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사지 말고 빌려서 몸에 맞춰보기
얼마 전 첫 캠핑 간다는 지인이 텐트부터 화로대, 테이블, 랜턴까지 한 번에 사려고 하더군요. 장바구니 금액이 120만 원쯤 됐다는데, 솔직히 말해서 저는 말렸습니다. 캠핑용품은 좋은 물건보다 자기 스타일에 맞는 물건이 오래 갑니다. 저도 예전에 남들이 추천하는 장비를 꽤 샀습니다. 근데 막상 제 캠핑 방식이랑 안 맞아서 창고에서 먼지만 먹은 게 한두 개가 아닙니다.
캠핑용품대여는 그런 실패를 줄이기에 꽤 괜찮은 방법입니다. 특히 1년에 2~3번 갈지, 매달 갈지 아직 모르는 초보라면 더 그렇습니다. 텐트 하나만 해도 돔형, 리빙쉘, 터널형, 원터치, 백패킹용까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사진으로 보면 다 좋아 보이지만, 막상 설치해보면 바람에 약한지, 폴대가 복잡한지, 젖은 상태로 철수할 때 얼마나 귀찮은지 몸으로 알게 됩니다.
대여를 하면 하루 이틀 실제로 써보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침낭이 생각보다 답답한지, 자충매트가 허리에 맞는지, 의자가 낮아서 식사할 때 불편한지 이런 건 설명만 들어서는 잘 모릅니다. 캠핑은 장비 스펙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피로도가 더 중요합니다.
어떤 장비를 빌리고 어떤 건 사야 할까
처음 캠핑을 간다면 비싸고 부피 큰 장비부터 빌리는 게 좋습니다. 텐트, 타프, 테이블, 의자, 화로대, 릴선, 랜턴 같은 것들이죠. 특히 텐트와 타프는 보관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한 번 쓰고 말 가능성도 있습니다. 집에 베란다가 넓지 않다면 젖은 텐트를 말리는 일도 꽤 큰일입니다.
반대로 몸에 직접 닿는 물건은 가능하면 사는 쪽을 권합니다. 침낭 안쪽 라이너, 베개, 식기 일부, 장갑, 개인 랜턴 정도는 자기 것을 쓰는 게 편합니다. 매트도 사람마다 허리 상태가 달라서 자주 갈 생각이면 직접 고르는 게 낫습니다. 다만 첫 캠핑이라면 매트도 빌려보고 두께 5cm와 10cm 차이를 느껴본 뒤 사도 늦지 않습니다.
- 빌리기 좋은 장비: 텐트, 타프, 테이블, 의자, 화로대, 대형 랜턴
- 직접 사면 좋은 장비: 개인 컵, 수저, 장갑, 헤드랜턴, 침낭 라이너
- 상황 보고 결정할 장비: 침낭, 매트, 버너, 아이스박스
차박을 해볼 생각이라면 루프박스나 차박 텐트 같은 건 더더욱 대여로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차마다 트렁크 높이, 뒷좌석 접힘 각도, 전고가 달라서 장비가 맞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 주변에도 차박 텐트 샀다가 자기 차 뒷문 각도랑 안 맞아서 한 번 쓰고 중고로 내놓은 사람이 있습니다.
가격만 보지 말고 구성품을 봐야 한다
캠핑용품대여 가격은 업체마다 차이가 큽니다. 1박 2일 기준으로 기본 세트가 4만 원대인 곳도 있고, 텐트까지 포함하면 10만 원을 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만 보고 고르면 현장에서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4인용 세트’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 구성은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텐트, 테이블, 의자 4개만 있는 세트와 텐트, 타프, 매트, 랜턴, 버너, 코펠까지 포함된 세트는 완전히 다른 상품입니다. 초보에게는 빠진 장비 하나가 꽤 큽니다. 랜턴이 없으면 밤에 밥 먹기도 불편하고, 팩망치가 없으면 텐트 치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릴선은 캠핑장 전기 사이트를 예약했을 때 거의 필수인데, 기본 구성에 빠져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약 전에 꼭 확인할 것
- 텐트 크기가 실제 인원보다 1명 이상 여유 있는지
- 매트나 그라운드시트가 포함되어 있는지
- 랜턴 배터리 충전 상태를 확인해주는지
- 화로대 사용 후 세척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 파손이나 분실 시 비용 기준이 명확한지
여기서 파손 비용은 꼭 봐야 합니다. 캠핑장에서는 바람 때문에 폴대가 휘거나, 팩이 빠지거나, 의자 다리가 눌리는 일이 생깁니다. 일부러 망가뜨린 게 아니어도 비용이 나올 수 있습니다. 대여할 때 사진을 찍어두면 나중에 이야기하기 편합니다. 텐트 스킨에 기존 오염이 있거나 폴대가 살짝 휘어 있다면 수령할 때 바로 기록해두는 게 좋습니다.
