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지리멸치볶음을 같이 만들면 의외로 질문이 많이 나옵니다. 재료는 단순한데 집에 가서 해보면 멸치가 딱딱해지거나, 식으면 한 덩어리로 붙거나, 비린내가 남는다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주방 초반에는 멸치를 오래 볶아야 고소해지는 줄 알고 센 불에 바짝 볶았다가, 반찬통 안에서 과자처럼 굳힌 적이 있습니다. 지리멸치볶음 레시피는 양념보다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특히 마른 팬에 덖는 시간, 불을 끄고 단맛 재료를 넣는 타이밍, 마지막에 펼쳐 식히는 과정이 맛을 갈라요.
재료는 적게 잡아야 볶기 쉽습니다
지리멸치는 아주 잔 멸치라 한 번에 많이 볶으면 팬 바닥에 닿는 면이 고르지 않습니다. 집에서는 100g 정도가 가장 다루기 좋아요. 150g을 넘기면 중간중간 뒤섞어도 어떤 멸치는 타고 어떤 멸치는 눅눅합니다. 반찬가게처럼 큰 팬이 아니라면 욕심내지 않는 게 낫습니다.
- 지리멸치 100g
- 식용유 1큰술
- 다진 마늘 1작은술, 선택
- 진간장 1작은술
- 맛술 1큰술
- 설탕 1작은술
- 올리고당 또는 물엿 1큰술
- 참기름 1작은술
- 통깨 1큰술
- 견과류 2큰술, 선택
간장은 많이 넣지 않습니다. 지리멸치는 자체 짠맛이 있어서 간장 1작은술만 들어가도 색과 향이 충분히 납니다. 멸치가 유난히 짜면 간장은 빼고 맛술과 올리고당만으로 볶아도 괜찮습니다. 반대로 싱거운 멸치라면 간장을 1작은술 반까지 늘릴 수 있는데, 처음부터 넣지 말고 마지막에 맛을 보고 보태는 편이 안전합니다.
비린내는 물에 씻는 게 아니라 마른 팬에서 날립니다
지리멸치를 물에 씻으면 짠맛은 조금 빠질 수 있지만 잔멸치가 금방 물을 먹습니다. 그러면 볶는 시간이 길어지고, 식었을 때 질기거나 뭉치기 쉬워요. 먼지나 부스러기가 걱정되면 체에 담아 가볍게 흔들어 잔가루를 털어내면 됩니다. 냄새가 강한 멸치라면 마른 팬에 먼저 덖는 방식이 훨씬 낫습니다.
팬을 중약불로 예열한 뒤 지리멸치 100g을 넣고 2분에서 3분 정도만 덖습니다. 이때 기름을 넣지 않습니다. 젓가락이나 주걱으로 계속 뒤적이면 수분과 잡내가 빠지고 멸치가 가볍게 바삭해져요. 색이 노릇하게 변할 때까지 볶으면 이미 늦은 겁니다. 잔멸치는 크기가 작아서 열을 빨리 먹습니다. 손으로 만졌을 때 축축한 느낌이 사라지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덖은 멸치는 잠깐 접시에 빼둡니다. 이 한 번의 이동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데, 양념을 팬에서 끓일 때 멸치가 같이 있으면 간장과 당분이 멸치 표면에 바로 눌어붙습니다. 그래서 색은 진해지는데 맛은 거칠어지고, 식으면 딱딱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양념은 약불에서 짧게, 물엿은 불 끄고 넣습니다
같은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약불로 낮춥니다. 다진 마늘을 넣는다면 1작은술만 넣고 20초 정도 볶습니다. 마늘이 갈색으로 변하면 쓴맛이 나니 향만 살짝 내는 정도가 좋아요. 아이 반찬으로 만들거나 깔끔한 맛을 원하면 마늘은 빼도 됩니다.
여기에 맛술 1큰술, 진간장 1작은술, 설탕 1작은술을 넣고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올라올 때까지만 끓입니다. 시간으로는 20초에서 30초면 됩니다. 양념을 오래 졸이면 지리멸치볶음이 윤기는 나지만 금방 굳습니다. 특히 설탕과 물엿을 같이 오래 가열하면 식었을 때 서로 붙는 힘이 강해져요.
