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연구소처럼 집밥 맛을 안정적으로 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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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연구소처럼 집밥 맛을 안정적으로 내는 방법

요리교실에서 가장 많이 보는 실패 지점

얼마 전 수업에서 된장찌개를 같이 끓였는데, 재료도 같고 된장도 같은데 옆 냄비 맛이 서로 달랐습니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집밥은 레시피보다 불 세기, 물 양, 넣는 순서에서 맛이 갈립니다. 제가 주방에 14년 있으면서 제일 많이 본 것도 이 부분이었어요. 간을 못 맞춰서 실패한 것 같지만 사실은 물이 100ml 많았거나, 센 불을 3분 더 썼거나, 두부를 너무 일찍 넣은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집밥연구소라는 말을 붙이면 거창해 보이지만, 저는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을 작게 실험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김치찌개라도 물 600ml와 750ml는 완전히 다릅니다. 고기를 먼저 볶고 물을 넣은 찌개와, 물에 고기부터 넣고 끓인 찌개도 냄새가 달라요. 그래서 처음부터 재료를 전부 완벽하게 갖추려고 애쓰기보다, 냄비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쪽이 더 빨리 늡니다.

불 세기는 숫자로 기억하는 게 편합니다

가정용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은 집마다 화력이 달라서 중불이라는 말이 참 애매합니다. 저는 수업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국물이 팔팔 올라와 냄비 가장자리까지 거품이 치면 센 불, 가운데만 보글보글 올라오면 중불, 표면이 가끔 움직이면 약불입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레시피가 훨씬 덜 흔들립니다.

예를 들어 김치찌개 2인분은 김치 250g, 돼지고기 150g, 물 650ml 정도로 시작하면 무난합니다. 처음 김치와 고기를 식용유 1큰술에 중불로 4분 볶고, 물을 넣은 뒤 센 불로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바로 중약불로 낮춰 12분 정도 둡니다. 여기서 계속 센 불로 끓이면 국물은 줄고 짠맛만 남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약불이면 김치의 신맛이 둥글게 풀리지 않고 따로 놉니다.

  • 볶음은 팬이 달궈진 뒤 재료를 넣어야 물이 덜 생깁니다.
  • 찌개는 끓기 전까지 센 불, 끓은 뒤에는 중약불이 안정적입니다.
  • 달걀찜은 처음 1분만 중불, 이후 약불로 가야 바닥이 덜 탑니다.
  • 나물은 오래 볶는 음식이 아니라 수분을 날리는 음식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저도 초반에는 불을 세게 쓰는 게 맛을 빨리 내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방에서는 센 불보다 불을 낮추는 타이밍이 더 중요했습니다. 특히 집밥은 한 냄비 양이 적어서 2분만 지나도 국물 농도가 확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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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양은 처음부터 적게 잡는 쪽이 안전합니다

집에서 찌개가 맹해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물을 넉넉하게 붓는 습관입니다. 재료가 잠겨야 할 것 같아서 붓다 보면 어느새 국이 됩니다. 찌개 2인분 기준으로 재료가 냄비 바닥에 깔린 상태에서 물은 재료 높이의 80퍼센트 정도만 올라오면 됩니다. 끓으면서 채소에서도 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된장찌개를 예로 들면 물 500ml에 된장 1큰술 반이 기본입니다. 애호박 80g, 양파 60g, 두부 150g, 버섯 한 줌이면 충분합니다. 감자를 넣는다면 물을 50ml 더 잡고, 배추나 무처럼 물이 많이 나오는 채소를 넣는다면 그대로 가도 됩니다. 된장이 집마다 짠맛이 다르니 처음부터 2큰술을 다 넣지 말고 1큰술 반으로 끓인 뒤 마지막에 반 큰술을 판단하는 게 좋습니다.

물이 많아졌을 때 수습하는 법

이미 물을 많이 넣었다면 무조건 된장이나 고추장을 더 넣는 건 위험합니다. 짠맛은 올라가는데 깊은 맛은 안 생길 수 있어요. 이럴 때는 뚜껑을 열고 중불로 5분 정도 더 끓여 수분을 날립니다. 그래도 싱거우면 국간장 1작은술이나 액젓 반 작은술을 넣습니다. 된장찌개에는 다진 마늘을 뒤늦게 많이 넣으면 향이 거칠어질 수 있어서 1작은술 안쪽이 좋습니다.

