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은 밥보다 따뜻한 밥이 먼저예요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아이들 간식으로 주먹밥을 만들었는데, 같은 재료를 놓고도 어떤 분 것은 단단하게 잘 뭉쳐지고 어떤 분 것은 접시 위에서 자꾸 풀어졌어요. 이유는 재료보다 밥 상태였습니다. 주먹밥은 밥이 너무 뜨거워도 손에 달라붙고, 완전히 식으면 서로 붙는 힘이 떨어집니다. 밥솥에서 막 푼 밥이라면 넓은 볼에 담아 5분 정도만 김을 빼고 쓰면 좋아요.
기본 양은 밥 2공기, 약 420g 기준으로 잡으면 8개에서 10개 정도 나옵니다. 한입 크기로 작게 만들면 12개까지도 가능하고요. 여기에 소금 1/3작은술, 참기름 1큰술, 통깨 1큰술을 먼저 넣습니다. 간장을 넣고 싶을 때는 1작은술만 넣으세요. 간장이 많아지면 밥이 질척해지고 색도 금방 진해집니다.
제가 주방에서 가장 많이 본 실수는 참기름을 처음부터 많이 붓는 거였어요. 고소하게 하려고 2큰술, 3큰술 넣으면 밥알 겉면이 기름으로 코팅돼서 오히려 잘 안 붙습니다. 밥 2공기에는 참기름 1큰술이면 충분합니다. 나중에 맛을 보고 1작은술 정도만 더하는 쪽이 훨씬 안전해요.
기본 주먹밥 재료와 대체 재료
주먹밥 레시피는 재료를 다 갖춰야 맛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냉장고에 있는 짭조름한 재료 하나, 씹히는 재료 하나만 있어도 충분해요. 다만 물기가 많은 재료는 꼭 한 번 짜거나 볶아서 넣어야 합니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아무리 세게 눌러도 속에서 밥이 벌어집니다.
- 밥 2공기, 약 420g
- 소금 1/3작은술
- 참기름 1큰술
- 통깨 1큰술
- 김가루 1컵 또는 구운 김 3장
- 다진 단무지 3큰술
- 참치 1/2캔, 기름 뺀 뒤 사용
- 마요네즈 1큰술
단무지가 없으면 잘게 썬 김치도 괜찮습니다. 대신 김치는 국물을 꼭 짜고 팬에 2분 정도 볶아 넣는 게 좋아요. 생김치를 그대로 넣으면 밥이 빨리 축축해지고, 도시락으로 가져갈 때 냄새도 강해집니다. 참치가 없으면 멸치볶음 3큰술, 스팸 구운 것 80g, 계란 스크램블 1개분으로 바꿔도 됩니다.
아이들용이면 단무지는 2큰술로 줄이고 계란을 넣는 쪽이 부드럽습니다. 어른용으로 조금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고추장 1작은술보다 고춧가루 1/2작은술을 추천합니다. 고추장은 수분과 당이 있어서 밥을 질게 만들 수 있거든요. 저는 매운맛을 낼 때 청양고추를 아주 잘게 다져 1/2개만 넣습니다. 양이 적어도 향이 꽤 납니다.
주먹밥 만드는 순서
먼저 밥을 큰 볼에 담고 소금, 참기름, 통깨를 넣어 주걱으로 가릅니다. 여기서 비비듯이 누르면 밥알이 으깨져 떡처럼 됩니다. 밥알 사이에 양념이 들어가도록 세로로 자르듯 섞는 게 좋아요. 밥이 너무 뜨거우면 3분만 더 두고, 너무 식었다면 전자레인지에 40초 정도 데워 온기를 살립니다.
참치는 체에 받쳐 기름을 빼고 숟가락으로 한 번 더 눌러 주세요. 여기에 마요네즈 1큰술을 섞습니다. 마요네즈는 많이 넣을수록 맛은 부드러워지지만 밥을 약하게 만들어요. 밥 2공기 기준 1큰술을 넘기지 않는 게 모양 잡기 쉽습니다. 단무지는 쌀알보다 조금 큰 정도로 다지면 씹히는 맛이 남습니다.
