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참외를 샐러드로 냈는데, 한 분이 “왜 집에서는 금방 물이 흥건해져요?” 하고 묻더라고요. 사실 참외샐러드는 재료보다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참외 자체가 수분이 많아서 드레싱을 미리 섞어두면 10분만 지나도 접시 바닥에 물이 고입니다. 그래서 참외샐러드 드레싱은 맛도 맛이지만, 언제 넣고 얼마나 버무리느냐가 반입니다.
저도 예전에 한식당 주방에서 여름 코스 곁들임으로 참외무침을 냈다가, 바쁜 시간에 미리 버무려 두는 바람에 참외가 축 처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배운 게 있어요. 참외는 소금에 절이는 채소가 아니라, 단맛과 아삭함을 살려서 마지막에 가볍게 입히는 과일 채소처럼 다뤄야 합니다.
참외샐러드에 잘 맞는 기본 드레싱 비율
참외 1개, 보통 손질 후 220~250g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드레싱은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넉넉히 붓는 순간 맛이 진해지는 게 아니라 물이 많아집니다. 기본 비율은 아래 정도면 충분합니다.
- 올리브오일 1큰술
- 식초 1큰술
- 꿀 또는 올리고당 1작은술
- 소금 2꼬집
- 후춧가루 약간
- 레몬즙 1작은술, 있으면 추가
여기서 큰술은 밥숟가락으로 가득 뜬 양이 아니라 계량스푼 기준 15ml입니다. 집에서 밥숟가락으로 할 때는 오일과 식초를 숟가락 가장자리에서 넘치지 않게 담으면 비슷합니다. 꿀은 많이 넣지 않아도 됩니다. 참외가 이미 달기 때문에 단맛을 더하는 역할보다 식초의 날카로움을 둥글게 잡아주는 정도면 좋아요.
식초는 현미식초, 사과식초, 화이트발사믹 모두 어울립니다. 현미식초는 가장 익숙한 새콤함이 나고, 사과식초는 향이 가볍습니다. 화이트발사믹은 단맛이 있어서 꿀을 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일반 진한 발사믹도 쓸 수 있지만 색이 탁해져서 참외의 노란빛이 덜 살아납니다.
참외 손질은 얇게, 씨는 상황에 따라
참외는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전부 벗기지 말고 줄무늬처럼 일부 남겨도 좋습니다. 껍질이 조금 남으면 씹는 느낌이 살아나고 접시에 담았을 때 색도 예쁩니다. 다만 껍질이 질긴 참외라면 억지로 남기지 않는 게 낫습니다. 샐러드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야 하니까요.
씨는 참외 상태에 따라 다르게 봅니다. 씨 부분이 탱글하고 단맛이 좋으면 일부 남겨도 됩니다. 그런데 물이 많은 참외, 너무 익어서 씨 주변이 흐물한 참외라면 숟가락으로 긁어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드레싱을 넣는 샐러드는 씨 주변 수분이 빠르게 흘러나와 맛을 흐립니다.
두께는 3~4mm 정도가 좋습니다. 너무 두꺼우면 드레싱이 겉돌고, 너무 얇으면 금방 숨이 죽습니다. 저는 반달 모양으로 썰거나 길게 채 썰 때도 4mm는 남깁니다. 여기에 오이, 루콜라, 양파, 토마토를 더할 수 있는데 물 많은 재료끼리만 모으면 접시가 금방 젖습니다. 그래서 잎채소나 견과류처럼 수분을 덜 내는 재료를 조금 섞으면 균형이 좋아집니다.
물 생기지 않게 버무리는 순서
드레싱은 작은 그릇에서 먼저 섞습니다. 오일, 식초, 꿀, 소금을 한 번에 넣고 젓가락이나 작은 거품기로 20초 정도 섞으면 됩니다. 완전히 걸쭉한 유화까지 만들 필요는 없지만, 소금과 꿀이 덩어리로 남으면 어떤 조각은 짜고 어떤 조각은 싱거워집니다.
