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동네 분이 방문 페인트를 사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색은 마음에 드는데 수성인지 유성인지, 철문에 칠해도 되는지, 프라이머가 필요한지 물어보니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고 하더군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페인트파는곳은 많아 보여도 막상 내 집에 맞는 제품을 고르려면 생각보다 물어볼 게 많습니다.
셀프 인테리어 11년 하면서 페인트는 동네 철물점, 대형 마트, 페인트 전문점, 온라인몰에서 다 사봤습니다. 각각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싸게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 작업에 맞는 페인트를 한 번에 사는 겁니다. 페인트는 잘못 사면 반품보다 재작업이 더 피곤합니다.
페인트파는곳은 크게 네 군데로 보면 됩니다
가장 쉽게 떠올리는 곳은 대형 생활용품 매장이나 건축자재 매장입니다. 장점은 접근성이 좋고 붓, 롤러, 마스킹테이프, 커버링테이프까지 한 번에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초보자가 첫 페인트칠을 준비할 때는 이런 곳이 편합니다. 다만 색 조색이나 현장별 상담은 매장 직원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동네 철물점도 의외로 괜찮습니다. 특히 몰딩 보수, 작은 벽면, 문짝 하나 정도 칠할 때는 필요한 양만 빠르게 사기 좋습니다. 그런데 모든 철물점이 페인트를 전문으로 다루는 건 아닙니다. 오래된 재고가 있을 수도 있고, 색상 선택 폭이 좁을 때도 있습니다. 캔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거나 제조일이 너무 오래됐다면 다른 곳을 보는 게 낫습니다.
제가 제일 자주 가는 곳은 페인트 전문점입니다. 간판에 페인트 회사 이름이 붙어 있거나 조색기를 갖춘 매장입니다. 이런 곳은 벽지 위에 칠할 건지, 방문인지, 싱크대 문짝인지, 베란다 벽인지 말하면 제품을 꽤 정확히 잡아줍니다. 같은 흰색이라도 벽용, 목재용, 철재용이 다르고 광도도 무광, 반광, 유광으로 나뉘기 때문에 상담이 중요합니다.
온라인몰은 가격 비교가 쉽고 색상표를 보며 천천히 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 색은 실제와 다릅니다. 저는 벽 전체나 가구처럼 면적이 큰 작업은 온라인에서 바로 본품을 사지 않습니다. 샘플 페인트나 컬러칩을 먼저 보고 결정합니다. 작은 소품이면 온라인 구매도 괜찮지만, 거실 한 벽면처럼 눈에 계속 들어오는 곳은 실물 확인이 돈을 아껴줍니다.
어디서 살지보다 먼저 칠할 곳을 정해야 합니다
페인트파는곳을 검색하기 전에 칠할 대상을 먼저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벽지 위인지, 석고보드인지, MDF인지, 원목인지, 철문인지에 따라 제품이 달라집니다. 벽에 바르는 수성 페인트를 방문에 칠하면 처음엔 괜찮아 보여도 손잡이 주변이 금방 때를 탑니다. 반대로 냄새 강한 유성 제품을 실내 벽에 쓰면 며칠 동안 머리가 아플 수 있습니다.
초보자는 보통 색부터 고르는데, 실제 순서는 바탕면 확인이 먼저입니다. 손으로 문질렀을 때 가루가 묻어나는 벽, 습기가 있는 베란다, 기름때가 남은 주방 벽은 그냥 칠하면 들뜹니다. 이런 곳은 젯소나 프라이머, 곰팡이 제거, 탈지 작업이 먼저 들어갑니다. 페인트값보다 밑작업 시간이 더 크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방 한 면만 칠하는 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립니다. 가구 빼기 30분, 먼지 닦기 20분, 마스킹 40분, 1회 칠 30분, 건조 2시간, 2회 칠 30분 정도는 잡아야 합니다. 실제 작업은 2시간 남짓이어도 하루 일정으로 보는 게 편합니다. 인터넷에서 1시간 완성이라고 하는 건 대개 준비와 건조 시간을 빼고 말하는 겁니다.
매장에 가면 이렇게 물어보면 덜 헤맵니다
페인트 전문점에 가도 그냥 “흰색 페인트 주세요”라고 하면 대화가 길어집니다. 저는 처음 가는 매장에서는 작업 위치, 바탕 재질, 면적, 원하는 느낌을 먼저 말합니다. “실크벽지 위에 아이 방 한 면만 칠할 거고, 냄새 적은 무광 수성으로 보고 있어요” 정도면 직원도 훨씬 정확히 골라줍니다.
