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닷컴으로 구역 찍어보고 현장까지 돌아본 진짜 후기

재개발닷컴으로 구역 찍어보고 현장까지 돌아본 진짜 후기

지도에서 좋아 보이는 구역, 현장에서는 다르게 보입니다

얼마 전 후배 한 명이 재개발닷컴에서 본 구역이라며 물건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화면으로 보면 역도 가깝고, 구역 경계도 깔끔하고,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도 제법 올라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제일 먼저 물은 건 예상 수익률이 아니었습니다. 조합 단계가 어디까지 왔는지, 권리가액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 세입자는 있는지, 그리고 본인이 직접 골목을 걸어봤는지였습니다.

재개발 물건은 경매보다 더 느리게 돈이 묶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매는 낙찰받고 잔금 치르고 명도하면 일단 내 물건이 됩니다. 그런데 재개발은 내 지분을 샀다고 해서 바로 새 아파트가 손에 들어오는 구조가 아닙니다. 추진위원회,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 철거, 착공까지 단계가 길고, 중간에 소송이나 분담금 문제로 멈추기도 합니다.

재개발닷컴 같은 정보 서비스는 초보자가 구역을 훑어보기에 좋습니다. 예전에는 구청 고시문, 조합 사무실, 현장 중개업소를 따로 뛰어다녀야 했던 정보들이 한눈에 잡히는 편입니다. 다만 화면에 보이는 숫자를 그대로 투자 판단으로 가져오면 위험합니다. 저는 이런 사이트를 최종 판단 도구가 아니라, 현장에 나가기 전 후보지를 줄이는 필터로 씁니다.

재개발닷컴에서 먼저 보는 것들

제가 재개발닷컴을 볼 때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구역의 진행 단계입니다. 같은 재개발이라고 해도 추진위 단계와 관리처분인가 이후는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추진위 단계는 싸 보일 수 있지만 5년,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무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관리처분인가 이후 물건은 불확실성이 줄어든 대신 이미 가격에 기대감이 많이 반영돼 있습니다.

  • 구역 지정 여부와 현재 사업 단계
  •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시점
  • 대지지분과 건물 면적
  • 권리가액, 추정 분담금, 주변 입주권 거래 분위기
  • 인근 신축 아파트 실거래가와 전세가

초보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구역 안에 있는 집이면 다 입주권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실제로는 권리산정기준일, 무허가 건축물, 지분 쪼개기, 다물권자 문제, 조합 정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요건이 얽힙니다. 특히 아주 작은 지분이나 쪼개진 물건은 입주권이 안 나오거나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한 줄을 놓치면 싸게 산 게 아니라 비싼 수업료를 낸 겁니다.

저는 재개발닷컴에서 구역을 본 뒤 바로 가격 계산을 하지 않습니다. 먼저 '이 물건이 입주권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부터 봅니다. 그 다음이 감정가, 시세, 프리미엄, 추가분담금입니다. 순서가 바뀌면 판단이 흔들립니다.

광고

실제 계산은 생각보다 냉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 3억 원짜리 노후 빌라가 경매에 나왔고, 재개발 구역 안 물건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낙찰가가 3억 4천만 원, 취득세와 법무비용 등 부대비용이 1천5백만 원, 명도비가 5백만 원 들어간다면 이미 총 투입금은 3억 6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나중에 분담금이 2억 원 나온다면 총 원가는 5억 6천만 원이 됩니다.

근데 주변 신축 25평이 6억 2천만 원에 거래된다고 해서 6천만 원 남는다고 단순 계산하면 안 됩니다. 보유 기간 동안 이자, 재산세, 종부세 가능성, 사업 지연 리스크, 전세 세팅 가능 여부, 대출 규제까지 봐야 합니다. 5년 묶이는 돈과 1년 묶이는 돈은 같은 수익률로 보면 안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많이 본 실패는 '남들도 산다더라'에 올라탄 경우였습니다. 조합 총회 분위기는 뜨거운데 막상 감정평가가 낮게 나오거나, 예상보다 분담금이 커지면 그때부터 매수자가 사라집니다. 재개발은 분위기가 좋을 때는 다들 장밋빛 숫자를 말합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사람은 뜨거운 말보다 차가운 계산서를 먼저 봅니다.