참외는 버무리기 직전까지 냉장고에 두는 게 좋습니다. 차가운 참외는 아삭함이 오래가고, 드레싱을 만났을 때 수분이 천천히 나옵니다. 접시에 담기 3분 전이 가장 좋고, 손님상이라면 참외와 드레싱을 따로 준비해 두었다가 내기 직전에 합칩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큰 볼에 참외와 부재료를 넣습니다. 그다음 드레싱을 전부 붓지 말고 70%만 넣어 가볍게 뒤집습니다. 손에 힘을 주고 주무르듯 버무리면 참외 조직이 눌려 물이 더 빨리 나옵니다. 젓가락 두 벌이나 샐러드 집게로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듯 6~8번만 섞습니다. 맛을 본 뒤 싱거우면 남은 드레싱을 조금 더 넣습니다.
여기서 소금을 참외에 먼저 뿌려 절이면 안 되냐고 많이 묻습니다. 오이무침은 그렇게 해도 되지만 참외샐러드는 다릅니다. 참외는 절이는 순간 단맛이 빠지고 식감이 물러집니다. 숨을 죽여 양념을 먹이는 반찬이 아니라, 겉에 드레싱을 얇게 입히는 음식으로 생각하면 실패가 줄어듭니다.
한식 반찬처럼 먹고 싶을 때 드레싱 바꾸기
양식 느낌의 오일 드레싱이 부담스러울 때는 고춧가루를 아주 조금 넣으면 참외무침과 샐러드 사이 맛이 됩니다. 참외 1개 기준으로 식초 1큰술, 매실청 1큰술, 국간장 1작은술, 고춧가루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이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다진 마늘은 아주 소량, 1/4작은술만 넣습니다. 마늘이 많으면 참외 향을 덮어버립니다.
이 버전은 삼겹살, 불고기, 닭구이 옆에 잘 맞습니다. 다만 참기름이 들어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무거워지니 바로 먹는 상차림에 어울립니다. 도시락이나 미리 만들어 두는 메뉴라면 참기름은 빼고, 먹기 직전에 몇 방울만 떨어뜨리는 편이 낫습니다.
요거트 드레싱도 의외로 잘 맞습니다. 플레인요거트 2큰술, 레몬즙 1작은술, 꿀 1작은술, 소금 1꼬집을 섞으면 아이들도 먹기 편한 맛이 됩니다. 단, 요거트는 묽은 제품보다 되직한 제품이 좋습니다. 너무 묽으면 참외에서 나온 물과 섞여 금방 흐려집니다.
없을 때 대체 재료와 실패했을 때 수습법
레몬이 없으면 식초만 써도 됩니다. 대신 식초 향이 강하면 양을 2작은술로 줄이고 물 1작은술을 섞어 날카로움을 낮춥니다. 꿀이 없으면 올리고당이나 설탕을 써도 되는데, 설탕은 잘 녹지 않으니 드레싱에 먼저 넣고 충분히 저어야 합니다. 올리브오일이 없을 때는 포도씨유나 카놀라유처럼 향이 약한 기름이 낫습니다. 참기름은 한식 버전이 아니라면 양을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이미 물이 많이 생겼다면 버리지 말고 체에 1분만 받쳐둡니다. 오래 두면 맛까지 빠져요. 물기 뺀 참외에 오일 1작은술, 식초 1작은술, 소금 한 꼬집을 새로 섞어 가볍게 입히면 어느 정도 살아납니다. 싱거워졌다고 소금만 더 넣으면 다시 물이 나오니, 산미와 기름을 같이 보충하는 게 낫습니다.
너무 시게 됐을 때는 참외를 조금 더 썰어 넣는 게 제일 자연스럽습니다. 재료가 없다면 꿀 1/2작은술을 추가하고 오일도 1작은술 넣어 균형을 맞춥니다. 너무 달게 됐을 때는 소금이 아니라 식초 몇 방울이 먼저입니다. 소금으로 잡으려 하면 단짠이 강해져 샐러드가 아니라 절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참외샐러드 드레싱은 화려한 재료보다 손이 가벼워야 맛있습니다. 참외가 맛있는 날에는 양념을 덜고, 참외가 조금 밍밍한 날에는 식초와 소금을 아주 조금만 올려주면 됩니다. 주방에서 오래 일하며 느낀 건, 여름 재료는 많이 만질수록 맛이 흐려진다는 점입니다. 참외는 특히 그렇습니다. 차갑게 두었다가 마지막에 살짝 버무려 먹으면, 그 단순한 한 접시가 밥상에서 꽤 오래 기억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