양념한 밥에 김가루, 단무지, 참치를 넣고 20초 정도만 섞습니다. 너무 오래 섞으면 김이 수분을 먹어 검게 뭉치고 밥이 무거워집니다. 손에는 물을 아주 조금만 묻힙니다. 손바닥이 젖어 보일 정도가 아니라 손끝에 물을 찍어 펴 바르는 정도예요. 물이 많으면 겉면이 미끄러워져서 모양이 흐트러집니다.
한 개당 밥 45g 정도를 잡으면 먹기 편합니다. 계량스푼이 없으면 어른 밥숟가락으로 수북하게 2큰술 정도예요. 처음부터 둥글게 굴리지 말고, 손바닥 안에서 가볍게 두세 번 눌러 공기를 빼세요. 그다음 둥글게 굴리면 갈라짐이 덜합니다. 삼각 모양으로 만들 때도 같은 방식입니다. 먼저 덩어리를 잡고, 나중에 면을 눌러 모양을 세웁니다.
불 조절이 필요한 속재료는 따로 익혀요
주먹밥은 불을 거의 쓰지 않는 음식처럼 보이지만, 속재료를 어떻게 익히느냐가 맛을 많이 좌우합니다. 김치, 햄, 스팸, 다진 소고기처럼 기름이나 물기가 있는 재료는 팬에서 짧게 볶아야 합니다. 팬을 중불로 30초 예열한 뒤 재료를 넣고 2분 안쪽으로 볶으면 됩니다. 센불에 오래 볶으면 겉만 마르고 짠맛이 튀어요.
멸치볶음을 넣을 때는 이미 간이 세기 때문에 소금을 1/4작은술로 줄입니다. 스팸을 넣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스팸 80g을 작게 썰어 약불에서 3분 정도 굽고 키친타월에 올려 기름을 빼면 밥에 섞었을 때 느끼함이 덜합니다. 계란은 소금 한 꼬집만 넣고 약불에서 촉촉하게 익히세요. 바싹 익힌 계란은 밥 안에서 따로 놉니다.
소고기 주먹밥으로 만들고 싶다면 다진 소고기 100g에 간장 1작은술, 설탕 1/2작은술, 다진 마늘 1/3작은술을 넣고 중약불에서 볶습니다. 고기에서 나온 수분이 팬 바닥에 남아 있으면 1분 정도 더 볶아 날려야 해요. 이 과정을 건너뛰면 밥을 쥐었을 때 가운데가 축축해집니다.
잘 안 뭉쳐질 때 바로 고치는 법
밥이 흩어진다면 먼저 온도를 보세요. 차가운 밥이면 따뜻하게 데우는 게 먼저입니다. 그래도 안 뭉치면 김가루 2큰술을 추가해 보세요. 김이 약간의 수분을 잡아줘서 모양이 살아납니다. 반대로 밥이 너무 질다면 깨나 볶은 김가루를 조금 더 넣고 5분 정도 두면 낫습니다. 이때 소금을 더 넣으면 짜지기만 하고 질감은 크게 좋아지지 않습니다.
간이 싱거울 때는 소금을 바로 붓지 말고 손에 소금물을 살짝 묻혀 다시 쥐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 2큰술에 소금 한 꼬집을 녹이면 충분해요. 겉면에만 은근히 간이 붙어서 전체를 다시 섞는 것보다 덜 짜게 조절됩니다. 도시락용이라면 겉에 김가루를 한 번 더 굴려 주세요. 수분도 잡고 모양도 오래 갑니다.
만들어 둔 주먹밥은 실온에 오래 두지 않는 게 좋습니다. 특히 참치마요나 계란이 들어갔다면 여름철에는 1시간 안에 먹는 편이 안전합니다. 미리 만들어야 한다면 속재료를 볶아 식힌 뒤 밥과 섞고, 완성한 주먹밥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합니다. 먹기 전 전자레인지에 20초에서 30초만 데우면 밥알이 다시 부드러워집니다.
주먹밥은 화려한 반찬보다 밥 상태와 재료 물기 조절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처음 만드는 분께 재료를 많이 넣기보다 밥 2공기에 짭조름한 재료 하나, 씹히는 재료 하나로 시작하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만들면 맛이 흐려지지 않고, 손으로 쥐었을 때 모양도 훨씬 안정적입니다. 냉장고 남은 반찬을 살리는 음식이지만, 순서만 지키면 대충 만든 느낌은 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