양념이 끓으면 불을 끄고 덖어둔 멸치를 넣습니다. 팬의 남은 열로 골고루 버무리는 느낌입니다. 이때 올리고당이나 물엿 1큰술을 넣고 섞습니다. 물엿을 불 위에서 끓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맛 재료는 윤기와 촉촉함을 주는 역할을 해야지, 팬에서 조청처럼 졸아들면 멸치를 코팅해서 딱딱하게 만듭니다.
견과류를 넣고 싶다면 멸치와 함께 넣어도 됩니다. 다만 호두처럼 큰 견과는 잘게 부수고, 아몬드 슬라이스는 마지막에 넣는 게 덜 부서집니다. 견과류가 눅눅한 상태라면 멸치 덖을 때 같이 1분 정도만 데워 수분을 날려주세요.
식히는 방법까지 해야 반찬통에서 안 붙습니다
다 버무린 뒤 참기름 1작은술과 통깨 1큰술을 넣습니다. 참기름은 마지막에 넣어야 향이 남습니다. 불 위에서 오래 가열하면 고소한 향이 날아가고, 멸치 표면이 무거워져 느끼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완성한 지리멸치볶음은 바로 반찬통에 담지 말고 넓은 접시나 쟁반에 펼쳐 10분 정도 식힙니다. 이 과정이 은근히 중요합니다. 뜨거운 상태로 통에 담으면 안쪽에 김이 차고, 그 수분 때문에 겉은 끈적하고 속은 눅눅해집니다. 또 당분이 식으면서 서로 붙어 덩어리가 생깁니다. 얇게 펼쳐 식히면 멸치가 하나하나 살아 있고 젓가락으로 집기도 편합니다.
딱딱해졌을 때 수습하는 법
이미 딱딱해졌다면 물을 많이 넣고 다시 볶으면 맛이 흐려집니다. 팬에 딱딱한 멸치볶음 1컵을 넣고 물 1큰술, 맛술 1작은술을 넣은 뒤 약불에서 30초 정도만 풀어주세요. 불을 끄고 참기름 몇 방울을 더해 섞으면 어느 정도 부드러워집니다. 단, 다시 오래 볶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너무 짤 때 맞추는 법
멸치가 짜게 느껴질 때는 설탕이나 물엿만 더 넣으면 단짠이 강해질 뿐입니다. 이럴 때는 볶은 견과류나 잔파, 잘게 썬 꽈리고추를 조금 섞는 편이 낫습니다. 꽈리고추를 넣을 경우에는 따로 팬에 기름을 아주 조금 두르고 1분 정도 먼저 볶아 숨을 죽인 뒤 섞어야 물이 덜 생깁니다.
보관은 작은 통에 나눠 담는 게 맛이 오래 갑니다
지리멸치볶음은 냉장 보관하면 5일 정도가 가장 맛있습니다. 더 오래 두고 먹을 수는 있지만 잔멸치라 냉장고 냄새를 잘 먹고, 시간이 지나면 윤기가 줄어듭니다. 한 통에 가득 담기보다 2개 통에 나눠 담아 자주 여닫는 양을 줄이면 맛이 덜 변합니다.
도시락 반찬으로 쓸 때는 고추나 마늘을 많이 넣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강해질 수 있거든요. 반대로 집에서 밥반찬으로 바로 먹을 거라면 청양고추를 아주 얇게 썰어 마지막에 조금 넣어도 맛이 산뜻합니다. 이때도 고추는 많이 넣지 않습니다. 지리멸치 100g에 청양고추 반 개면 충분합니다.
제가 여러 번 해보니 지리멸치볶음은 양념을 세게 하는 반찬이 아니라 멸치의 수분을 알맞게 날리고, 당분을 과하게 끓이지 않는 반찬입니다. 팬 앞에서 5분만 차분히 조절하면 냉장고에 넣었다 꺼내도 덩어리 없이 집어 먹기 좋은 맛이 납니다. 작은 반찬일수록 이런 순서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