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만 이득 본 최원준 FA 계약, 숫자를 뜯어보니 더 묘했다

KT만 이득 본 최원준 FA 계약, 숫자를 뜯어보니 더 묘했다

얼마 전 KT 라인업을 보다가 최원준 이름이 1번 타순에 박혀 있는 걸 보고 잠깐 멈췄다. FA 계약 당시만 해도 “4년 48억이 맞나?”라는 반응이 꽤 있었는데, 막상 KT의 팀 사정을 놓고 보니 이 계약은 단순한 외야수 보강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시장에서 시끄럽게 돈을 쓴 쪽보다 조용히 빈칸을 메운 KT가 훨씬 계산을 잘한 느낌이 강하다.

4년 48억, 비싸 보였던 첫인상

최원준의 KT행 조건은 4년 최대 48억 원이었다. 계약금 22억 원, 연봉 총액 20억 원, 옵션 6억 원 구조다. 금액만 떼어놓고 보면 중상급 FA 외야수 가격표다. 여기에 최원준은 A등급이었다. 원소속 구단 NC에는 보상금 8억 원과 보상선수 윤준혁까지 넘어갔다. 그러니 처음 반응이 애매했던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런데 FA는 이름값만 사는 시장이 아니다. 팀이 가장 아픈 자리에, 가장 맞는 유형을, 몇 살짜리 선수로 넣느냐가 진짜 계산이다. 최원준은 공수주를 모두 어느 정도 해내는 외야수이고, 20대 후반에 FA 시장에 나온 선수였다. KBO에서 이 나이대의 주전급 야수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30대 중후반 베테랑에게 단기 고액을 쓰는 것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KT가 산 건 타율보다 라인업의 호흡

KT가 최원준에게 기대한 건 홈런 25개짜리 중심타자 역할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쪽이었다. 출루하고, 뛰고, 외야 수비 범위를 넓히고, 타순 앞쪽에서 김상수·김현수·강백호 이탈 이후 흔들린 공격 흐름을 잇는 역할. 이런 선수는 기록지에서 한 줄로 화려하게 보이지 않아도 경기 안에서는 티가 많이 난다.

시즌 초반 5경기에서 최원준이 출루율 .552를 찍었다는 연합뉴스 보도는 그래서 상징적이었다. 표본은 작다. 하지만 KT가 왜 그를 데려왔는지 보여주는 장면으로는 충분했다. 1번 타자가 누상에 나가면 벤치는 작전을 걸 수 있고, 중심타자는 초구부터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야구에서 출루 하나는 다음 타자의 타석 질까지 바꾼다.

  • 계약 규모: 4년 최대 48억 원
  • 보장 성격: 계약금 22억 원과 연봉 총액 20억 원 중심
  • 변동 요소: 옵션 6억 원
  • 보상 비용: 보상금 8억 원과 보상선수 윤준혁
  • KT의 기대 역할: 1번 타자, 외야 수비, 주루, 라인업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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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 이탈 이후라 더 선명해진 선택

KT의 스토브리그를 따로 떼어 보면 최원준 계약이 그냥 보강처럼 보인다. 그런데 강백호가 한화와 4년 100억 원 계약을 맺고 떠난 흐름까지 같이 놓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T는 팀의 상징성 있는 타자를 잃었다. 장타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잃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똑같은 유형의 거포를 무리하게 찾았다면 가격은 더 뛰었을 가능성이 크다.

KT는 방향을 조금 틀었다. 김현수로 타선의 경험치를 채우고, 한승택으로 포수진 부담을 나눴고, 최원준으로 외야와 테이블세터를 보강했다. 화려한 한 방 대신 여러 자리의 마찰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게 재미있는 부분이다. 팬 입장에서는 대형 계약 하나가 더 짜릿하지만, 실제 시즌 운영에서는 이런 조합형 보강이 승수를 더 안정적으로 만든다.

왜 “KT만 이득”이라는 말이 나왔나

이 표현은 과장이 섞여 있지만 완전히 헛말은 아니다. NC는 A등급 FA를 내주며 보상을 받았다. 계약 규모도 시장 기준에서 아주 헐값은 아니었다. 그런데 KT 입장에서는 48억으로 즉시전력 외야수, 1번 후보, 주루 카드, 수비 안정감을 한 번에 샀다. 특히 수원 홈구장의 넓은 외야와 KT 특유의 마운드 운영을 생각하면 외야 수비력은 단순 부가 옵션이 아니다.

투수 친화적 흐름을 만들려면 외야가 버텨줘야 한다. 안타성 타구 하나를 줄이면 투수 교체 타이밍이 달라지고, 불펜 소모도 달라진다. 최원준의 가치는 타석 기록만으로 계산하면 조금 손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수비 위치, 주루 압박, 타순 연결까지 합치면 48억이라는 숫자가 꽤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 계약의 진짜 관전 포인트

최원준 계약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첫해 타율 몇 리가 아니다. 4년 동안 KT가 그를 어느 역할에 고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1번 타자로 출루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좌우 투수 상대로 출전 폭을 넓힐 수 있는지, 외야 세 포지션을 얼마나 유연하게 소화하는지가 핵심 평가 지점이다. 특히 옵션 6억 원이 붙은 계약이라면 구단도 단순 출장 수보다 일정한 성과 조건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 계약이 KT답다고 본다. 크게 소리 내지 않지만 필요한 조각을 꽤 정확하게 집어 온 계약이다. 최원준이 MVP급 시즌을 보내야 성공인 계약이 아니다. 4년 동안 평균 이상의 출루, 평균 이상의 수비, 평균 이상의 주루를 꾸준히 제공한다면 이미 KT는 이 시장에서 이긴 셈이다. FA 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계약은 가끔 대박을 터뜨리는 계약이 아니라, 시즌 내내 감독의 고민을 하나씩 줄여주는 계약이니까.

KT만 이득 본 최원준 FA 계약, 숫자를 뜯어보니 더 묘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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