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퇴사를 앞두고 회사에서 IRP 계좌번호를 보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급여통장으로 받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따로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니, 처음엔 괜히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실 IRP계좌개설 자체는 모바일로 10분 안팎이면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어떤 목적으로 여는지, 세액공제 한도는 어떻게 되는지, 중간에 돈이 필요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미리 알고 시작하는 편이 훨씬 편합니다.
IRP 계좌가 필요한 순간부터 구분하기
IRP는 개인형퇴직연금입니다. 퇴직금을 받아 두는 계좌이기도 하고, 본인이 추가로 돈을 넣어 노후자금으로 굴리는 계좌이기도 합니다. 2022년 4월 14일부터는 퇴직금을 받을 때 원칙적으로 개인형 IRP 계좌로 이전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만 55세 이후 퇴직했거나 퇴직급여가 300만원 이하인 경우처럼 예외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설 목적을 먼저 나누는 게 좋습니다. 퇴직금 수령용이라면 계좌번호나 계좌확인서를 회사에 제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말정산 절세용이라면 매달 얼마를 넣을지, 이미 연금저축에 넣고 있는 돈이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둘을 한 계좌에 같이 넣어도 되지만, 나중에 일부 인출 가능성을 생각하면 퇴직금 재원과 개인 추가납입금을 별도 IRP로 관리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합니다.
개설 전에 비교할 것은 수수료와 상품입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에서 IRP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다 같은 IRP 같지만 실제로는 수수료와 운용 가능한 상품이 조금씩 다릅니다. 금융감독원 안내에서도 비대면으로 개설하면 수수료가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면제 조건이 퇴직금에도 적용되는지, 개인이 추가로 납입한 돈에만 적용되는지는 금융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상품 종류도 봐야 합니다. 예금 같은 원리금보장형을 주로 쓸 사람과 ETF, 펀드, TDF로 운용하려는 사람은 맞는 금융회사가 다를 수 있습니다. IRP 안에서는 주식형 펀드나 ETF 같은 위험자산을 보통 적립금의 70%까지만 담을 수 있고, 예금 등 안전자산은 100%까지 가능합니다. 개별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파는 일반 주식계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 비대면 개설 수수료 면제 여부
- 예금, 펀드, ETF, TDF 등 운용 상품 범위
- 앱에서 상품 변경과 입금 관리가 쉬운지
- 퇴직금 수령용 서류 발급이 간단한지
- 디폴트옵션 등록과 변경이 편한지
모바일 IRP계좌개설 순서
준비물은 보통 신분증, 본인 명의 휴대전화, 본인 명의 입출금 계좌, 인증서 정도입니다. 금융회사에 따라 건강보험 자격 확인이나 소득 확인 서류가 필요할 수 있고, 직장인·개인사업자·프리랜서 여부에 따라 확인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요즘은 앱에서 자동 확인되는 경우도 많지만, 주말이나 늦은 시간에는 다음 영업일에 처리될 수 있습니다.
앱에서는 일반 계좌가 아니라 퇴직연금 또는 개인형 IRP 메뉴를 찾아야 합니다. 그다음 본인인증, 신분증 촬영, 투자성향 확인, 운용관리계약과 자산관리계약 확인 순서로 진행됩니다. 중간에 약관이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 수수료, 중도해지 과세, 투자 위험 안내가 같이 나옵니다. 그냥 넘기기 쉬운 부분이지만 IRP는 오래 가져가는 계좌라 한 번은 차분히 읽는 게 좋습니다.
퇴직금 수령용이라면
개설이 끝나면 계좌번호를 회사 담당자에게 전달합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형식이 계좌번호만인지, 계좌확인서까지 필요한지 확인하면 됩니다. 퇴직금이 들어온 뒤 바로 해지해서 일시금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그 경우 퇴직소득세가 정산됩니다. 반대로 계좌에 두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퇴직소득세 부담이 낮아지는 구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절세용이라면
IRP와 연금저축을 합쳐 연간 세액공제 대상 한도는 기본적으로 900만원입니다. 이때 연금저축만으로는 600만원까지, IRP까지 활용하면 합산 900만원까지 넓어집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이하인 사람은 지방소득세 포함 16.5%, 그보다 소득이 높으면 13.2%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공제 대상 900만원을 채우고 16.5%를 적용받는다면 세액공제액은 148만5천원입니다. 다만 이미 낼 세금이 그보다 적다면 체감 환급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설 후에 그냥 두면 돈이 놀 수 있습니다
IRP 계좌를 만들고 입금까지 했다고 자동으로 좋은 상품에 투자되는 건 아닙니다. 직접 상품을 매수하지 않으면 현금성 대기자금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계좌 개설 후에는 예금으로 둘지, TDF처럼 은퇴 시점에 맞춘 상품을 쓸지, ETF를 섞을지까지 한 번 더 선택해야 합니다. 투자 판단이 어렵다면 사전지정운용제도, 흔히 말하는 디폴트옵션을 등록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도해지도 가볍게 볼 부분은 아닙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전세보증금, 6개월 이상 요양, 개인회생·파산, 재난 피해처럼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으면 중도인출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 외의 이유로 돈이 필요하면 일부만 빼기 어려워 계좌 해지를 고민하게 되는데,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금과 운용수익에는 기타소득세 16.5%가 붙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IRP에 넣을 돈은 최소 55세 이후까지 묶여도 괜찮은 금액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IRP계좌개설은 버튼 몇 번으로 끝나지만, 실제 차이는 그다음에 생깁니다. 수수료가 낮고 내가 쓸 상품이 있는 곳을 고르고, 납입 한도를 내 연말정산 상황에 맞추고, 급하게 꺼내 쓸 돈과 노후자금을 섞지 않는 것만으로도 훨씬 덜 흔들립니다. 처음엔 복잡해 보여도 하나씩 나눠 보면 꽤 실용적인 계좌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