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맛이 들쭉날쭉할 때 바로 잡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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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맛이 들쭉날쭉할 때 바로 잡는 방법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된장찌개를 같이 끓였는데, 같은 된장에 같은 채소를 넣었는데도 한 냄비는 깊고 한 냄비는 밍밍하더라고요. 재료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물을 150ml 더 넣었고, 감자를 넣는 순서가 조금 늦었고, 마지막에 불을 오래 세게 둔 차이였어요. 집밥이 어려운 이유는 대단한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런 작은 순서들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방에서 14년 일하면서 레시피보다 냄비 안 상태를 더 많이 봤습니다. 집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화구 세기도 다르고 냄비 두께도 다르고, 같은 ‘중불’이라고 써도 실제로는 집마다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집밥은 메뉴를 많이 아는 것보다 물 양, 불 조절, 넣는 순서를 잡는 게 먼저입니다.

집밥은 메뉴보다 기준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집밥을 잘하려면 처음부터 반찬을 5가지 만들 생각을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밥, 국이나 찌개 하나, 단백질 반찬 하나, 김치나 장아찌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구성만 안정되면 냉장고 사정에 맞춰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돼지고기 앞다리살 300g이 있으면 제육볶음도 되고, 김치찌개도 되고, 간장조림도 됩니다. 양파가 없으면 대파를 1대 넉넉히 넣고, 대파도 없으면 다진 마늘을 1큰술에서 1과 1/2큰술로 늘려 향을 보태면 됩니다. 애호박이 없다고 된장찌개를 포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감자 1개, 양파 1/2개, 두부 1/2모만 있어도 충분히 집밥다운 맛이 납니다.

대신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2인분 국물 요리는 물 600~700ml, 찌개는 400~500ml로 시작하면 실패가 적습니다. 볶음은 양념을 한 번에 다 붓지 말고 70%만 먼저 넣습니다. 싱거운 건 고칠 수 있지만 짠 건 수습이 번거롭습니다. 주방에서도 양념은 늘 조금 남겨두고 봅니다.

불 조절은 센불, 중불, 약불보다 상태로 봅니다

레시피에 중불이라고 쓰면 많은 분들이 가스레인지 손잡이 가운데쯤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얇은 프라이팬에서는 그게 센불처럼 작동하고, 두꺼운 냄비에서는 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 때 불 이름보다 소리와 거품을 보라고 말합니다.

  • 볶음 시작은 재료가 팬에 닿자마자 치익 소리가 나야 합니다.
  • 찌개는 가장자리에 작은 기포가 계속 올라오면 중불로 보면 됩니다.
  • 조림은 국물이 크게 출렁이면 세고, 조용히 보글거리면 적당합니다.
  • 계란찜은 표면이 흔들릴 정도의 약한 김이 올라와야 부드럽습니다.

제육볶음을 예로 들면 팬을 먼저 1분 정도 달군 뒤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고기를 펼쳐 넣습니다. 바로 양념을 붓지 말고 고기 겉면이 하얗게 변할 때까지 2분 정도 볶아야 잡내가 덜합니다. 그다음 양념을 넣고 중불로 낮춰 3~4분 볶습니다. 처음부터 양념을 넣고 약한 불에 오래 두면 고기에서 물이 빠져 양념탕처럼 됩니다.

찌개는 반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센불이면 된장 향은 날아가고 두부는 거칠어집니다. 물 500ml에 멸치육수나 쌀뜨물을 넣고 감자처럼 단단한 재료를 먼저 5분 끓입니다. 된장은 그다음 풀어도 늦지 않습니다. 된장을 오래 끓여야 맛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집 된장처럼 향이 강한 것은 오래 끓이면 텁텁해질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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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양은 한 번에 맞추지 말고 줄어들 양까지 계산합니다

집밥에서 제일 흔한 실수가 물을 넉넉히 잡는 겁니다. 냄비가 탈까 봐, 국물이 부족할까 봐 물을 더 넣게 되는데 그러면 맛이 흐려집니다. 특히 김치찌개, 된장찌개, 어묵탕은 처음 물이 많으면 나중에 간을 세게 해도 깊은 맛이 잘 안 납니다.

김치찌개 2인분은 김치 250g, 돼지고기 150g, 물 500ml로 시작하면 좋습니다. 김치가 아주 시면 설탕 1작은술을 넣고, 김치가 덜 익었으면 식초를 넣기보다 김칫국물 3큰술을 보태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끓이면서 물이 80~100ml 정도 줄어드는 걸 감안하면 처음부터 700ml를 붓지 않는 게 좋아요.

