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매매, 월세만 믿고 들어갔다가 직접 발품 팔며 배운 이야기

상가건물매매, 월세만 믿고 들어갔다가 직접 발품 팔며 배운 이야기

얼마 전 경매 입찰장에서 오래 알고 지낸 투자자를 만났습니다. 그분이 조용히 보여준 물건이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상가건물이었는데, 겉으로 보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로변 코너, 보증금 합계 1억 8천만 원, 월세 760만 원. 숫자만 보면 “이 정도면 은퇴용으로 괜찮겠네” 싶은 물건이죠. 그런데 제가 등기부와 임대차 내역을 같이 보다가 바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상가건물매매는 월세표만 보고 판단하면 정말 위험합니다.

상가건물매매에서 첫 번째로 보는 건 수익률이 아닙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계산하는 게 수익률입니다. 매매가 18억 원, 월세 760만 원이면 연 임대료가 9,120만 원입니다. 단순 수익률은 약 5.06% 정도 나오죠. 여기까지만 보면 은행 이자보다 좋아 보입니다.

근데 현장에서는 이 숫자가 그대로 남지 않습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가능성, 건물 보험료, 공용 전기료, 승강기 유지비, 소방 점검비, 관리 공백, 공실 리스크가 따라옵니다. 여기에 대출 이자까지 붙습니다. 경락잔금대출이나 일반 담보대출을 끼고 들어가면 금리 4%대와 5%대 차이만으로도 월 현금흐름이 확 바뀝니다.

제가 예전에 본 상가건물은 월세가 520만 원이었는데 실제 남는 돈은 200만 원 초반이었습니다. 옥상 방수 공사 한 번에 1,200만 원, 2층 공실 4개월, 간판 분쟁까지 겹치니 장부상 수익률은 그냥 종이 위 숫자였습니다. 상가건물매매는 매달 들어오는 돈보다 매달 새어나갈 돈을 먼저 적어봐야 합니다.

임차인 내역은 계약서보다 현장에서 더 많이 드러납니다

상가건물매매를 검토할 때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금, 월세, 계약기간, 특약. 다 적혀 있죠. 그런데 저는 계약서만 믿지 않습니다. 반드시 현장에 가서 영업 여부를 봅니다. 낮에도 가고, 저녁에도 갑니다. 가능하면 평일과 주말을 나눠서 봅니다.

서류상으로는 성업 중인 음식점인데 점심시간에 손님이 두 테이블뿐인 곳도 있습니다. 간판은 켜져 있는데 내부는 창고처럼 쓰는 사무실도 봤습니다. 이런 경우 임차인이 월세를 계속 낼 힘이 있는지 의심해야 합니다. 월세가 높게 찍혀 있어도 3개월 뒤 나가겠다고 하면 그 수익률은 바로 무너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꼭 보는 것들

  • 임차인 업종이 그 입지와 맞는지
  • 점포 앞 유동인구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지
  • 간판, 내부 인테리어, 설비 상태가 너무 낡지 않았는지
  • 주차 문제로 손님과 임차인이 불편을 겪는지
  • 주변에 비슷한 공실이 몇 개나 있는지

특히 병원, 학원, 음식점이 들어간 건물은 시설 투자비가 커서 오래 버티는 장점도 있지만, 한 번 빠지면 원상복구와 재임대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상가건물매매에서 “임차인이 있다”는 말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좋은 임차인인지, 버틸 수 있는 임차인인지, 나갈 때 비용을 남기고 갈 임차인인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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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분석은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경매든 일반 매매든 상가건물은 권리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근저당, 가압류, 압류, 전세권, 임차권등기, 유치권 주장, 관리비 체납까지 엮입니다. 일반 매매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잔금 치른 뒤에 숨어 있던 문제가 튀어나오면 그때는 협상력이 확 떨어집니다.

경매 물건에서는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 임차인이 있는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췄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는 환산보증금, 사업자등록, 확정일자, 실제 점유가 맞물립니다. “보증금이 작으니 괜찮겠지” 하고 넘기면 안 됩니다.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도 지역과 시점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합니다.