김치찌개가 맹할 때는 김칫국물 3큰술을 먼저 넣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참치액이나 국간장을 1작은술만 넣어 보세요. 여기서 설탕을 많이 넣으면 신맛은 눌리지만 국물이 금방 무거워집니다. 설탕은 2인분 기준 반 작은술이면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넣는 순서가 맛을 만듭니다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끓이면 편하긴 합니다. 근데 맛은 조금 흐려집니다. 단단한 재료, 향을 내는 재료, 쉽게 부서지는 재료를 나눠 넣어야 모양도 살고 국물도 깨끗합니다. 집밥연구소 방식으로 기록한다면 순서를 꼭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같은 재료라도 순서가 달라지면 다음번에 재현하기 어렵거든요.

된장찌개는 물 또는 육수가 끓으면 감자와 무처럼 단단한 재료를 먼저 넣고 4분 끓입니다. 그다음 애호박, 양파, 버섯을 넣고 3분, 두부는 마지막 3분이면 됩니다. 청양고추와 대파는 불 끄기 1분 전이 향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대파를 넣으면 단맛은 나지만 향은 줄어듭니다.

볶음밥도 순서가 중요합니다. 찬밥 1공기, 달걀 1개, 대파 20g, 간장 1작은술이면 기본 볶음밥이 됩니다. 팬에 기름 1큰술을 두르고 대파를 중불에서 1분 볶아 향을 내고, 달걀을 넣어 70퍼센트만 익힌 뒤 밥을 넣습니다. 간장은 밥 위에 붓지 말고 팬 가장자리에 흘려 10초 정도 끓인 뒤 섞으면 향이 살아납니다. 이 작은 차이가 집밥 맛을 꽤 크게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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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재료는 빼도 되지만 역할은 맞춰야 합니다

제가 요리교실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재료 이름보다 역할을 보자는 말입니다. 애호박이 없으면 꼭 사러 갈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줄 재료가 필요합니다. 양파를 30g 더 넣거나, 버섯을 조금 늘리면 됩니다. 두부가 없으면 달걀을 풀어 넣어도 단백질과 부드러움은 어느 정도 채워집니다.

  • 멸치육수가 없으면 물 500ml에 국간장 1작은술과 참치액 반 작은술을 씁니다.
  • 애호박이 없으면 양파를 30g 늘리거나 버섯을 한 줌 더 넣습니다.
  • 돼지고기가 없으면 참치 1캔을 쓰되 기름은 절반만 넣습니다.
  • 청양고추가 없으면 고춧가루를 반 작은술 넣고 대파를 조금 늘립니다.
  • 다진 마늘이 없으면 생략해도 되지만 대파는 꼭 넣는 편이 낫습니다.

대체 재료를 넣을 때는 양을 한 번에 많이 늘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버섯은 맛은 좋지만 물이 꽤 나옵니다. 양파도 오래 끓이면 단맛이 강해져 찌개의 인상이 바뀝니다. 그래서 대체는 원래 재료 양의 70퍼센트 정도로 시작하고, 끓이면서 부족하면 조금 더하는 방식이 안정적입니다.

제가 자주 적는 집밥 기록법

거창한 노트가 아니어도 됩니다. 휴대폰 메모에 음식 이름, 물 양, 불 세기, 끓인 시간, 다음에 바꿀 점만 적어도 충분합니다. 예를 들면 김치찌개 물 650ml, 중약불 12분, 다음엔 김칫국물 2큰술 추가. 이렇게 한 줄이면 됩니다. 이 기록이 쌓이면 자기 집 냄비와 화구에 맞는 기준이 생깁니다.

레시피는 남의 주방에서 시작된 약속이라서 내 냄비에 그대로 맞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집밥을 잘하려면 손맛보다 관찰이 먼저라고 봅니다. 물은 적게 시작하고, 끓으면 불을 낮추고, 잘 부서지는 재료는 뒤에 넣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집밥 맛이 꽤 차분해집니다. 매번 완벽할 필요는 없고, 다음 냄비가 조금 더 나아지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집밥연구소처럼 집밥 맛을 안정적으로 내는 방법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