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여자배구 팬들 사이에서 정관장 이야기를 하면, 자연스럽게 박미희 전 감독 이름이 따라붙는다. 고희진 감독이 2026년 8월 28일 자진 사퇴한 뒤 구단이 후임 선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면서 판이 급하게 움직였고, 그 틈에서 "정관장 신임 감독 박미희 유력설"이 꽤 크게 번졌다. 아직 구단의 공식 발표가 나온 사안은 아니라 조심스럽게 봐야 하지만, 이 이름이 왜 팬들 입에 오르내리는지는 기록을 보면 금방 이해된다.
갑작스러운 공백, 그래서 더 중요한 타이밍
정관장 입장에서는 감독 선임이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고희진 감독은 선수단 내 부적절 행위 논란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구단은 팀 안정과 경기 준비를 위해 후임 절차에 착수한다고 했다. 시점이 묘하다. 2026-27시즌 준비가 본격화되는 구간에서 감독 공백이 길어지면 훈련 방향, 외국인 선수 활용, 세터 운영, 젊은 선수 출전 계획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
더구나 정관장은 최근 몇 년간 팬덤과 전력이 동시에 커진 팀이다. 구단 소개 기준으로 2023-24시즌에는 7년 만에 봄배구에 올랐고, 2024-25시즌에는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까지 갔다. 그냥 "다시 만드는 팀"이 아니라 이미 높은 곳을 본 팀이라는 뜻이다. 이런 팀은 새 감독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다르다. 분위기 수습만 해서는 부족하고, 바로 성적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
박미희라는 이름이 유력설에 오르는 이유
박미희 전 감독의 강점은 감성적인 이미지보다 숫자에서 먼저 나온다. 2014년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았고, 2022년 3월까지 8년 동안 팀을 이끌었다. 동아일보와 스포츠동아 보도에 나온 기록을 보면 정규리그 통산 240경기 125승 115패, 여자부 역대 다승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단기 반짝이 아니라 긴 시즌을 버틴 감독이라는 점이 크다.
성과의 꼭짓점은 2018-19시즌이다.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며 통합우승을 만들었다. 2016-17시즌 정규리그 우승, 2018-19시즌 통합우승은 모두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여성 감독 역사에서 의미가 큰 기록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이런 이력은 단순히 "우승해본 감독"이라는 말보다 훨씬 무겁다. 긴 리그 운영, 주전 체력 관리, 플레이오프 압박, 스타 선수와 비주전 선수의 역할 배분을 실제로 통과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정관장 전력과 박미희식 운영은 맞을까
정관장의 최근 흐름을 보면 공격력보다 균형이 관건이다. 챔피언결정전까지 간 팀은 이미 상대에게 분석당한다. 다음 시즌에는 "잘하는 것"보다 "막혔을 때 바꿀 수 있는 것"이 중요해진다. 박미희 전 감독은 흥국생명 시절에도 연승 흐름보다 연패를 끊는 회복력, 세트 중반 이후 선수 교체 타이밍, 큰 경기에서의 심리 관리 쪽에서 평가를 받았다.
물론 변수도 있다. 박미희 전 감독은 2022년 이후 현장 사령탑에서는 떨어져 있었고, 최근에는 해설과 협회 역할을 맡아왔다. V리그의 속도는 그 사이 더 빨라졌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 아시아쿼터 활용, 미들블로커의 이동 공격 빈도, 리시브 라인 구성까지 예전보다 계산할 항목이 늘었다. 그래서 이 유력설을 볼 때는 "과거 우승 경력"만 볼 게 아니라 현재 정관장 선수단의 리듬과 얼마나 빨리 맞출 수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
팬들이 숫자 너머에서 보는 장면
솔직히 박미희 유력설이 이렇게 빨리 퍼진 건 기록 때문만은 아니다. 정관장은 지금 성적의 연속성과 팀 문화의 신뢰를 동시에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감독 교체가 흔한 일처럼 보여도, 선수단 안에서는 언어가 바뀌고 훈련 강도가 바뀌고 경기 중 지시의 결이 바뀐다. 특히 여자배구는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 리시브 라인의 안정감이 흔들리면 순위표가 바로 반응한다.
박미희 전 감독이 실제로 선임된다면 가장 먼저 볼 지점은 개막 초반 5경기다. 이 구간에서 세터 운영이 고정될지,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를 경쟁 체제로 둘지, 미들블로커 활용 비중을 얼마나 높일지가 팀 색깔을 보여준다. 반대로 공식 선임이 다른 인물로 향하더라도, 지금 박미희 이름이 거론되는 현상 자체가 정관장 팬들이 원하는 감독상을 말해준다. 경험이 있고, 큰 경기의 압박을 알고, 동시에 팀을 급하게 흔들지 않을 사람. 지금 이 팀에 필요한 조건이 꽤 선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 유력설을 단순한 이름값 경쟁으로 보지는 않는다. 정관장은 이미 봄배구 복귀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지나온 팀이고, 다음 질문은 "한 번 더 갈 수 있느냐"다. 박미희라는 이름이 그 질문 앞에 놓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감독 선임은 새 시즌 여자배구 판도를 흔들 만한 장면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