초보 캠핑에서는 설치 난이도가 더 중요하다
장비를 빌릴 때 초보가 가장 많이 놓치는 게 설치 난이도입니다. 넓고 멋진 리빙쉘 텐트가 좋아 보이지만, 처음 가는 사람이 해 지기 직전에 도착해서 치기에는 만만치 않습니다. 폴대 색깔 맞추고, 스킨 방향 찾고, 팩 박고, 스트링 잡다 보면 첫날부터 진이 빠집니다.
처음이라면 2~3인용 돔텐트나 원터치 텐트가 편합니다. 가족 캠핑이라도 첫 출정은 욕심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 타프까지 치고 싶다면 렉타타프보다 헥사타프가 조금 단순한 편이고, 바람이 강한 날에는 타프 자체를 접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캠핑에서 가장 무서운 건 비싼 장비가 아니라 바람입니다.
백패킹 쪽은 더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배낭에 넣고 5km만 걸어도 1kg 차이가 몸에 바로 옵니다. 캠핑용품대여로 백패킹 텐트나 경량 매트를 빌릴 때는 무게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텐트 2.5kg은 오토캠핑에선 가벼운 편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산길에서는 꽤 묵직합니다. 침낭도 계절에 맞지 않으면 밤새 잠을 설칩니다. 봄가을 산에서는 낮이 따뜻해도 새벽 기온이 확 떨어집니다.
대여가 더 좋은 경우와 그냥 사는 게 나은 경우
캠핑용품대여가 항상 답은 아닙니다. 자주 다니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장비가 편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꾸준히 간다면 렌탈비가 쌓여서 구입 비용을 넘어섭니다. 예를 들어 한 번 빌릴 때 8만 원씩 10번이면 80만 원입니다. 이 정도면 중급 텐트와 기본 장비를 맞출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계절마다 한두 번 가거나, 아이가 캠핑을 좋아할지 아직 모르는 가족, 차박을 찍먹해보려는 사람, 백패킹 입문자는 빌리는 쪽이 부담이 적습니다. 특히 겨울 캠핑 장비는 난로, 동계 침낭, 일산화탄소 경보기, 서큘레이터 등 챙길 게 많습니다. 겨울 캠핑을 처음부터 풀세트로 사는 건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한 번 경험해보고 자기한테 맞는 계절인지 판단하는 게 낫습니다.
이럴 땐 대여가 낫다
- 캠핑을 1년에 3번 이하로 갈 가능성이 높을 때
- 텐트 종류를 아직 못 정했을 때
- 보관 공간이 부족할 때
- 차박이나 백패킹을 처음 시도할 때
- 겨울 장비를 시험해보고 싶을 때
이럴 땐 구입이 낫다
- 매달 캠핑을 갈 만큼 일정이 잡혀 있을 때
- 같은 캠핑 스타일이 확실할 때
- 위생에 민감한 장비를 자주 쓸 때
- 아이와 함께 써서 세팅 시간을 줄여야 할 때
빌린 장비로도 안전은 직접 챙겨야 한다
대여 장비라고 해서 안전까지 대신 챙겨주는 건 아닙니다. 캠핑장에서 전기 쓰면 릴선은 끝까지 풀어야 열이 덜 납니다. 난로를 쓰면 환기구를 반드시 열어야 하고,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잠자는 위치 근처에 둬야 합니다. 화로대는 텐트 안이나 타프 아래에서 함부로 쓰면 안 됩니다. 바닥이 데크라면 방염포도 필요합니다.
또 하나, 반납 시간에 쫓기면 사고가 납니다. 아침에 비 맞은 텐트를 대충 접다가 폴대를 무리하게 꺾는 경우가 많습니다. 젖은 장비는 업체마다 처리 방식이 다르니 미리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어떤 곳은 젖은 채 반납 가능하고, 어떤 곳은 추가 건조 비용을 받습니다. 이 부분을 모르면 마지막에 기분이 상할 수 있습니다.
제가 초보에게 권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첫 캠핑은 장비 욕심을 줄이고, 가까운 캠핑장으로 가고, 1박만 해보는 겁니다. 캠핑용품대여로 시작하면 내 스타일을 찾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텐트 안에서 허리를 펼 수 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의자는 낮아야 편한 사람도 있고, 요리는 포기하고 커피만 맛있게 마시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걸 알고 나서 사면 장비가 오래 갑니다. 비싼 장비보다 안 쓰고 쌓아두지 않는 장비가 훨씬 좋은 장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