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차돌된장찌개를 같이 끓였는데, 같은 된장에 같은 차돌박이를 넣었는데도 어떤 냄비는 구수하고 어떤 냄비는 텁텁하더라고요. 차이는 재료가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차돌박이를 먼저 볶아 기름을 내느냐, 된장을 물에 바로 푸느냐, 애호박을 언제 넣느냐가 맛을 꽤 크게 갈라요.
차돌된장찌개는 고기가 들어가니까 대충 끓여도 맛있을 것 같지만, 사실 고기 기름이 국물 위에 둥둥 뜨면 느끼하고 된장이 오래 끓으면 짠맛만 남습니다. 저는 주방에서 바쁠 때 이 찌개를 많이 끓였는데, 실패한 날은 거의 불을 너무 세게 오래 둔 날이었어요. 집에서는 양이 적으니 더 빨리 짜지고 더 빨리 졸아듭니다.
재료는 넉넉하게보다 균형 있게 잡기
2~3인분 기준으로 잡으면 냄비는 지름 18~20cm 정도가 좋아요. 너무 큰 냄비에 끓이면 물이 빨리 날아가고, 작은 냄비는 재료가 눌리면서 된장이 바닥에 붙습니다.
- 차돌박이 120g
- 된장 2큰술, 고추장 1작은술
- 물 550ml 또는 멸치다시마 육수 550ml
- 두부 150g
- 애호박 1/3개
- 양파 1/4개
- 대파 1/2대
- 청양고추 1개, 홍고추는 있으면 약간
- 다진 마늘 1작은술
- 표고버섯 1개 또는 팽이버섯 한 줌
된장은 집마다 짠맛이 다릅니다. 시판 된장은 대체로 단맛과 감칠맛이 있고, 집된장은 짠맛과 발효 향이 더 강한 편이에요. 집된장을 쓴다면 처음부터 2큰술을 다 넣지 말고 1큰술 반만 넣은 뒤 마지막에 간을 맞추는 쪽이 안전합니다.
차돌박이가 없다면 우삼겹도 됩니다. 대신 우삼겹은 기름이 더 많이 나오니 양을 100g 정도로 줄이고, 볶은 뒤 기름이 너무 많으면 키친타월로 냄비 가장자리를 한 번 닦아주세요. 고기가 아예 없으면 멸치육수를 진하게 내고 참기름 1작은술에 된장을 먼저 볶아도 구수한 맛이 납니다.
차돌박이는 센 불에 오래 볶지 않기
냄비를 중불로 40초 정도 데운 뒤 차돌박이를 넣습니다. 여기서 기름을 두르지 않는 게 좋아요. 차돌 자체에서 기름이 충분히 나옵니다. 젓가락으로 풀어가며 1분 정도만 볶아주세요. 붉은 기가 절반쯤 사라지고 고기 가장자리가 살짝 오그라들면 충분합니다.
많이들 여기서 고기를 바싹 볶으시는데, 그러면 고소함보다 탄내가 먼저 올라옵니다. 차돌박이는 얇아서 생각보다 빨리 익어요. 특히 냉동 차돌을 바로 넣으면 물이 나오는데, 이때 센 불로 확 날리려고 하면 기름과 수분이 튀고 고기가 질겨집니다. 냉동이라면 냉장실에서 30분만 풀어두거나, 키친타월에 올려 겉수분을 눌러낸 뒤 넣는 게 낫습니다.
고기 기름이 나오면 된장 2큰술과 고추장 1작은술을 넣고 약불로 낮춰 30초만 볶습니다. 이 30초가 중요해요. 된장을 기름에 살짝 볶으면 날된장 냄새가 줄고 국물이 둥글어집니다. 그런데 1분을 넘기면 된장이 바닥에 눌어 쓴맛이 납니다. 냄비 바닥을 긁듯이 섞어주면 됩니다.
