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연장 직접 챙겨봤더니, 진짜 돈 걸리는 건 서류 한 장이었다

전세계약연장 직접 챙겨봤더니, 진짜 돈 걸리는 건 서류 한 장이었다

얼마 전 경매 물건을 보러 갔다가 임차인 면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보증금 3억 2천만 원짜리 전세였고, 계약은 한 번 연장된 상태였습니다. 임차인은 “집주인이 문자로 연장된다고 했으니 문제없다”고 했는데, 등기부를 다시 보니 그 사이 근저당이 하나 더 들어와 있더군요. 이런 장면을 현장에서 자주 봅니다. 전세계약연장은 그냥 2년 더 사는 일이 아닙니다. 내 보증금 순서와 회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는 일입니다.


전세계약연장, 말로 끝내면 제일 찝찝합니다


전세를 연장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 기존 조건 그대로 가는 묵시적 갱신. 둘째,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쓰는 연장. 셋째, 보증금이나 기간을 다시 정해서 새로 합의하는 재계약입니다. 셋 다 비슷해 보여도 돈 문제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 의사를 제대로 통지하지 않으면, 기존 조건과 같은 내용으로 갱신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2020년 12월 10일 전 계약처럼 예외가 섞이는 경우도 있으니, 오래된 계약은 날짜를 먼저 봐야 합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1회 행사할 수 있고, 행사하면 2년 더 거주하는 구조입니다. 이때 임대료 증액은 보통 5% 상한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문제 되는 건 “갱신권을 쓴 건지, 그냥 합의 연장인지”가 애매한 경우입니다. 나중에 집주인이 “그때 갱신권 쓴 거 아니냐”고 하고, 세입자는 “아니, 그냥 연장한 거다”라고 하면 서로 피곤해집니다.


보증금 올려줄 때는 순위가 갈립니다


제가 초보자에게 제일 세게 말하는 부분이 이겁니다. 전세보증금이 2억에서 2억 5천만 원으로 올랐다고 해보죠. 기존 2억은 처음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따집니다. 그런데 새로 올려준 5천만 원은 증액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그 증액분의 순위가 생깁니다.


문제는 그 사이 등기부에 근저당, 가압류, 압류 같은 권리가 들어와 있으면 증액분 5천만 원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경매 사건을 보다 보면 기존 보증금은 어느 정도 방어되는데, 증액분이 후순위로 밀려 회수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있습니다. 세입자는 “나는 같은 집에 계속 살았는데 왜 순위가 달라지냐”고 억울해하지만, 돈의 흐름과 날짜는 냉정합니다.


  • 연장 전 등기부등본을 다시 확인합니다.
  • 증액이 있으면 새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습니다.
  • 전입신고가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 집주인 명의가 바뀌었는지 봅니다.
  •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을 합쳐 시세 대비 비율을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시세 5억 원짜리 아파트에 근저당 채권최고액 2억 4천만 원, 전세보증금 2억 5천만 원이면 합계가 4억 9천만 원입니다. 숫자만 보면 꽉 찼습니다. 여기에 경매 비용, 유찰 가능성, 체납 세금 변수를 넣으면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집은 보증금 2천만 원 올려주는 것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광고

계약서 다시 쓰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전세계약연장 때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가서 새 계약서를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새 계약서 문구가 기존 권리를 흐리게 만들면 곤란합니다. “기존 임대차계약의 연장 계약”인지, 완전히 새로운 계약처럼 보이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권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기존 계약서를 버리지 말고, 특약에 기존 계약의 연장이라는 취지를 분명히 적습니다. 보증금 증액이 있다면 기존 보증금과 증액분을 나눠 적는 게 좋습니다. 예컨대 기존 보증금 2억 원, 증액 보증금 3천만 원, 총 보증금 2억 3천만 원처럼 숫자를 분리해 두면 나중에 권리관계를 설명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특약에는 임대차 기간, 보증금 총액, 증액분 지급일, 기존 전입신고와 점유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내용, 확정일자 재부여 예정 등을 담는 식이 실무적으로 깔끔합니다. 문장이 길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제3자가 봐도 “아, 기존 전세를 이어간 거구나” 하고 알 수 있으면 됩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말하면 감정 빼고 증거를 봅니다


전세계약연장에서 자주 부딪히는 게 집주인의 실거주 주장입니다. 법에서는 임대인 본인이나 직계존비속의 실제 거주 필요가 있으면 갱신 거절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 말이 협상 카드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내가 들어가 살 거다”라고 했다가, 세입자가 나가자마자 더 높은 전세로 내놓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럴 때 감정적으로 싸우면 기록이 흐려집니다. 문자, 카카오톡, 내용증명처럼 날짜가 남는 방식으로 의사를 주고받는 게 낫습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다”는 표현을 분명히 남겨야 합니다. 그냥 “더 살고 싶습니다” 정도로 보내면 나중에 해석 싸움이 생깁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다면, 이후 실제로 누가 거주했는지도 관심 있게 봐야 합니다. 허위 실거주가 문제 되는 경우 손해배상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사정이 똑같지는 않습니다. 수리, 가족 사정, 매매 진행 등 변수가 있으니, 이 단계에서는 법률 상담을 같이 받아보는 게 비용 대비 낫습니다.


광고

전세계약연장 전에 제가 보는 순서


저는 낙찰 물건을 볼 때도, 지인 전세계약연장을 봐줄 때도 순서를 거의 안 바꿉니다. 먼저 등기부 갑구와 을구를 봅니다. 소유권 이전, 가압류, 압류, 가처분, 근저당 설정일을 확인합니다. 그다음 건축물대장과 실제 주소가 맞는지 봅니다. 다가구주택이면 호수 표시가 특히 중요합니다. 전입한 주소와 계약서 주소가 어긋나면 보증금 방어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그다음 시세를 봅니다. 부동산 플랫폼 호가만 믿지 않습니다. 최근 실거래가, 같은 동 같은 면적의 전세 흐름, 주변 매물 체류 기간을 같이 봅니다. 호가는 5억인데 실제 거래는 4억 5천만 원 선에서 멈춰 있다면, 보수적으로 4억 5천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 집값 대비 선순위 채권과 보증금 합계가 과하지 않은지 봅니다.
  • 임대인의 세금 체납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봅니다.
  •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 증액분 입금 전 새 권리 설정이 없는지 다시 등기부를 뽑습니다.
  • 계약 체결 또는 변경 신고 대상인지 주민센터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기준으로 확인합니다.

솔직히 귀찮습니다. 그런데 이 귀찮은 절차를 건너뛰면 나중에 몇천만 원짜리 문제가 됩니다. 경매 법정에서 만나는 임차인들 중 상당수는 나쁜 의도가 있어서 당한 게 아닙니다. “전에도 괜찮았으니까”, “집주인이 좋은 사람 같아서”, “중개사가 문제없다고 해서” 그냥 지나간 겁니다.


전세계약연장은 친한 집주인과 사이좋게 악수하는 행사가 아닙니다. 내 보증금이 아직 안전한지 다시 심사하는 날에 가깝습니다. 저는 보증금을 올려주는 계약이라면 최소한 등기부, 확정일자, 시세, 보증보험 네 가지는 직접 확인합니다. 이 네 가지를 보고도 찜찜하면 욕심을 줄이는 쪽을 택합니다. 전세에서 제일 무서운 손실은 수익을 못 낸 손실이 아니라, 내 원금을 제때 못 돌려받는 손실입니다.

전세계약연장 직접 챙겨봤더니, 진짜 돈 걸리는 건 서류 한 장이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