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 가족이 첫 캠핑을 간다며 의자부터 추천해달라고 하더군요. 텐트보다 의자를 먼저 물어보는 걸 보고 웃었습니다. 사실 맞는 순서일 수도 있습니다. 캠핑장에서 제일 오래 몸을 맡기는 장비가 의자거든요. 밥 먹을 때, 커피 마실 때, 불멍할 때, 애들 기다릴 때 전부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너무 비싼 걸 사면 실패했을 때 속이 꽤 쓰립니다.
저도 20년 다니면서 의자만 열 개 넘게 바꿨습니다. 접이식 릴렉스체어, 경량 체어, 로우체어, BBQ 체어, 차박용 벤치까지 다 써봤고 창고에 잠든 것도 많습니다. 지금은 상황별로 3개 정도만 남겼습니다. 장비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들고 나가는 게 좋은 장비입니다.
캠핑의자 추천 전에 앉는 시간을 먼저 봐야 합니다
의자를 고를 때 제일 먼저 볼 건 브랜드가 아닙니다. 내가 캠핑장에서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는지입니다. 1박 2일 오토캠핑에서 거의 사이트에 머무는 스타일이면 푹 기대는 릴렉스체어가 편합니다. 등받이가 길고 팔걸이가 안정적인 제품이죠. 대신 부피가 큽니다. 차 트렁크가 넉넉하지 않으면 두 개만 넣어도 공간을 꽤 잡아먹습니다.
반대로 백패킹이나 미니멀 캠핑이면 경량 체어 쪽이 맞습니다. 보통 900g에서 1.5kg 사이 제품을 많이 씁니다. 500g대 초경량도 있지만 가격이 확 올라가고, 앉았을 때 흔들림이 있는 모델도 있습니다. 산에서 10km 걸은 뒤 앉는 의자라면 200g 차이도 크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차 옆에 세팅하는 캠핑이라면 그 200g보다 앉았을 때 허리가 편한지가 더 중요합니다.
- 오토캠핑 위주: 릴렉스체어, 로우체어, BBQ 체어
- 백패킹 위주: 1kg 안팎 경량 체어
- 차박 위주: 접었을 때 길이가 짧은 체어, 낮은 로우체어
- 아이 동반 캠핑: 넘어짐이 적고 좌면이 낮은 체어
제가 초보에게 가장 많이 말하는 건 “캠핑 스타일이 정해지기 전엔 중간급으로 가라”는 겁니다. 처음부터 20만 원 넘는 의자를 사면 그 의자에 내 캠핑을 맞추게 됩니다. 5만 원에서 9만 원대 제품 중에도 충분히 쓸 만한 게 많습니다.
릴렉스체어는 편하지만 짐이 커집니다
릴렉스체어는 이름처럼 편합니다. 등받이가 길고 목까지 받쳐주는 제품은 불멍할 때 진짜 좋습니다. 특히 40대 이상이거나 허리가 예민한 분들은 짧은 등받이보다 릴렉스체어가 낫습니다. 다만 약점도 분명합니다. 무게가 보통 3kg에서 5kg 정도 나가고, 접어도 길이가 깁니다. 승용차 트렁크에 테이블, 박스, 침낭까지 들어가면 의자가 은근히 부담됩니다.
제가 예전에 가족 캠핑 초반에 릴렉스체어 네 개를 싣고 다녔습니다. 처음엔 “와, 편하다” 했는데 비 오는 날 철수할 때 생각이 바뀌더군요. 젖은 의자 네 개를 닦고 접고 싣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 뒤로 어른 둘만 릴렉스체어를 쓰고, 아이들은 낮은 체어나 벤치로 바꿨습니다. 편함과 수납은 늘 서로 값을 치릅니다.
릴렉스체어 고를 때 보는 부분
- 등받이가 어깨 위까지 올라오는지
- 앉았을 때 무릎이 너무 들리지 않는지
- 팔걸이가 흔들리지 않는지
- 수납 길이가 차 트렁크 폭에 맞는지
- 원단이 너무 얇아 엉덩이 쪽이 처지지 않는지
릴렉스체어는 매장에서 꼭 앉아보는 게 좋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다 비슷한데 실제로 앉으면 허벅지 앞쪽이 눌리는 제품이 있고, 엉덩이가 깊게 빠져 일어나기 힘든 제품도 있습니다. 10초 앉는 것보다 3분쯤 기대 있어보면 차이가 납니다.
백패킹 의자는 가볍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백패킹 의자를 고를 때 많은 분들이 무게만 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600g대 의자를 보고 괜히 마음이 흔들리죠. 그런데 산에서 의자는 무게, 조립 속도, 안정감이 같이 가야 합니다. 바람 부는 능선이나 자갈 많은 데크에서 다리가 얇은 의자는 생각보다 불안합니다. 좌면이 낮으면 안정적이지만 일어날 때 무릎에 부담이 오고, 좌면이 높으면 편하지만 무게와 부피가 늘어납니다.