물은 한 번에 붓고, 끓는 시간은 짧게
된장이 풀리면 물이나 육수 550ml를 한 번에 붓습니다. 조금씩 부으면 된장이 뭉치고 바닥에 남기 쉬워요. 물을 부은 뒤에는 숟가락으로 냄비 바닥을 긁어 볶인 된장을 풀어줍니다. 이때 불은 중강불로 올려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끓기 시작하면 양파와 표고버섯을 먼저 넣고 3분 끓입니다. 양파는 단맛을 내고, 버섯은 국물 향을 잡아줘요. 애호박은 처음부터 넣으면 쉽게 무릅니다. 3분 뒤 애호박을 넣고 2분 더 끓이면 모양도 살아 있고 식감도 좋습니다.
두부는 마지막 쪽에 넣습니다. 저는 찌개용 두부를 1.5cm 두께로 썰어 넣고 2분만 끓입니다. 두부를 너무 일찍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오래 뒤적이면 부서져요. 두부를 넣은 뒤에는 숟가락으로 막 젓지 말고 냄비를 살짝 흔들어 자리만 잡아주세요.
전체 끓이는 시간은 물이 끓기 시작한 뒤 7~8분이면 충분합니다. 차돌된장찌개는 오래 끓인다고 깊어지는 찌개가 아닙니다. 오래 끓이면 차돌 기름이 국물에 무겁게 퍼지고, 된장 짠맛이 앞으로 튀어나옵니다.
간이 안 맞을 때 수습하는 법
싱거우면 된장을 바로 반 큰술 더 넣기보다 국물 한 국자를 작은 그릇에 덜어 된장을 풀어 넣으세요. 냄비에 바로 넣으면 덩어리진 된장이 재료 사이에 붙습니다. 된장을 추가한 뒤에는 1분만 더 끓이면 됩니다.
짜졌다면 물만 붓는 것보다 두부나 애호박을 조금 더 넣는 편이 맛이 덜 흐려집니다. 물을 추가해야 할 때는 100ml 안쪽으로 넣고, 다진 마늘 아주 조금과 대파를 더해 향을 보충합니다. 밥이랑 먹는 찌개라 어느 정도 간은 있어야 하지만, 첫 숟가락부터 짜면 끝까지 부담스럽습니다.
느끼하면 청양고추를 반 개 더 넣거나, 고춧가루 1/2작은술을 넣어 1분만 끓입니다. 식초나 설탕은 넣지 않는 게 좋아요. 된장찌개에서는 맛의 방향이 갑자기 어긋납니다. 고기 냄새가 난다면 처음 차돌을 볶을 때 수분이 많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에는 고기 겉수분을 닦고, 된장을 볶는 30초를 꼭 지켜보세요.
집에 있는 재료로 바꿀 때의 기준
감자를 넣고 싶다면 얇게 반달 모양으로 썰어 양파와 같은 타이밍에 넣습니다. 감자는 익는 시간이 필요해서 두껍게 썰면 다른 재료가 다 무른 뒤에도 딱딱할 수 있어요. 무를 넣을 때는 80g 정도만 얇게 나박 썰어 물 붓기 직후부터 끓이면 국물이 시원해집니다.
애호박이 없으면 양배추 한 줌도 괜찮습니다. 다만 양배추는 단맛이 강하니 고추장을 빼거나 절반으로 줄이는 게 낫습니다. 버섯은 표고가 가장 향이 좋지만 새송이나 팽이도 충분합니다. 팽이버섯은 금방 숨이 죽으니 두부와 같이 넣어 2분만 끓이면 됩니다.
육수가 없을 때 맹물로 끓여도 됩니다. 대신 차돌을 볶은 뒤 된장을 꼭 볶고, 마지막에 대파를 넉넉히 넣어주세요. 멸치액젓을 넣고 싶다면 1/2작은술 정도만 가능합니다. 많이 넣으면 된장 향보다 젓갈 향이 앞서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차돌된장찌개 상태는 국물 위에 기름이 아주 얇게 반짝이고, 두부가 부서지지 않고, 애호박이 숟가락에 살짝 눌리는 정도입니다. 이 찌개는 재료를 많이 넣어서 맛있는 게 아니라, 고기 기름과 된장 짠맛을 어느 선에서 멈추느냐가 맛을 만듭니다. 냄비 앞에서 10분만 순서를 지키면 집에서도 꽤 든든한 한 끼가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