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거실에서 뒹굴거리다가 플레이스테이션스토어 할인 배너를 눌렀는데, 정신 차려보니 장바구니에 게임이 세 개나 들어가 있었다. 분명 처음엔 하나만 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할인율이 크게 붙어 있으면 괜히 지금 안 사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막상 사놓고 한 번도 안 켠 게임이 라이브러리에 쌓이는 걸 보니, 이건 게임 취향 문제가 아니라 구매 습관 문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플레이스테이션스토어를 그냥 둘러보지 않고, 몇 가지 기준을 세워서 본다. 거창한 방법은 아니지만 충동구매는 꽤 줄었다. 특히 디지털 게임은 중고로 되팔 수 없으니, 사기 전 5분만 더 따져봐도 후회가 확 줄어든다.
할인율보다 먼저 보는 건 실제 플레이 시간
플레이스테이션스토어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할인율이다. 70%, 80% 같은 숫자는 꽤 강하다. 그런데 할인율이 높다고 내게 맞는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예전에 대작 액션 게임을 크게 할인할 때 샀는데, 튜토리얼 40분 하고 멈춘 적이 있다. 싸게 샀지만 실제로는 비싼 구매였다.
그래서 나는 가격보다 먼저 예상 플레이 시간을 본다. 내가 평일 밤에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시간 정도다. 이런 생활 패턴에서는 80시간짜리 오픈월드보다 8~15시간 안에 끝나는 게임이 더 잘 맞을 때가 많다. 반대로 주말에 몰아서 하는 편이라면 긴 게임도 괜찮다. 중요한 건 게임의 평판보다 내 생활 리듬이다.
- 평일에 조금씩 한다면 짧은 챕터형 게임이 편하다.
- 주말에 몰아서 한다면 스토리 긴 게임도 부담이 덜하다.
- 온라인 멀티 중심 게임은 같이 할 사람이 있는지 먼저 생각한다.
- 확장팩 포함판은 본편을 끝낼 가능성부터 본다.
솔직히 확장팩이 전부 들어간 에디션은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근데 본편도 안 끝내면 그 든든함은 그냥 라이브러리 장식이 된다.
장바구니에 넣고 하루 묵히는 효과
내가 가장 효과를 본 방법은 장바구니에 넣고 바로 결제하지 않는 것이다. 별것 아닌데 꽤 잘 먹힌다. 할인 종료 시간이 코앞이 아니라면 하루 정도 묵혀둔다. 다음 날 다시 봤을 때도 사고 싶으면 그때는 진짜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재미있는 건 다음 날 다시 보면 마음이 식는 게임이 꽤 많다는 점이다. 전날에는 음악, 스크린샷, 할인 문구가 합쳐져서 엄청 끌렸는데, 다음 날에는 “내가 이걸 언제 하지?”라는 현실적인 질문이 올라온다. 이 질문 하나가 지갑을 꽤 잘 지켜준다.
나는 보통 세 단계로 거른다. 첫째, 지금 설치하면 오늘 바로 실행할 마음이 있는지 본다. 둘째, 비슷한 장르 게임이 이미 라이브러리에 있는지 확인한다. 셋째, 최근 3개월 안에 산 게임 중 아직 안 끝낸 게 몇 개인지 떠올린다. 여기서 막히면 잠깐 멈춘다.
에디션 이름은 생각보다 꼼꼼히 봐야 했다
플레이스테이션스토어에서 은근 헷갈리는 게 에디션이다. 스탠다드, 디럭스, 얼티밋, 번들 같은 이름이 붙는데, 이름만 봐서는 뭐가 들어 있는지 바로 감이 안 온다. 예전에 나는 디럭스라는 말만 보고 추가 스토리가 포함된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코스튬과 아이템 위주였던 적이 있다. 그 뒤로는 포함 콘텐츠를 꼭 펼쳐서 본다.
특히 시즌 패스나 확장팩이 포함된 상품은 더 신중하게 본다. 추가 콘텐츠가 스토리인지, 장비인지, 꾸미기 아이템인지에 따라 체감 가치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스토리 확장팩은 비교적 만족도가 높았고, 초반 장비나 재화 보너스는 금방 잊히는 편이었다.
- 스토리 확장팩 포함 여부를 확인한다.
- 코스튬, 스킨, 아이템 보너스만 있는지 구분한다.
- PS4판과 PS5판 제공 여부를 본다.
- 한국어 자막이나 음성 지원 여부를 확인한다.
이 부분은 귀찮아도 한 번 보는 게 낫다. 같은 게임처럼 보여도 구성 차이 때문에 만족도가 꽤 달라진다.
찜 목록은 가격 추적보다 취향 확인용에 가깝다
찜 목록을 예전에는 할인 알림 받는 용도로만 썼다. 그런데 계속 쓰다 보니 내 취향을 확인하는 도구에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됐다. 몇 달 동안 찜 목록에 남아 있는데도 한 번도 사고 싶지 않은 게임이 있다. 반대로 할인율이 낮아도 계속 눈에 밟히는 게임도 있다.
내 경우에는 로그라이크, 짧은 어드벤처, 협동 게임이 오래 남았다. 반면 그래픽이 화려한 대형 RPG는 자주 찜해두지만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일이 적었다. 이걸 보고 나니 내가 상상하는 취향과 실제로 손이 가는 취향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찜 목록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비운다. 오래된 항목을 보면서 “지금도 하고 싶은가?”를 묻는다. 대답이 흐릿하면 삭제한다. 이상하게 찜 목록이 가벼워지면 다음 구매도 더 또렷해진다.
환불 가능성을 믿기보다 구매 전 확인이 편했다
디지털 게임은 구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마음이 조금 달라진다. 환불 정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다운로드나 실행 여부 같은 조건이 걸릴 수 있어서 처음부터 신중한 편이 속 편하다. 나는 이제 결제 전 마지막 화면에서 게임명, 플랫폼, 에디션, 언어 지원을 한 번 더 본다. 30초도 안 걸리는데 실수를 꽤 막아준다.
특히 가족 계정이나 다른 본체를 같이 쓰는 집이라면 어느 계정으로 사는지도 중요하다. 게임은 샀는데 주로 쓰는 계정에서 헷갈리면 괜히 번거롭다. 자동 결제나 지갑 잔액도 한 번씩 확인해두면 나중에 당황할 일이 줄어든다.
플레이스테이션스토어는 잘 쓰면 정말 편하다. 소파에서 바로 사고, 바로 내려받고, 할인도 자주 만난다. 다만 편한 만큼 충동구매도 쉬워진다. 나는 요즘 장바구니 하루 묵히기, 에디션 확인, 찜 목록 비우기 이 세 가지만 지키는데도 안 하는 게임을 사는 일이 확 줄었다. 할인 숫자보다 내가 실제로 켤 게임인지 보는 쪽이 결국 더 만족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