일반 상가건물매매에서는 더 꼼꼼해야 합니다. 매도인이 준 임대차 현황과 실제 임차인이 말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보증금 일부를 현금으로 주고받았다는 말도 현장에서 종종 나옵니다. 계약서 특약에는 없는데 “전 주인이 인테리어비 일부를 보전해주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일이 피곤해집니다.

건물 상태는 수익률보다 더 현실적인 숫자입니다

상가건물은 아파트처럼 관리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같은 20년 된 건물이라도 어떤 건물은 멀쩡하고, 어떤 건물은 매수 후 바로 돈 먹는 구조입니다. 저는 매매가가 조금 싸 보이면 먼저 건물 상태를 의심합니다. 세상에 이유 없이 싼 건물은 거의 없습니다.

옥상 방수, 외벽 균열, 누수 흔적, 전기 용량, 정화조, 소방시설, 승강기, 주차장 경사, 하수 냄새. 이런 것들은 계약서에 예쁘게 적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돈은 정확히 들어갑니다. 특히 음식점이 오래 있던 1층은 배관 문제가 자주 나옵니다. 기름 찌꺼기와 냄새 문제는 새 임차인을 구할 때도 발목을 잡습니다.

예전에 13억대 근린상가를 검토했는데, 수익률은 6% 가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하층 누수와 옥상 방수, 노후 전기 증설을 계산하니 초기 보수비가 최소 6천만 원이었습니다. 그 물건은 결국 포기했습니다. 낙찰받고 나서 고생할 게 눈에 보이면 안 들어가는 것도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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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상가건물매매를 볼 때 쓰는 간단한 계산법

복잡한 엑셀도 좋지만, 처음에는 아주 거칠게라도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임대료를 그대로 믿지 않고 10~20%를 깎아서 봅니다. 공실과 연체, 임대료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는 겁니다. 그리고 1년 유지비를 따로 빼놓습니다.

  • 연 임대료는 현재 금액보다 낮게 잡기
  • 대출 이자는 금리가 1%포인트 올라도 버틸 수 있는지 보기
  • 보수비는 매도인 말보다 현장 상태 기준으로 잡기
  • 공실 3~6개월이 생겨도 잔금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보기
  •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세무 비용을 따로 계산하기

예를 들어 매매가 20억 원, 대출 10억 원, 금리 5%, 연 임대료 1억 원인 건물이 있다고 해보죠. 이자만 5천만 원입니다. 세금과 유지비, 공실 위험을 빼면 생각보다 남는 돈이 적습니다. 여기서 임차인 하나가 빠지면 현금흐름은 바로 흔들립니다. 상가건물매매는 “버는 투자”이기 전에 “버티는 투자”입니다.

초보라면 처음부터 큰 통건물보다 작은 구분상가나 관리가 단순한 1층 점포부터 보는 게 낫습니다. 물론 구분상가도 함정은 많습니다. 관리단 분쟁, 업종 제한, 주차 부족, 죽은 상권이면 답이 없습니다. 그래도 통건물은 책임져야 할 범위가 훨씬 큽니다. 건물주라는 말은 듣기 좋지만, 실제로는 민원 접수처가 되는 날도 많습니다.

싸게 사는 것보다 안 물리는 게 먼저입니다

상가건물매매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은 “월세가 이 정도 나오니 어떻게든 되겠지”입니다. 현장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임차인은 나가고, 금리는 오르고, 건물은 고장 나고, 세금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그래도 좋은 물건은 분명 있습니다. 다만 좋은 물건은 서류와 현장과 숫자가 같이 맞아야 합니다.

저는 지금도 상가건물을 볼 때 흥분을 최대한 늦춥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일수록 더 까칠하게 봅니다. 임대료를 깎아 보고, 보수비를 크게 잡고, 공실을 넣어 계산합니다. 그렇게 해도 버티는 물건이면 그때부터 진짜 검토할 만합니다. 상가건물매매는 욕심보다 의심이 먼저인 시장이고, 그 의심이 결국 내 돈을 지켜줍니다.

상가건물매매, 월세만 믿고 들어갔다가 직접 발품 팔며 배운 이야기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