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눈 건강에 좋다는데 약과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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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눈 건강에 좋다는데 약과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얼마 전 약국에 오신 분이 작은 봉지에 담긴 빨간 열매를 보여주시면서 “이거 기자 맞죠? 눈에 좋다길래 차로 끓여 먹으려고요”라고 물으셨어요. 말씀을 듣고 보니 아마 ‘구기자’를 줄여 부르신 것 같았습니다. 동네 약국에서는 이런 일이 꽤 많습니다. 제품 이름보다 성분 이름이 헷갈리고, 어디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정작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약과 부딪히지는 않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구기자는 전통적으로 차, 술, 분말, 농축액 형태로 많이 먹어 온 열매입니다. 요즘은 루테인, 오메가3, 비타민A처럼 눈 건강 이미지가 강한 성분들과 함께 언급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천연 식품’이라는 말이 곧 ‘누구에게나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혈압약, 당뇨약, 항응고제를 드시는 분이라면 구기자도 한 번쯤 확인하고 드시는 게 좋습니다.

구기자는 어떤 성분 때문에 이야기될까요?

구기자에는 베타카로틴, 제아잔틴, 다당류, 폴리페놀 계열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 중 제아잔틴은 눈의 황반 부위와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성분입니다. 그래서 구기자가 눈 건강에 좋다는 말이 퍼진 면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구기자를 먹는다고 시력이 갑자기 좋아진다거나, 노안을 되돌린다거나, 안질환을 치료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항산화, 혈당 조절, 지질 대사 관련 가능성이 보고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근거는 제품, 추출물, 섭취량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식품으로 먹는 구기자차 한두 잔과 고농축 추출물 캡슐은 같은 얘기로 묶기 어렵습니다.

약국에서 제가 보통 설명드리는 방향은 이렇습니다. 구기자는 건강한 식습관 안에서 곁들이는 식품에 가깝고, 치료 목적이라면 병원 진료와 약물 치료가 중심입니다. 특히 눈이 침침하거나 건조하다면 구기자를 찾기 전에 수면, 스마트폰 사용 시간, 안구건조증, 백내장, 당뇨망막병증 같은 원인도 같이 봐야 합니다.

하루에 얼마나 먹는 게 적당할까요?

구기자는 식품 형태와 추출물 형태가 달라서 하나의 숫자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말린 구기자를 차로 마시는 경우에는 보통 하루 5~10g 정도를 물에 우려 마시는 방식이 흔합니다. 밥이나 죽에 조금 넣는 정도라면 일반 식품 섭취 범위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분말이나 농축액, 캡슐 제품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한 스푼이라도 원물 몇 g에 해당하는지 제품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포장지의 ‘1일 섭취량’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면 기능성 원료명과 1일 섭취량, 주의사항이 표시되어 있고, 일반 식품이라면 기능성을 치료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게 좋습니다.

  • 말린 구기자차: 처음에는 연하게, 하루 1~2잔 정도로 시작
  • 분말 제품: 제품 표시량 기준으로 섭취, 여러 제품 중복 주의
  • 농축액·환·캡슐: 약을 복용 중이면 시작 전 상담 권장
  • 속쓰림, 설사, 두근거림, 발진이 생기면 중단 후 확인

솔직히 영양제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이 먹으면 더 좋겠죠?”라는 질문이 제일 위험합니다. 몸에 좋은 성분도 양이 많아지면 부담이 됩니다. 간과 신장이 처리해야 할 물질이 늘고, 약을 드시는 분은 상호작용 가능성도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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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먹을 때 특히 조심할 약이 있습니다

구기자에서 가장 자주 확인해야 하는 부분은 항응고제입니다. 와파린 같은 약을 드시는 분은 구기자를 고농도로 섭취했을 때 출혈 위험이나 혈액응고 수치 변화가 보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일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지만, 와파린은 음식과 건강식품 영향에 민감한 약이라 가볍게 넘기면 안 됩니다.

당뇨약을 드시는 분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구기자 성분이 혈당 조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에, 이미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인 분이 농축 제품을 함께 먹으면 저혈당 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어지럽거나 식은땀이 나거나 손이 떨리는 증상이 생기면 단순 피로로 넘기지 말고 혈당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혈압약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기자가 혈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평소 혈압이 낮은 편이거나 혈압약을 여러 가지 드시는 분은 처음부터 진한 농축액을 매일 드시는 방식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분은 복용 전 상담이 더 필요합니다

  • 와파린,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등 출혈과 관련된 약을 복용 중인 분
  • 당뇨약이나 인슐린을 사용 중인 분
  • 혈압약을 복용 중이거나 어지럼을 자주 느끼는 분
  •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분
  • 간질환, 신장질환으로 정기 진료를 받는 분
  • 수술이나 시술을 앞둔 분

수술 전에는 건강식품을 잠시 중단하라는 안내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기자도 예외로 두기보다, 담당 의료진에게 먹고 있는 제품 이름과 섭취량을 그대로 알려주는 게 안전합니다.

루테인, 오메가3, 비타민과 같이 먹어도 될까요?

구기자차 정도를 식후에 가볍게 마시는 것과 여러 영양제를 한꺼번에 챙겨 먹는 것은 다릅니다. 루테인 제품에는 이미 지아잔틴이 같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고, 눈 건강 복합제에는 비타민A, 아연, 셀레늄, 오메가3가 함께 들어가기도 합니다. 여기에 구기자 농축 제품까지 더하면 성분이 겹칠 수 있습니다.

특히 비타민A는 지용성 비타민이라 과량 섭취를 조심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식품 수준의 베타카로틴은 대체로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고함량 보충제를 여러 개 겹치면 계산이 필요합니다. 흡연자는 베타카로틴 고함량 보충제 선택에서 더 신중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알려져 있습니다.

오메가3와 항혈소판제, 항응고제를 함께 드시는 분이라면 출혈 관련 주의사항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구기자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성분이 같은 방향으로 작용할 때 전체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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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고를 때는 효능 문구보다 표시사항을 먼저 보세요

약국에서 제품 상담을 할 때 저는 광고 문구보다 뒷면 표시를 먼저 봅니다. 원재료명, 1일 섭취량, 기능성 표시, 섭취 시 주의사항, 제조 형태가 훨씬 중요합니다. “눈에 좋다”, “활력”, “면역” 같은 표현은 넓게 쓰이지만, 실제로 내 몸에 맞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구기자를 차로 마신다면 너무 진하게 오래 끓이기보다 연하게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몸이 예민한 분은 식후에 마시는 게 속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농축액은 맛이 달거나 진해서 음료처럼 마시기 쉬운데, 이 경우 생각보다 섭취량이 빨리 늘 수 있습니다.

기억해둘 점은 단순합니다. 약을 안 드시고 특별한 질환이 없는 성인이 구기자를 음식처럼 조금 먹는 것과, 만성질환 약을 복용하면서 고농축 제품을 매일 먹는 것은 안전성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저는 손님들께 늘 “좋다는 말보다 지금 드시는 약과 몸 상태가 먼저입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건강식품은 생활을 보태는 역할이지, 치료를 대신하는 주인공이 되면 곤란합니다.

기자, 눈 건강에 좋다는데 약과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