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 상담실 옆에서 오래 지켜보다 보면, 다이어트식 때문에 오히려 몸이 더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를 꽤 자주 듣습니다. 아침은 커피 한 잔, 점심은 샐러드, 저녁은 닭가슴살만 먹었는데 살은 조금 빠지다가 멈추고, 변비와 피로감이 먼저 왔다는 식이지요.
사실 다이어트식은 굶는 식단이 아니라 몸이 버틸 수 있게 줄이는 식단에 가깝습니다. 체중을 줄이려면 섭취 열량이 소비 열량보다 적어야 하지만, 단백질·식이섬유·비타민·미네랄까지 같이 줄어들면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다이어트식은 얼마나 먹어야 적당할까요?
많은 분들이 “그냥 적게 먹으면 되지 않나요?”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줄이면 몸은 피곤하고, 식욕은 더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보통은 평소보다 하루 300~500kcal 정도 줄이는 방식이 비교적 현실적입니다. 밥 한 공기를 반 공기로 줄이거나, 달달한 음료 한 잔과 과자 한 봉지를 줄이는 정도만으로도 시작점이 됩니다.
체중 변화는 일주일 단위로 보는 편이 좋습니다. 하루 사이 1kg이 오르내리는 건 지방보다 수분, 염분, 배변 상태의 영향이 큽니다. 2~4주 정도 봤을 때 허리둘레나 체중이 천천히 내려가고, 일상생활을 할 힘이 남아 있다면 방향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접시를 보면 식단이 보입니다
다이어트식이라고 해서 특별한 제품만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집밥도 충분히 다이어트식이 될 수 있습니다. 접시의 절반은 채소, 4분의 1은 단백질, 나머지 4분의 1은 밥이나 고구마 같은 탄수화물로 채운다고 생각하면 훨씬 쉽습니다.
- 단백질: 달걀, 두부, 생선, 살코기, 닭가슴살, 콩류
- 탄수화물: 잡곡밥, 현미밥, 감자, 고구마, 통밀빵
- 채소: 나물, 쌈채소, 샐러드, 데친 브로콜리, 버섯류
- 지방: 견과류 한 줌보다 적은 양, 올리브유나 들기름 소량
세계보건기구는 성인과 10세 이상에서 채소와 과일을 하루 400g 이상 먹는 방향을 권합니다. 물론 과일을 무제한으로 먹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과일주스보다 씹어 먹는 과일이 낫고, 달콤한 과일은 하루 1~2회 작은 접시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샐러드만 먹는데 왜 배가 고플까요?
샐러드가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는 샐러드만으로 한 끼를 끝낼 때 생깁니다. 양상추와 오이만 가득한 샐러드는 부피는 커도 열량과 단백질이 부족합니다. 먹을 때는 가벼운데 두세 시간 뒤 허기가 몰려와 빵, 과자, 떡볶이로 이어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샐러드를 한 끼로 먹고 싶다면 단백질을 꼭 넣는 편이 좋습니다. 삶은 달걀 1~2개, 두부 반 모, 닭가슴살 한 조각, 참치나 연어 약간처럼 씹히는 재료가 있어야 포만감이 오래 갑니다. 드레싱은 따로 받아 1~2큰술 정도만 쓰면 생각보다 열량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피해야 할 다이어트식도 있습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며칠 만에 몇 kg’ 같은 식단입니다. 탄수화물을 거의 끊거나, 한 가지 음식만 먹거나, 보조제에 기대는 방식은 처음에는 숫자가 빨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수분 변화일 수 있고, 오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어지럼, 심한 두근거림, 생리불순, 탈모, 폭식 충동, 잠을 못 잘 정도의 허기, 운동할 힘이 없는 상태가 이어진다면 식단을 다시 봐야 합니다. 당뇨병, 신장질환, 간질환, 임신·수유 중, 청소년, 고령자는 체중 감량 식단을 혼자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병원에 가야 하는 기준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다이어트 중이라고 해서 모든 불편을 참을 필요는 없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6개월 사이 체중의 5% 이상이 빠졌거나, 식사량을 줄이지 않았는데 계속 마른다면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70kg인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3.5kg 이상 빠지는 경우입니다.
검은 변, 피 섞인 변, 지속되는 복통, 삼키기 어려움, 심한 갈증과 잦은 소변, 갑작스러운 부종, 이유 없는 열감이나 식은땀이 함께 있다면 단순 다이어트 문제로 넘기기 어렵습니다. 이런 신호는 몸이 보내는 꽤 분명한 알림일 수 있습니다.
좋은 다이어트식은 화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밥을 아주 끊기보다 양을 조절하고, 단백질을 매끼 챙기고, 채소로 접시의 빈자리를 채우는 식이면 충분히 출발할 수 있습니다. 몸무게 숫자 하나만 좇는 식단보다, 내일도 비슷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단이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