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여성 소설가 지하련 생가 탐방기
일제강점기 시대를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 지하련(본명 이숙희)의 생가를 찾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리를 방문했다. 지하련은 카프(KAPF) 창립 멤버이자 시인·평론가 임화의 아내로, 섬세한 여성 심리 묘사와 시대상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들로 한국 근대문학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지하련 생가의 역사적 의미
지하련의 산호리 주택은 1930년대 중반에 그의 오빠이자 독립운동가 이상조가 지은 일본식 목조 가옥이다. 1935년부터 약 4년간 지하련과 임화가 머물렀던 이 집은 그의 자전적 소설 <체향초>에 '산호리 주택'으로 등장한다. 경상남도 거창 출신인 지하련은 마산에서 성장했으며,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일본 유학을 다녀온 배경을 지녔다.
문학적 성과와 생애
1936년 임화와 결혼한 지하련은 1940년 문학평론가 백철의 추천으로 단편소설 <결별>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체향초>, <가을>, <산길>, <도정>, <광나루>, <종매>, <양> 등 총 8편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1947년 임화와 함께 월북한 후, 한국전쟁 기간 만주로 피난을 갔으며, 1953년 임화가 미제 간첩 혐의로 처형된 뒤 1960년경 지하련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가 현장과 방문 안내
산호리 주택은 붉은 벽돌 담벼락과 덩굴이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외관을 지녔으나, 현재는 관리가 미흡해 다소 방치된 상태다. 주택 입구에는 마산역사문화유산보전회가 설치한 안내판이 있어 이곳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고 있다. 생가는 산호파크 빌라 뒤편 오솔길 안쪽 2층 주택으로, 용마고등학교 정문에서 왼쪽 골목을 따라 직진하면 도로 끝에서 만날 수 있다.
지하련은 1940년 결핵으로 고향 마산으로 내려와 이 집에서 요양하며 대표작들을 집필했다. 방문 시에는 모기가 많아 긴 옷과 모기퇴치제를 준비하는 것이 좋으며, 편안한 신발 착용을 권장한다.
근대문화유산 보존의 과제
지하련 생가는 독립운동가 이상조의 발자취와 지하련의 문학적 성과가 깃든 소중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때 시민 보존 공모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으나 보존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이러한 역사적 공간이 방치된다면 지역의 인문·역사적 자산을 잃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도심 속 골목에 숨겨진 근대문학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후세에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는 공공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존 대책이 절실하다.
마무리
이번 근대문학 기행을 통해 일제강점기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며 아름다운 문학 유산을 남긴 지하련의 생가를 직접 마주하며, 우리 근대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적 공간들이 잘 보존되어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