경량 체어는 대체로 7만 원 이하 보급형, 10만 원대 중급형, 15만 원 이상 고급형으로 나눠 보면 편합니다. 보급형은 입문용으로 괜찮지만 프레임 체결부와 원단 봉제 상태를 잘 봐야 합니다. 중급형은 무게와 내구성 균형이 좋고, 고급형은 확실히 가볍고 마감이 좋습니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백패킹을 갈까 말까 한 사람에게 고급형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 입문 백패킹: 1.0kg에서 1.3kg 정도가 무난
- 장거리 산행: 900g 이하도 고려
- 데크 사용 많음: 다리 끝이 얇지 않은 제품
- 겨울 사용: 장갑 끼고도 조립 쉬운 구조
개인적으로 초보 백패커에게는 너무 낮은 초경량 체어보다 앉고 일어나기 편한 1kg 초반대 제품을 더 자주 추천합니다. 배낭 무게를 줄이는 건 중요하지만, 산에서 밤새 불편하면 다음 산행 자체가 싫어집니다. 오래 가려면 몸이 덜 투덜거리는 장비가 낫습니다.
차박과 미니멀 캠핑은 낮은 의자가 잘 맞습니다
차박은 공간이 좁습니다. 그래서 의자도 펼쳤을 때보다 접었을 때가 중요합니다. 트렁크 안에 매트, 이불, 박스, 버너가 들어가면 긴 의자는 은근히 걸리적거립니다. 이럴 때는 로우체어나 폴딩 스툴이 편합니다. 좌면 높이 25cm에서 35cm 정도면 낮은 테이블과도 잘 맞고, 차 옆에서 간단히 밥 먹기 좋습니다.
다만 로우체어는 키 큰 사람에게 불편할 수 있습니다. 무릎 각도가 많이 접히기 때문입니다. 키가 180cm 이상이면 너무 낮은 의자보다 좌면 35cm 안팎을 먼저 앉아보는 게 좋습니다. 허리가 안 좋은 분도 바닥 가까운 의자는 오래 앉으면 뻐근할 수 있습니다.
가격대별로 현실적인 선택
- 3만 원 이하: 피크닉, 당일 캠핑, 예비 의자용
- 5만 원에서 9만 원대: 초보 오토캠핑 주력 의자로 무난
- 10만 원에서 15만 원대: 앉는 시간 많은 사람에게 체감 있음
- 15만 원 이상: 백패킹 무게 절감이나 장기 사용 목적일 때 고려
싼 의자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프레임 유격, 봉제선, 하중 표기, 수납 가방 내구성은 봐야 합니다. 특히 체중이 있는 분은 표기 하중만 믿기보다 실제 후기에서 프레임 휘어짐 이야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의자는 고장 나면 바로 몸으로 넘어지는 장비라 대충 고르면 안 됩니다.
제가 캠핑의자 추천할 때 빼지 않는 기준
첫째, 식사 자세가 나오는지 봅니다. 의자가 너무 뒤로 누워 있으면 고기 굽고 밥 먹을 때 허리를 계속 숙여야 합니다. 불멍에는 좋은데 식사에는 별로인 의자가 많습니다. 캠핑장에서 한 의자로 다 해결하려면 등받이가 너무 눕지 않은 제품이 편합니다.
둘째, 원단 교체나 세탁이 쉬운지 봅니다. 캠핑 의자는 흙, 음식물, 장작 냄새를 다 먹습니다. 밝은 색 면 원단은 예쁘지만 관리가 빡셉니다. 아이가 있거나 비 오는 날도 다닌다면 진한 색 폴리 원단이 속 편합니다. 면 혼방은 감성은 좋은데 젖으면 마르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셋째, 수납 가방을 봅니다. 이상하게 의자는 본체보다 가방이 먼저 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퍼가 약하거나 손잡이 박음질이 얕으면 몇 번 들고 다니다 실밥이 풀립니다. 캠핑장에서 철수할 때 가방이 찢어지면 별것 아닌데 기분이 꽤 상합니다.
- 불멍 중심이면 릴렉스체어
- 식사와 휴식 겸용이면 등받이 각도 적당한 폴딩체어
- 짐을 줄이고 싶으면 경량 체어
- 차박이면 수납 길이 짧은 로우체어
- 아이용은 낮고 넓은 구조
캠핑의자 추천을 딱 하나로 끝내달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저는 보통 되묻습니다. 차는 어떤 차인지, 캠핑은 한 달에 몇 번 가는지, 밥을 오래 먹는지, 불멍을 오래 하는지. 이 네 가지가 정해지면 의자는 거의 좁혀집니다. 남들이 좋다는 의자보다 내 캠핑장 바닥과 내 허리에 맞는 의자가 오래 갑니다.
처음 사는 분이라면 너무 힘주지 말고 5만 원에서 9만 원대 중간급 의자 하나로 시작하는 걸 권합니다. 몇 번 다녀보면 내가 높은 의자를 좋아하는지, 낮은 의자가 편한지, 등받이가 긴 걸 원하는지 금방 압니다. 그때 좋은 걸 사도 늦지 않습니다. 캠핑 장비는 한 번에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몇 번 다녀오면서 내 몸에 맞춰가는 쪽이 훨씬 덜 후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