국은 조금 다릅니다. 미역국 2인분은 불린 미역 한 줌, 소고기 100g, 물 800ml 정도가 편합니다. 처음 600ml로 진하게 끓이고 마지막에 200ml를 보태 간을 맞추면 맛이 더 안정됩니다. 이 방법은 주방에서도 자주 씁니다. 처음부터 큰 물에 재료 맛을 흩어놓기보다, 먼저 진하게 우려내고 나중에 농도를 맞추는 방식입니다.

이미 물을 많이 넣었다면 센불로 오래 졸이는 것만 답은 아닙니다. 된장찌개가 묽어졌다면 된장 1/2큰술을 바로 더 넣기보다 두부를 으깨 2큰술 정도 넣어보세요. 국물이 붙습니다. 김치찌개가 밍밍하면 참치액이나 국간장 1작은술을 넣고 3분만 더 끓입니다. 간장을 많이 넣으면 색과 향이 무거워지니 조금씩 가는 게 낫습니다.

순서가 맛을 바꿉니다

같은 재료라도 순서가 바뀌면 맛이 달라집니다. 볶음밥을 할 때 밥, 간장, 채소를 한꺼번에 넣으면 밥이 질어집니다. 팬에 기름 1큰술, 대파 1/2대를 먼저 볶아 향을 내고, 단단한 채소를 넣고, 밥을 넣고 풀어준 뒤 간장은 팬 가장자리로 1작은술 둘러 살짝 태우듯 넣는 게 좋습니다. 이 10초 차이가 집밥 냄새를 바꿉니다.

나물도 순서가 있습니다. 시금치는 끓는 물 1리터에 소금 1작은술을 넣고 30초에서 40초만 데칩니다.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너무 꽉 짜면 질겨지고, 덜 짜면 양념이 겉돕니다. 손으로 쥐었을 때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양념은 국간장 1작은술, 다진 마늘 1/3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부터 시작합니다.

저도 처음 주방에 들어갔을 때 멸치볶음을 자주 망쳤습니다. 멸치를 바삭하게 만들겠다고 처음부터 양념장을 넣고 오래 볶았거든요. 그러면 설탕이나 물엿이 먼저 타서 쓴맛이 납니다. 멸치는 마른 팬에 2분 볶아 비린내를 날리고 덜어둡니다. 양념장은 불을 약하게 줄인 뒤 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올리고당 1큰술을 끓이다가 멸치를 다시 넣고 30초만 섞습니다. 마지막 참기름은 불 끄고 넣어야 향이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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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집밥을 이어가는 법

집밥은 매일 새 재료를 사서 만드는 음식이 아닙니다. 남은 재료를 다음 끼니로 자연스럽게 넘기는 게 오래 갑니다. 어제 데친 콩나물이 남았다면 오늘은 콩나물국으로 가고, 내일은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더해 비빔밥 재료로 쓰면 됩니다. 돼지고기 볶음이 남으면 잘게 잘라 김치볶음밥에 넣고, 국물이 많은 찌개가 남으면 밥을 넣어 죽처럼 끓여도 됩니다.

간이 세게 된 반찬은 물로 씻기보다 부재료를 넣어 풀어주는 게 낫습니다. 제육볶음이 짜면 양배추 2줌이나 숙주 1봉을 넣고 센불에 2분 볶습니다. 멸치볶음이 달면 견과류 한 줌을 넣고 약불에 섞으면 균형이 맞습니다. 된장국이 짜면 물만 붓지 말고 감자나 두부처럼 맛을 받아줄 재료를 넣어 5분 더 끓입니다.

집밥을 편하게 하려면 냉장고에 늘 있어야 하는 재료를 6가지 정도로 줄여도 됩니다. 달걀, 두부, 대파, 양파, 김치, 냉동 고기 조금이면 일주일 식탁이 꽤 돌아갑니다. 여기에 국간장, 진간장, 된장, 고추장, 참기름만 안정적으로 갖춰두면 메뉴가 막히는 날이 줄어듭니다.

맛있는 집밥은 화려한 상차림보다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맛에 가깝습니다. 불이 너무 세면 한 박자 낮추고, 물은 조금 덜 붓고, 양념은 남겨두고 시작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레시피가 훨씬 내 편이 됩니다. 저도 아직 냄비 앞에서는 숟가락으로 간을 보고 불을 줄였다 올렸다 합니다. 집밥은 그렇게 손에 익는 음식이라서, 완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어질 수 있습니다.

집밥 맛이 들쭉날쭉할 때 바로 잡는 방법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