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동생이 “대학 안 가고 바로 취업하면 많이 불리해?”라고 물어봤는데, 솔직히 바로 대답이 안 나왔다. 주변에서는 고졸취업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첫 직장이 너무 중요하니 무조건 더 배워야 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말로만 판단하지 말고 실제 채용공고를 쭉 훑어봤다. 제조, 사무보조, 물류, 공공기관 고졸 채용, 은행·공기업 채용형 인턴까지 섞어서 50개 정도를 비교해봤다.
생각보다 “고졸이라서 아무 데나 들어가야 한다”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만 선택지가 뚜렷하게 갈렸다.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길, 자격증으로 승부 보는 길, 공공기관처럼 시험 준비가 필요한 길이 꽤 다르게 움직였다. 막연히 ‘취업’ 하나로 묶으면 오히려 판단이 흐려졌다.
고졸취업 공고에서 제일 먼저 갈리는 조건
채용공고를 보다 보니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학력이 아니라 근무 형태였다.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채용형 인턴인지, 파견인지에 따라 체감이 완전히 달랐다. 월급 숫자만 보면 비슷해 보여도 1년 뒤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230만 원이라고 적힌 공고가 두 개 있어도 하나는 상여금 별도에 정규직이고, 다른 하나는 6개월 계약직에 연장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겉으로는 둘 다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정감이 다르다. 특히 첫 직장에서는 경력으로 인정되는 업무인지도 중요했다. 단순 포장, 상하차, 전화 응대만 반복되는 일도 있고, 재고관리·전산입력·거래처 대응처럼 다음 이직 때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먼저 확인
- 수습기간 급여가 따로 낮아지는지 체크
- 업무가 경력으로 설명 가능한지 보기
- 교대근무 여부와 야간수당 포함 여부 확인
근데 채용공고에는 좋은 말이 많다. “배우면서 성장 가능”이라는 문구만 보고 들어가면 실제로는 인수인계 없이 바로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면접에서 “하루 업무 흐름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어보면 꽤 많은 게 드러난다.
자격증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었다
고졸취업을 검색하면 자격증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전산회계, 컴퓨터활용능력, 지게차운전기능사, 전기기능사, 산업안전 관련 자격증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공고를 보다 보니 자격증은 많이 쌓는 것보다 방향이 맞는 게 더 중요했다.
사무 쪽이면 컴퓨터활용능력, 전산회계, ITQ 같은 자격증이 눈에 자주 보였다. 생산·설비 쪽은 전기기능사, 기계 관련 기능사, 지게차 자격이 실무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류는 지게차 하나가 생각보다 강했다. 물론 자격증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이 일을 하려고 준비했다”는 신호로는 꽤 분명했다.
내가 봤을 때 제일 애매한 건 분야가 섞인 자격증 모으기였다. 사무직을 원한다면서 지게차, 바리스타, 전산회계, 미용 자격증을 한 줄에 다 넣으면 성실해 보일 수는 있어도 방향이 흐려 보였다. 차라리 지원 직무에 맞는 2개를 앞에 두고, 나머지는 필요할 때만 쓰는 편이 나아 보였다.
공고에서 자주 보인 조합
- 사무·회계: 컴퓨터활용능력, 전산회계, 엑셀 실무 경험
- 생산·설비: 전기기능사, 기계 관련 기능사, 안전교육 이수
- 물류·창고: 지게차운전기능사, 재고관리 경험
- 공공기관: NCS 준비, 직업기초능력, 한국사 가산점 여부
대학 대신 취업을 고를 때 돈 계산은 현실적으로 해야 했다
고졸취업의 장점은 분명하다. 남들보다 빨리 돈을 벌고 경력을 시작할 수 있다. 20살에 월 220만 원을 받는다고 단순 계산하면 1년에 세전 2,640만 원이다. 2년이면 5,280만 원이다.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꽤 큰 차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있다. 첫 월급이 끝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인지, 연봉 인상이 있는지, 사내 교육이나 자격증 지원이 있는지 봐야 한다. 처음엔 220만 원이라도 3년 뒤에도 비슷하면 답답해질 수 있다. 반대로 시작은 낮아도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추가해서 2~3년 뒤 이직 카드가 생기는 직무도 있다.
솔직히 “대학 안 가면 손해냐”보다 더 현실적인 질문은 “지금 들어가는 일이 2년 뒤 나를 어디로 보내줄 수 있냐”였다. 단순히 첫 월급만 비교하면 바로 취업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업무가 쌓이는 방식까지 봐야 덜 흔들린다.
면접에서 고졸이라는 점을 어떻게 말할지
면접에서 학력 이야기가 나올까 봐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고졸이라는 사실 자체를 길게 변명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왜 바로 일하려고 했는지, 어떤 준비를 했는지, 회사에서 어떤 식으로 배우고 싶은지를 짧게 말하는 게 더 낫다.
예를 들면 “대학 진학보다 실무를 먼저 경험하고 싶어서 취업을 준비했고, 사무직에 필요한 엑셀과 전산회계를 공부했습니다” 정도면 충분히 자연스럽다. 생산직이라면 “설비 쪽으로 경력을 쌓고 싶어서 전기기능사를 준비했고, 교대근무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알아봤습니다”처럼 말할 수 있다. 거창하게 꾸미는 것보다 실제 준비한 내용을 말하는 쪽이 설득력이 있었다.
면접에서 확인하면 좋은 질문도 있다. 신입 교육 기간이 있는지, 수습 후 평가 기준이 뭔지, 같은 직무에서 오래 일한 직원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질문을 한다고 건방져 보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오래 일할 생각이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직접 공고를 보며 느낀 현실적인 선택 기준
고졸취업은 무조건 빠른 길도 아니고, 무조건 불리한 길도 아니었다. 다만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가면 선택지가 좁아지기 쉽다. 반대로 직무를 정하고 필요한 자격증과 경험을 맞추면 꽤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내가 다시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첫째, 월급보다 고용 형태를 먼저 보자. 둘째, 자격증은 직무에 맞게 1~2개부터 준비하자. 셋째, 첫 직장에서 배운 일을 다음 회사에 설명할 수 있는지 생각하자. 넷째,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고졸 채용은 공고 시기와 시험 준비가 따로 필요하니 시간을 길게 잡자.
가장 아쉬운 선택은 “일단 아무 데나”였다. 물론 상황이 급하면 당장 일해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공고를 10개만 비교해도 보이는 차이가 있다. 같은 고졸취업이라도 어떤 곳은 몸만 쓰고 끝나고, 어떤 곳은 기술이나 실무가 남는다. 그 차이를 알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첫 직장의 무게가 조금은 달라진다.
나는 고졸취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대학을 가라거나 가지 말라고 단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대신 바로 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빨리 취업’보다 ‘설명 가능한 경력 만들기’를 기준으로 보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첫 시작이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다음 선택지를 막아버리는 시작은 피하는 게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