 등기부 밖에 숨어 있는 변수입니다. 체납 세금, 선순위 임차인, 신탁, 가압류 예정, 매매 잔금과 전세 잔금을 맞물린 갭투자 구조 같은 것들입니다.

특히 아파트는 매매와 전세 계약이 같은 날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존 집주인에게서 새 집주인으로 넘어가면서, 새 집주인이 자기 돈 거의 없이 세입자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 자체가 전부 사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새 집주인의 자금력, 보유 주택 수, 세금 체납 여부, 대출 상환 능력을 모르면 세입자는 사실상 모르는 사람에게 수억 원을 빌려주는 셈입니다.

  • 계약 전 등기부등본은 당일 발급본으로 확인합니다.
  • 잔금일 아침에도 등기 변동이 있는지 다시 봅니다.
  • 임대인이 바뀌는 계약이면 기존 소유자와 새 소유자의 관계를 확인합니다.
  • 국세·지방세 완납 관련 서류 확인을 계약 조건에 넣습니다.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잔금 당일 바로 처리합니다.

이 다섯 가지가 귀찮아 보이지만, 경매장에서는 이걸 안 해서 몇천만 원씩 날린 사건을 계속 봅니다. 권리분석은 멋있는 단어가 아닙니다. 내 돈 빠져나갈 구멍을 막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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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보험 가능하다는 말도 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중개 현장에서 “보증보험 됩니다”라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옵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면 꼭 되묻습니다. “어느 기관 기준으로, 어떤 금액까지, 언제 신청 가능한가요?” 주택도시보증공사 기준으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수도권 7억 원 이하, 그 외 지역 5억 원 이하 같은 보증금 한도가 있고, 신청 시점도 계약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이라는 제한이 있습니다. 주택 유형, 선순위 채권, 전세가율, 임대인 상태에 따라 심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고는 이런 식으로 납니다. 계약 때는 된다고 들었는데 잔금 치르고 신청하니 보증 불가. 또는 일부 금액만 가능. 그 사이 임대인은 연락이 뜸해지고, 주변 실거래가는 내려갑니다. 4억 5천만 원 전세를 들어갔는데 보증 가입이 안 되고, 1년 뒤 같은 단지 매매 실거래가가 4억 2천만 원으로 찍히면 그때부터 잠이 안 옵니다.

그래서 저는 임차인 입장이라면 계약서 특약에 보증보험 관련 문구를 넣으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보증보험 가입이 임대인 귀책 사유나 목적물 하자로 불가능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지급금 전액을 반환한다는 식입니다. 문구는 상황마다 달라져야 하니, 큰돈이 걸렸다면 법률 전문가에게 계약서 문장을 확인받는 게 낫습니다. 몇십만 원 아끼려다 몇억 원을 위험에 놓는 건 계산이 안 맞습니다.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가 항상 이기는 게 아닙니다

전세사기 이야기를 하면 “대항력 있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대항력, 확정일자, 우선변제권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배당받을 돈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낙찰가가 낮으면 순위가 좋아도 전액 회수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 5억 원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4억 6천만 원이 들어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식어서 경매 낙찰가가 4억 1천만 원에 그치면, 비용과 선순위 권리를 빼고 남는 돈이 보증금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가 배당요구를 했는지, 대항력을 유지했는지, 임차권등기명령을 제대로 했는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집니다.

경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런 물건은 조심해야 합니다. 겉으로는 싸게 낙찰받는 것 같아도 인수해야 할 임차보증금이 있으면 실제 매입가는 확 올라갑니다. 낙찰가 3억 8천만 원에 인수보증금 7천만 원이면 이미 4억 5천만 원짜리 매입입니다. 거기에 명도비, 수리비, 취득세까지 더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초보 투자자가 전세사기 피해 물건을 수익형 물건으로 착각하면 두 번 사고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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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전 숫자 네 개만 제대로 봐도 많이 걸러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쓰는 방식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첫째, 최근 3개월 실거래가입니다. 호가 말고 실제 찍힌 거래를 봅니다. 둘째, 같은 단지 전세 실거래가입니다. 유독 높은 전세라면 왜 높은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등기부상 채권최고액입니다. 근저당은 실제 대출금보다 높게 잡히는 경우가 많지만, 보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넷째, 내 보증금과 선순위 채권을 합친 금액입니다.

간단히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매매 실거래가 5억 원, 근저당 채권최고액 1억 2천만 원, 전세보증금 3억 7천만 원이면 합계가 4억 9천만 원입니다. 얼핏 1천만 원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경매로 가면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낮아질 수 있고, 배당 비용도 빠집니다. 저는 이런 물건을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85%를 넘는지 봅니다.
  • 근저당과 보증금을 합쳐 매매가의 90%를 넘는지 계산합니다.
  • 임대인이 단기간에 여러 채를 매수했는지 확인합니다.
  • 잔금일 소유권 이전과 전세 잔금이 동시에 움직이는지 봅니다.
  • 보증보험은 말이 아니라 신청 가능 조건으로 확인합니다.

아파트 전세사기는 특별한 사기꾼 얼굴을 하고 오지 않습니다. 깨끗한 단지, 번듯한 중개사무소, 문제없어 보이는 등기부 뒤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경매장에 오래 있다 보니 겁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 겁은 나쁜 게 아닙니다. 전세 계약에서 필요한 건 배짱보다 확인입니다. 숫자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물건은 대개 나중에 더 불편한 사건으로 돌아옵니다.

아파트 전세사기 물건을 경매장에서 직접 봤더니, 숫자는 이미 경고하고 있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