- 칠할 곳: 방 벽, 방문, 몰딩, 철문, 베란다 벽처럼 구체적으로 말하기
- 바탕 상태: 벽지, 나무, 시트지, 금속, 기존 페인트면인지 확인하기
- 면적: 가로와 세로를 대략 재서 가져가기
- 원하는 광도: 무광, 저광, 반광 중 생활 오염을 고려해 고르기
- 냄새 민감도: 아이 방, 침실, 반려동물 공간이면 저취 제품으로 물어보기
면적은 정확하지 않아도 됩니다. 벽 한 면이 가로 3미터, 세로 2.4미터면 약 7.2제곱미터입니다. 보통 2회 칠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색이 고르게 나옵니다. 제품마다 도포 면적이 다르니 캔 표기를 보고 매장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남는 페인트는 보수용으로 조금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남기면 보관도 일입니다.
도구도 같이 물어봐야 합니다. 벽은 롤러가 필요하고 모서리는 붓이 필요합니다. 방문이나 가구는 스펀지 롤러가 자국이 덜합니다. 천장 가까운 곳을 칠하면 연장봉이 있으면 허리가 덜 아픕니다. 그런데 한 번만 쓸 큰 도구는 사기보다 빌리는 쪽이 낫습니다. 사다리, 전동 샌더, 큰 연장봉은 보관 자리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싸게 사려다 더 비싸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페인트 가격만 보면 온라인이 저렴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조색 색상이 틀리거나 양이 모자라서 추가 주문하면 배송 기다리는 동안 작업 흐름이 끊깁니다. 특히 같은 색상명이라도 브랜드와 광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중간에 다른 제품을 섞어 쓰면 벽 한쪽만 색이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저는 벽 전체처럼 넓은 면은 같은 매장에서 한 번에 조색합니다. 1리터짜리 여러 통보다 필요한 양을 맞춰 큰 통으로 받는 게 색 편차가 적습니다. 중간에 부족할까 걱정된다면 제품 라벨 사진과 조색 번호를 꼭 남겨둡니다. 나중에 보수할 때 이 번호가 없으면 거의 감으로 맞춰야 합니다.
저렴한 페인트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창고 선반, 임시 가벽, 잘 안 보이는 다용도실은 가성비 제품도 충분합니다. 다만 손이 자주 닿는 방문, 아이 방 벽, 습기가 있는 베란다는 세척성이나 내구성을 봐야 합니다. 1만 원 아끼려다 다시 사포질하고 두 번 더 칠하면 그날 하루가 통째로 날아갑니다.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 작업도 구분해야 합니다
페인트는 셀프로 하기 좋은 작업이지만 모든 표면이 만만한 건 아닙니다. 곰팡이가 깊게 번진 벽, 누수 흔적이 계속 올라오는 천장, 외벽 크랙, 오래된 납 성분 가능성이 있는 페인트면은 혼자 덮어버리면 안 됩니다. 원인을 잡지 않고 칠하면 다시 올라옵니다.
전기 주변도 조심해야 합니다. 스위치 커버를 빼고 주변을 칠하는 정도는 차단기를 내리고 조심해서 할 수 있지만, 조명 배선이나 콘센트 위치 변경은 전기 작업입니다. 페인트칠하다가 전선까지 만지는 상황이면 멈추는 게 맞습니다. 수도 배관 주변 누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색으로 가리는 작업과 문제를 고치는 작업은 다릅니다.
초보자가 가장 만족하기 쉬운 작업은 방문 한 짝, 몰딩 일부, 작은 방 한 면입니다. 재료비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작은 벽 한 면 기준으로 페인트와 기본 도구까지 대략 4만~8만 원 선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문은 젯소, 페인트, 사포, 롤러까지 잡으면 5만~10만 원 정도를 예상하면 됩니다. 물론 이미 도구가 있으면 훨씬 줄어듭니다.
페인트파는곳을 잘 고른다는 건 제일 싼 곳을 찾는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내 작업을 설명했을 때 제품, 양, 도구, 건조 시간까지 현실적으로 말해주는 곳을 찾는 겁니다. 처음 한두 번은 페인트 전문점에서 상담받아보고, 익숙해지면 온라인으로 보충 구매하는 방식이 제일 덜 고생스럽습니다. 페인트칠은 시작보다 준비가 반입니다. 그 준비만 제대로 해도 결과물이 확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