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선글라스가 계속 검색되는 진짜 이유를 브랜드 기획자 눈으로 봤더니

정유미 선글라스가 계속 검색되는 진짜 이유를 브랜드 기획자 눈으로 봤더니

얼마 전 지인이 선글라스를 사겠다며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는데, 저장해둔 사진이 전부 정유미였다. 신기한 건 사진 속 제품이 엄청 화려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로고가 크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누가 봐도 협찬 컷처럼 세팅된 느낌도 아니었다. 그냥 여행지에서, 예능 속 일상에서, 흰 티나 셔츠 위에 툭 얹은 선글라스였다. 그런데 그게 사고 싶게 만든다.

브랜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이런 장면이 제일 무섭다. 광고비를 크게 쓴 캠페인보다, 한 사람이 자기 분위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비한 장면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정유미 선글라스가 딱 그렇다. 제품보다 먼저 ‘저 사람처럼 편안해 보이고 싶다’는 욕망을 건드린다.

정유미 선글라스는 제품명이 아니라 분위기로 팔린다

정유미 선글라스로 자주 언급되는 흐름은 대체로 두 가지다. 하나는 젠틀몬스터처럼 얼굴에 포인트를 주는 국내 패션 아이웨어, 다른 하나는 레이밴처럼 오래된 클래식 계열이다. 예능 착용 정보로는 젠틀몬스터 핀, 랭 같은 모델명이 회자됐고, 레이밴의 풀핏 라인도 함께 검색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모델명이 아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기억하는 건 “그 선글라스 예쁘다”보다 “저렇게 입으면 편해 보인다”에 가깝다. 이 차이가 크다. 전자는 유행이 바뀌면 금방 식지만, 후자는 반복 검색을 만든다. 검색창에 브랜드명을 넣기 전에 ‘정유미 선글라스’를 먼저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제품 스펙보다 장면을 먼저 산다.

브랜드 관점에서 보면 이건 굉장히 강한 자산이다. 선글라스는 본래 기능성 제품이다. 자외선을 막고 눈을 보호한다. 그런데 패션 시장에서는 기능보다 이미지가 먼저 가격을 만든다. 20만 원대 제품과 40만 원대 제품의 차이가 렌즈 성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다. 어떤 얼굴, 어떤 옷, 어떤 태도와 결합했는지가 가격을 설득한다.

왜 화려하지 않은데 더 따라 사고 싶을까

정유미 스타일의 특징은 ‘꾸민 티를 덜 내는 설계’다. 사실 이것도 꽤 정교한 연출이다. 프레임은 너무 크지 않고, 렌즈 컬러는 눈이 완전히 사라질 만큼 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옷은 셔츠, 니트, 데님, 원피스처럼 일상성이 강하다. 여기서 선글라스가 주인공처럼 튀기보다 전체 인상을 살짝 올려준다.

마케팅에서 이런 걸 ‘낮은 저항감’이라고 부른다. 소비자가 따라 하기 어렵지 않다고 느끼는 상태다. 제니 선글라스가 강한 캐릭터와 패션 판타지를 만든다면, 정유미 선글라스는 “나도 주말에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현실감을 준다. 이 현실감이 구매 전환에 꽤 세다.

특히 한국 소비자에게 선글라스는 아직도 조금 어려운 아이템이다. 너무 튀면 부담스럽고, 너무 평범하면 굳이 살 이유가 약하다. 정유미식 프레임은 그 중간을 잘 건넌다. 각진 프레임이라도 과하게 날카롭지 않고, 라운드형이라도 복고 느낌이 과하게 밀고 들어오지 않는다. 얼굴을 가리는 물건인데, 사람 자체는 더 부드럽게 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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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얻은 건 노출이 아니라 신뢰였다

연예인 착용 아이템은 보통 두 갈래로 갈린다. 첫째, 순간적으로 품절을 만드는 아이템. 둘째, 몇 년 뒤에도 검색되는 아이템. 전자는 화제성이 강하고, 후자는 신뢰가 쌓인다. 정유미 선글라스는 후자에 가깝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찾는다는 건 단순 노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 가장 좋은 협업은 제품명이 외워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 맥락이 남는 것이다. “휴양지에서 쓰기 좋다”, “민낯에도 어색하지 않다”, “셔츠에 잘 맞는다”, “얼굴이 부드러워 보인다” 같은 문장이 생기면 그 제품은 판매 페이지 밖에서 살아 움직인다. 광고 카피보다 강한 사용자 언어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지점에서 운도 있었다. 정유미가 가진 이미지, 예능의 느슨한 분위기, 여행과 일상의 중간쯤 되는 장면이 맞물렸다. 같은 선글라스라도 레드카펫에서 썼다면 다른 물건처럼 보였을 것이다. 결국 브랜드는 제품을 만들지만, 시장은 장면으로 기억한다.

따라 사기 전에 봐야 할 건 브랜드보다 얼굴 간격이다

솔직히 말하면, ‘정유미 선글라스’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정유미처럼 보이진 않는다. 이건 좀 냉정한 이야기지만 중요하다. 선글라스는 옷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 얼굴 폭, 코 높이, 광대 위치, 눈썹선과 프레임의 간격이 전부 결과를 바꾼다.

  • 얼굴 폭이 좁다면 렌즈 가로가 50~52mm 안팎인 제품이 안정적이다.
  • 광대가 도드라진 편이라면 렌즈 하단이 볼에 닿는지 꼭 봐야 한다.
  • 콧대가 낮거나 흘러내림이 잦다면 풀핏, 아시안핏 표기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 민낯에 자주 쓸 생각이라면 완전 블랙 렌즈보다 브라운이나 그레이 틴트가 덜 부담스럽다.

가격도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는 보통 20만~40만 원대에서 많이 움직이고, 명품 브랜드로 가면 50만 원 이상도 흔하다. 그런데 선글라스는 비쌀수록 무조건 오래 쓰는 물건이 아니다. 내 얼굴에 맞고, 내 옷장에 자주 붙는 제품이 오래 간다. 브랜드 기획자로서 보면 재구매를 만드는 제품은 늘 ‘착용 빈도’에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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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선글라스가 남긴 브랜드 수업

정유미 선글라스가 흥미로운 건, 제품이 스타를 압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좋은 브랜드는 가끔 뒤로 물러날 줄 안다. 로고를 들이밀지 않아도, 소비자가 그 장면을 저장하게 만들면 된다. 오히려 선글라스가 조용했기 때문에 정유미의 분위기가 더 선명해졌고, 그 선명함이 다시 제품으로 돌아왔다.

요즘 브랜드들이 자꾸 큰 메시지, 강한 비주얼, 빠른 품절을 원하지만 오래 남는 건 조금 다르다. 사람의 생활 안에 들어갔을 때 어색하지 않은 약속. 정유미 선글라스는 그 약속을 꽤 잘 보여준다. “이걸 쓰면 멋져 보입니다”보다 “이걸 써도 당신답게 편안할 수 있습니다”에 가까운 약속. 나는 이런 쪽이 훨씬 오래 간다고 본다.

정유미 선글라스가 계속 검색되는 진짜 이유를 브랜드 기획자 눈으로 봤더니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