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후쿠오카 외곽의 작은 상점가를 걷는데, 관광객보다 장 보러 나온 동네 사람들이 더 많았다. 유명한 전망대나 큰 쇼핑몰보다 그런 골목에서 시간이 천천히 흘렀고, 그때마다 느꼈다. 일본여행준비물은 거창한 장비보다 하루를 덜 피곤하게 만드는 작은 물건들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일본은 편의점과 드럭스토어가 많아서 웬만한 건 현지에서 살 수 있다. 그런데 조용한 동네, 늦게 닫는 상점이 드문 주택가, 버스가 1시간에 1~2대 오는 바닷가 마을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필요한 순간에 바로 꺼낼 수 있는 준비물이 여행의 결을 꽤 바꾼다.
입국 전에는 서류와 화면을 먼저 챙겼다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여권이다. 미국 국무부와 일본 측 안내 기준으로 관광 목적 90일 이내 체류는 비자 없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국적과 체류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출발 전에는 일본대사관이나 영사관 안내를 한 번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Visit Japan Web도 미리 입력해두면 공항에서 덜 허둥댄다. 일본 디지털청 안내에 따르면 입국 심사와 세관 신고 정보를 온라인으로 등록할 수 있고, 일본 세관도 전자 신고를 권한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종이를 찾는 것보다 숙소에서 차분히 입력해두는 쪽이 훨씬 나았다.
- 여권과 여권 사진면 캡처
- 항공권, 숙소 예약 내역, 귀국편 정보
- Visit Japan Web 등록 화면 캡처
- 해외 결제 가능한 카드 1~2장
- 현금 엔화, 특히 천 엔권과 동전
캡처는 생각보다 유용하다. 공항 와이파이가 느리거나, 유심 전환 직후 데이터가 잠깐 불안정할 때가 있다. 화면 하나 찾느라 줄에서 당황하는 일을 줄여준다.
조용한 동네를 걷는 여행에는 현금과 작은 가방이 편했다
도쿄나 오사카 중심부에서는 카드 결제가 꽤 편하다. 하지만 오래된 찻집, 동네 식당, 지방의 작은 빵집은 아직 현금만 받는 곳도 있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곳들은 간판이 작고, 점심 장사만 하고, 할머니가 직접 계산대를 보는 가게가 많았다.
그래서 일본여행준비물 목록에 동전 지갑을 넣는다. 일본은 동전이 빨리 쌓인다. 100엔, 500엔 동전은 자판기나 코인락커, 동네 목욕탕에서 자주 쓰인다. 지갑 안에서 동전이 굴러다니면 계산할 때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가방은 큰 백팩보다 작은 크로스백이 편했다. 골목 사진을 찍고,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작은 상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 양손이 비는 게 좋다. 단, 여권과 지갑은 몸 가까이에 두는 게 낫다. 일본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해도 여행자는 늘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
로컬 동선에서는 발과 배터리가 제일 먼저 지친다
사실 일본 여행에서 가장 많이 쓰는 건 다리다. 지하철역 안에서도 꽤 걷고, 작은 마을은 버스 정류장에서 목적지까지 15분쯤 걷는 일이 흔하다. 하루 1만 5천 보를 넘긴 날도 많았다. 예쁜 신발보다 오래 걸어도 발바닥이 덜 아픈 신발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 많이 걸어도 편한 운동화
- 작은 물티슈와 손수건
- 접이식 장바구니
- 가벼운 우산 또는 방수 재킷
- 보조배터리와 짧은 충전 케이블
일본정부관광국 안내 기준으로 일본 전압은 100V이고 콘센트는 A형이 기본이다. 미국에서 쓰던 플러그는 모양이 맞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식 둥근 플러그를 쓰는 충전기는 어댑터가 필요하다. 고데기나 드라이어처럼 전압을 타는 제품은 정격 표시를 꼭 본다.
보조배터리는 거의 필수에 가깝다. 지도, 번역, 열차 시간표, 결제 앱까지 휴대폰 하나에 몰려 있다. 조용한 해안 동네에서 노을을 보고 돌아오려는데 배터리가 7퍼센트였던 날이 있었다. 그 뒤로는 작은 보조배터리를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둔다.
골목 여행을 편하게 만드는 사소한 물건들
일본 동네를 걷다 보면 쓰레기통이 생각보다 적다. 편의점에서 산 커피 컵이나 작은 포장지를 한동안 들고 걸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작은 비닐봉지나 지퍼백을 챙기면 의외로 편하다. 거창한 친환경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가방 안이 깨끗해진다.
손수건도 자주 썼다. 여름에는 땀을 닦고, 겨울에는 손 씻은 뒤 말릴 곳이 애매할 때 쓴다. 작은 식당에서 물컵 옆에 조용히 올려두면 괜히 내 자리가 단정해지는 느낌도 있다.
약은 조금 보수적으로 챙긴다. 평소 먹는 약, 소화제, 진통제, 밴드 정도면 충분한 경우가 많다. 다만 일부 의약품은 일본 반입 기준이 까다로울 수 있어서, 처방약이 있다면 일본 후생노동성이나 대사관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미국 처방전이 일본에서 그대로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가 실제로 가장 자주 꺼낸 것
- 동전 지갑: 버스, 자판기, 작은 가게에서 유용했다
- 손수건: 계절 상관없이 하루에 몇 번씩 썼다
- 보조배터리: 길 찾기 많은 날의 보험이었다
- 접이식 장바구니: 빵집과 마트에서 특히 편했다
- 얇은 겉옷: 전철과 카페 안이 생각보다 서늘했다
짐은 줄이고, 빈자리는 남겨두는 쪽이 좋았다
처음 일본에 갈 때는 혹시 몰라서 많이 챙겼다. 옷도 넉넉히 넣고, 세면도구도 큰 통째로 넣었다. 그런데 몇 번 다녀보니 남는 건 대부분 무게였다. 일본 숙소에는 기본 용품이 잘 갖춰진 곳이 많고, 편의점에서 필요한 걸 쉽게 살 수 있다.
대신 가방의 20퍼센트쯤은 비워둔다. 동네 마트에서 산 지역 과자, 오래된 문구점에서 고른 엽서, 작은 도자기 컵 하나가 들어갈 자리다. 유명한 기념품보다 그런 것들이 오래 남았다. 여행지의 분위기를 들고 오는 느낌이 있어서.
일본여행준비물은 결국 여행 방식에 맞춰 달라진다. 쇼핑이 목적이면 큰 캐리어가 편하고, 조용한 골목을 오래 걷는 여행이면 가벼운 짐과 편한 신발이 더 중요하다. 나는 후자에 조금 더 마음이 간다. 사람이 적은 골목에서 오래 걷고, 작은 가게의 문 여는 소리를 듣고, 숙소로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았을 때 몸이 너무 지치지 않은 여행. 그런 하루를 위해 챙기는 물건들이 가장 좋은 준비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