제 계산 방식은 단순합니다

저는 종이에 네 줄을 씁니다. 매입 총액, 예상 분담금, 보유 비용, 보수적으로 본 완성 후 가치입니다. 여기서 수익이 애매하면 안 들어갑니다. 재개발은 시간이 무기인 동시에 적입니다. 1억 벌 것 같아도 8년 걸리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반대로 3천만 원 차익처럼 보여도 1년 반 안에 빠져나올 수 있으면 괜찮은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재개발닷컴만 보고 입찰하면 놓치는 것

재개발닷컴에서 구역 정보를 봤다면 그 다음은 반드시 등기부,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맞춰봐야 합니다. 경매 물건이면 법원 서류가 기본입니다. 구역 정보가 좋아도 권리관계가 더러우면 초보자는 손대지 않는 게 낫습니다.

특히 임차인 문제가 중요합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고 배당으로 전액 변제되지 않으면 낙찰자가 인수할 수 있습니다. 재개발 물건이라고 해서 명도가 쉬운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조합, 세입자, 기존 소유자, 이주비 대출이 얽히면 일반 빌라보다 말이 더 많아집니다.

현장도 꼭 봐야 합니다. 지도에서는 역세권인데 실제로 가보면 언덕이 심하거나, 도로가 좁거나, 상권 흐름이 끊겨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반대로 화면에서는 별로인데 현장에 가보면 초등학교, 시장, 버스 동선이 좋아서 실수요가 붙는 구역도 있습니다. 저는 최소한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은 갑니다. 비 오는 날 가면 배수와 경사도도 보입니다.

  • 조합 사무실 분위기가 지나치게 공격적인지
  • 현장 중개업소 말이 서로 맞는지
  • 실제 거래 가능한 매물이 있는지
  • 세입자 비중과 공가 비율이 어떤지
  • 도로, 언덕, 학교, 상권 동선이 체감상 괜찮은지
광고

초보자가 특히 피해야 할 물건

제가 초보자에게 말리는 물건이 있습니다. 첫째,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쪼개진 지분입니다. 둘째, 입주권 여부를 조합도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 물건입니다. 셋째, 경매 서류에 인수 권리가 있는데 싸다는 이유로 덤비는 물건입니다. 넷째, 분담금 추정이 너무 낙관적인 물건입니다.

재개발 물건은 싸게 사는 것보다 잘못 사지 않는 게 먼저입니다. 초보 때는 수익보다 생존이 중요합니다. 10번 중 9번을 참고 1번만 들어가도 됩니다. 남들이 빨리 움직인다고 조급해질 필요 없습니다. 경매장에서도 그렇지만, 재개발 투자에서도 돈은 입찰 버튼 누를 때 버는 게 아니라 안 들어가야 할 물건을 걸러낼 때 지켜집니다.

재개발닷컴은 분명 유용합니다. 구역 흐름을 잡고, 후보지를 비교하고, 현장 가기 전 감을 잡는 데 꽤 쓸 만합니다. 다만 화면에서 보이는 구역명 하나에 너무 많은 기대를 얹으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저는 여전히 마지막 판단은 발로 합니다. 골목을 걸어보고, 서류를 대조하고, 숫자를 보수적으로 눌러본 뒤에도 남는 물건이면 그때 입찰장을 갑니다. 재개발 투자는 남보다 빨리 아는 싸움이 아니라, 남보다 덜 착각하는 싸움에 가깝습니다.

재개발닷컴으로 구역 찍어보고 현장까지 돌아본 진짜 후기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