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가족끼리 강원도 여행 얘기를 하다가 또 느꼈어요. 강원도는 좋은 곳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가 어렵더라고요.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시장도 있고, 차로 조금만 더 가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나와요. 그래서 저는 강원도가볼만한곳을 찾을 때 유명한 순서보다 ‘하루에 무리 없이 묶이는지’를 먼저 봅니다. 기름값, 주차비, 식비까지 생각하면 동선이 곧 여행 예산이거든요.
처음 가는 강원도라면 권역부터 나누기
강원도는 지도에서 보면 가까워 보여도 실제 이동 시간이 꽤 큽니다. 속초에서 원주까지는 같은 강원도여도 당일에 가볍게 오가기엔 피곤하고, 강릉에서 철원도 방향이 완전히 달라요. 그래서 1박 2일 기준으로는 동해안, 산·숲, 내륙 미술·시장 코스로 나누는 게 편합니다.
- 바다 중심: 속초, 강릉, 동해, 삼척
- 숲과 산 중심: 인제, 평창, 설악산, 대관령
- 시장·미술·걷기 중심: 원주, 춘천, 철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도 강원 관광지가 여러 곳 들어갔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 남이섬, 대관령, 뮤지엄산, 속초관광수산시장,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원대리 자작나무숲,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에요. 이미 검증된 명소가 많다는 뜻이지만, 전부 하루에 넣으면 여행이 아니라 이동 훈련이 됩니다.
바다 보고 먹거리까지 챙기는 코스
동해안을 처음 간다면 속초와 강릉을 가장 무난하게 추천합니다. 속초는 설악산 국립공원과 속초관광수산시장을 같이 묶기 좋아요. 오전에는 설악산 케이블카나 가벼운 산책 코스를 잡고, 오후에는 시장에서 닭강정이나 회, 오징어순대처럼 바로 먹기 좋은 메뉴를 고르면 식비 계획도 세우기 쉽습니다. 시장 음식은 2~3명이 여러 가지를 나눠 먹으면 식당 한 끼보다 만족도가 꽤 높더라고요.
강릉은 경포대, 안목 커피거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쪽으로 나누면 됩니다. 경포대는 산책하기 좋고, 안목은 커피 한 잔 놓고 바다 보기 좋아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바닷가 절벽을 따라 걷는 길이라 사진보다 실제 풍경이 더 시원합니다. 다만 파도나 기상 상황에 따라 운영이 달라질 수 있어서 출발 전 강릉시 관광 안내나 현장 공지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이렇게 잡기
아이와 가는 일정은 ‘걷는 곳 1개, 먹는 곳 1개, 쉬는 곳 1개’ 정도가 딱 좋습니다. 예를 들면 오전 경포호 산책, 점심 초당두부, 오후 바다 구경처럼요. 어른 욕심으로 명소를 4곳 넣으면 결국 주차장 찾고 화장실 찾다가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히 여름 성수기에는 해변 근처 주차장이 빨리 차니 숙소 주차 가능 여부를 먼저 보는 게 은근히 돈을 아낍니다.
숲과 산을 좋아하면 인제·평창 쪽
조용한 여행을 좋아한다면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흰 자작나무가 촘촘히 서 있어서 계절마다 분위기가 달라요. 눈 온 뒤에는 정말 예쁜데, 그만큼 미끄럼 대비가 필요합니다. 운동화보다 접지력 있는 신발이 낫고, 겨울에는 장갑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사진 찍는 동안 손이 빨리 시려워요.
평창은 대관령과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을 묶기 좋습니다. 대관령은 바람이 시원하고 탁 트인 느낌이 좋아서 답답할 때 가기 좋고, 발왕산은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체력 부담이 줄어듭니다. 대신 산 위는 기온 차가 커서 한여름에도 얇은 겉옷 하나 챙기는 게 낫습니다. 저는 여행 가방에 접히는 바람막이를 항상 넣는데, 강원도에서는 이게 꽤 자주 쓰입니다.
- 봄: 대관령, 남이섬, 강릉 경포 일대
- 여름: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속초 해변, 무릉계곡
- 가을: 설악산, 오대산, 원대리 자작나무숲
- 겨울: 평창 발왕산, 홍천·평창 스키장 주변, 화천·홍천 겨울 축제
비 오는 날에도 괜찮은 실내·시장 코스
강원도 여행에서 날씨가 흐리면 일정이 확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원주 뮤지엄산은 좋은 대안이에요. 건축, 전시, 야외 공간이 함께 있어서 비가 오락가락해도 시간을 보내기 괜찮습니다. 입장료가 있는 곳이라 가족 인원이 많으면 비용이 커지지만, 카페만 찍고 나오는 일정이 아니라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면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속초관광수산시장도 날씨 영향을 덜 받는 편입니다. 다만 주말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몰려서 유모차나 큰 캐리어가 있으면 움직이기 불편할 수 있어요. 저는 시장은 식사 피크를 살짝 피해서 갑니다. 오전 11시 전이나 오후 3시쯤 가면 줄이 조금 낫고,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으면 자리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
돈 아끼는 작은 기준
강원도는 숙소 위치가 예산을 많이 좌우합니다. 바다 바로 앞 숙소는 전망값이 붙는 경우가 많고, 차로 10분만 들어가도 가격이 내려가는 날이 있어요. 대신 겨울이나 비 오는 날에는 이동이 번거로울 수 있으니, 숙소비와 이동 피로를 같이 봐야 합니다. 숙소 예약 전에는 주차 무료 여부, 취사 가능 여부, 주변 편의점 거리 이 세 가지를 꼭 확인합니다. 별것 아닌데 현장에서 돈 쓰는 횟수가 줄어요.
1박 2일 추천 동선
가장 무난한 코스는 속초 1박입니다. 첫날 설악산을 가볍게 보고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저녁을 해결한 뒤, 다음 날 바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식이에요. 운전 피로가 적고 먹거리 선택지가 많아서 부모님과 가도 실패가 적습니다.
조금 감성 있는 여행을 원하면 강릉 1박도 좋습니다. 경포대, 초당두부마을, 안목 커피거리,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중에서 2~3곳만 고르면 일정이 여유롭습니다. 사진 욕심이 있다면 해 질 무렵 바다 쪽 시간을 비워두는 게 좋아요. 낮보다 사람이 덜하고 빛도 부드럽습니다.
숲 여행은 인제와 평창을 따로 잡는 걸 권합니다. 원대리 자작나무숲과 발왕산을 하루에 모두 넣을 수도 있지만 이동 시간이 길어져서 걷는 재미가 줄어듭니다. 강원도는 빨리 많이 보는 곳이라기보다, 한 곳에서 바람 쐬고 밥 한 끼 천천히 먹을 때 제일 좋더라고요. 강원도가볼만한곳을 고를 때도 유명한 이름보다 내 체력, 동행자 나이, 계절을 먼저 맞추면 여행 만족도가 훨씬 올라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