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 제대로 쓰는 방법, 집 밖에서도 맛을 잡으려면 이렇게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 제대로 쓰는 방법, 집 밖에서도 맛을 잡으려면 이렇게

가방에 넣는 에스프레소는 생각보다 예민합니다

얼마 전 캠핑을 다녀온 손님이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로 뽑은 커피가 너무 시고 묽었다고 하더군요. 원두는 저희 매장에서 가져간 중강배전 블렌드였고, 집 머신에서는 꽤 단맛이 잘 나던 커피였습니다. 그런데 밖에서는 전혀 다른 컵이 된 거죠. 사실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는 작아서 만만해 보이지만, 물 온도와 분쇄도, 예열을 조금만 놓쳐도 맛이 크게 흔들립니다.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는 전기 없이 손 압력이나 펌프 압력으로 추출하는 도구가 많습니다. 그래서 카페 머신처럼 온도와 압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대신 장점도 분명합니다. 원두 8~18g 정도, 뜨거운 물 40~80ml 정도만 있으면 여행지, 사무실, 차 안에서도 진한 커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에스프레소처럼 보이는 커피'와 '맛이 잡힌 에스프레소' 사이에는 몇 가지 조건 차이가 있습니다.

분쇄도는 모카포트보다 곱고, 매장 머신보다는 여유 있게

가장 먼저 볼 건 분쇄도입니다.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는 대체로 압력이 일정하지 않아서 너무 곱게 갈면 물이 버티다가 한 번에 터지듯 나옵니다. 반대로 굵으면 10초 안팎으로 흐르면서 신맛과 물맛이 남습니다. 저는 처음 맞출 때 설탕보다 조금 고운 입자, 손으로 비볐을 때 밀가루처럼 뭉치지는 않는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기본값을 잡자면 원두 12g에 물 50ml, 추출액 30~35g 정도를 목표로 두면 좋습니다. 시간은 첫 방울이 떨어진 뒤 20~35초 사이면 꽤 안정권입니다. 15초 안에 끝나면 분쇄를 한두 칸 곱게, 40초가 넘어가고 쓴맛이 거칠면 조금 굵게 가져갑니다. 손 펌프식이라면 누르는 리듬도 중요합니다. 처음 5~8번은 천천히 압을 만들고, 그다음부터 일정하게 눌러야 맛이 덜 출렁입니다.

  • 너무 시고 얇다: 분쇄도를 곱게 하거나 원두 양을 1g 늘립니다.
  • 너무 쓰고 텁텁하다: 분쇄도를 굵게 하거나 물 온도를 2~3도 낮춥니다.
  • 크레마는 있는데 맛이 비었다: 원두가 오래됐거나 물이 빨리 지나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 압이 너무 무겁다: 과분쇄, 과도한 탬핑, 바스켓 과충전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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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온도와 예열이 맛의 절반을 가져갑니다

집 밖에서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를 쓸 때 가장 많이 놓치는 게 예열입니다. 작은 추출기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부품이 물의 열을 빨리 빼앗습니다. 끓인 물을 넣어도 실제 커피층을 지나는 온도는 생각보다 낮아집니다. 특히 겨울 캠핑장이나 차가운 사무실 책상 위에서는 산미가 날카롭게 튀기 쉽습니다.

중강배전 원두라면 물 온도는 92~95도 정도가 무난합니다. 약배전은 94~96도까지 올려도 괜찮고, 강배전은 88~92도 선에서 쓴맛을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물이 팔팔 끓은 뒤 뚜껑을 열고 30초 정도 기다리면 대략 94도 전후로 내려갑니다. 단, 추운 곳에서는 바로 쓰는 쪽이 낫습니다. 기구에 뜨거운 물을 한 번 채웠다가 버리는 예열을 하면 컵의 단맛이 확실히 달라집니다.

예열 순서

먼저 바스켓과 물통, 컵에 뜨거운 물을 닿게 합니다. 20~30초만 지나도 차가운 기운이 빠집니다. 그다음 물을 버리고, 분쇄 원두를 넣고, 바로 추출합니다. 이 짧은 과정이 귀찮아서 생략하면 신맛이 밝은 게 아니라 덜 익은 과일 껍질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원두는 신선할수록 좋지만, 너무 갓 볶은 원두는 까다롭습니다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에는 로스팅 후 5~21일 사이 원두가 다루기 편합니다. 너무 갓 볶은 원두는 가스가 많아서 추출이 흔들리고, 크레마는 풍성한데 맛은 거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달이 훌쩍 지난 원두는 압력을 걸어도 향이 힘없이 빠지고, 고소함보다 납작한 쓴맛이 먼저 옵니다.

저는 밖에서 쓸 원두를 고를 때 산미가 높은 약배전 싱글오리진보다 중배전에서 중강배전 사이를 자주 권합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계열은 휴대용 기구에서도 초콜릿, 견과, 갈색 설탕 같은 맛을 잡기 쉽습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처럼 향이 화려한 원두도 좋지만, 분쇄도와 온도를 맞추지 못하면 향보다 신맛이 앞설 수 있습니다.

  • 초보자용 추천 비율: 원두 12g, 물 50ml, 추출액 30g
  • 진하게 마실 때: 원두 14g, 물 55ml, 추출액 32~36g
  • 아이스라테용: 원두 16g, 물 60ml, 추출액 35~40g
  • 아메리카노용: 추출액 30g에 뜨거운 물 90~12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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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모델보다 내 사용 환경이 먼저입니다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는 가격대가 꽤 넓습니다. 5만 원 안팎의 수동 펌프형부터 20만 원을 넘는 전동 가열식 제품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매일 사무실에서 쓸 사람과 한 달에 한 번 캠핑 갈 사람이 같은 장비를 살 필요는 없습니다. 전기포트가 있는 공간에서 쓴다면 가열 기능보다 세척 편의성과 바스켓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반대로 야외에서 뜨거운 물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어렵다면 자체 가열 기능이 편합니다.

제가 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첫째, 바스켓 용량이 최소 12g 이상인지 봅니다. 둘째, 부품을 분리해서 씻기 쉬운지 봅니다. 셋째, 분쇄 원두와 캡슐을 모두 쓰는 모델이라면 원두 모드의 추출 품질이 희생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캡슐 호환은 편하지만, 원두를 직접 갈아 쓰는 맛과는 방향이 다릅니다. 편의성을 사는 건 괜찮습니다. 다만 그걸 에스프레소 맛의 업그레이드로 착각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처음 세팅할 때 쓸 만한 기준

처음에는 레시피를 하나로 고정하는 게 좋습니다. 원두 12g, 물 50ml, 추출액 30g. 이 숫자를 기준으로 맛을 보고 한 번에 한 가지만 바꿉니다. 분쇄도, 물 온도, 원두 양을 동시에 바꾸면 뭐가 맛을 바꿨는지 알 수 없습니다. 커피는 감각의 음료지만, 세팅은 꽤 숫자에 기대야 합니다.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는 카페 머신을 작게 만든 물건이라기보다, 제한된 조건에서 진한 커피를 만드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9바 압력이나 두꺼운 크레마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향이 또렷하고, 첫 모금에 단맛이 있고, 식어가면서 거친 쓴맛이 올라오지 않으면 꽤 잘 뽑힌 컵입니다. 밖에서 마시는 커피는 장소의 공기도 같이 들어가니까요. 숫자는 맛을 붙잡기 위한 손잡이이고, 마지막 판단은 결국 입안에 남는 감각이 해줍니다.

휴대용 에스프레소 추출기 제대로 쓰는 방법, 집 밖에서도 맛을 잡으려면 이렇게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