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장조림 하려고 정육점에 갔다가 우둔살을 집어 왔는데, 예전 같으면 퍽퍽할까 봐 망설였을 부위였어요. 그런데 몇 번 써보니 가격은 비교적 부담이 덜하고, 기름기가 적어서 냉장고에 두고 반찬 만들기에는 꽤 알뜰한 고기더라고요.
우둔살은 소 뒷다리 쪽 살이라 운동량이 많아 지방이 적고 살결이 단단한 편입니다. 그래서 구이용 꽃등심처럼 대충 구워도 부드러운 고기는 아니에요. 대신 손질 방향과 조리 시간을 맞추면 장조림, 육전, 불고기, 다이어트 도시락용 고기로 야무지게 쓸 수 있습니다.
우둔살 고를 때 먼저 볼 것
우둔살은 같은 이름으로 팔려도 상태가 꽤 다릅니다. 저는 장조림용이면 두께 4~5cm 정도 덩어리로 사고, 육전이나 불고기용이면 2~3mm로 얇게 썬 것을 고릅니다. 덩어리 고기를 집에서 얇게 썰면 결이 흐트러지고 두께가 들쭉날쭉해져서 익는 속도가 달라지더라고요.
- 색은 선홍색에 가깝고, 표면이 너무 마르지 않은 것
- 하얀 힘줄이 굵게 몰린 것보다 살결이 고른 것
- 육전용은 정육점에서 결 반대 방향으로 얇게 썰어 달라고 말하기
- 장조림용은 큐브보다 덩어리로 삶은 뒤 찢는 편이 촉촉함 유지에 유리함
냉동 우둔살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해동이 급하면 수분이 많이 빠져 식감이 거칠어져요. 전날 냉장실로 옮겨 8~12시간 천천히 녹이는 쪽이 낫고, 핏물은 물에 오래 담그기보다 키친타월로 눌러 닦는 정도가 고기 맛이 덜 빠집니다.
퍽퍽함 줄이는 기본 손질
우둔살을 부드럽게 먹는 포인트는 결입니다. 고기 표면을 보면 실처럼 한 방향으로 이어진 무늬가 있는데, 그 방향 그대로 길게 썰면 씹을 때 질겨요. 반대로 결을 끊어 썰면 같은 고기라도 훨씬 덜 뻣뻣합니다.
얇은 불고기감은 양념을 오래 재운다고 무조건 부드러워지지 않습니다. 간장 양념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충분하고, 배나 양파를 갈아 넣을 때는 2큰술 정도만 넣는 게 좋아요. 과하게 넣으면 고기 표면이 물러져 볶을 때 지저분해질 수 있습니다.
- 육전용: 소금 아주 조금, 후추, 참기름 몇 방울로 밑간 10분
- 불고기용: 간장 2, 맛술 1, 다진 마늘 0.5, 설탕이나 올리고당 0.5 비율
- 장조림용: 초벌 삶기 15분 뒤 물을 갈아 본조리
- 도시락용: 익힌 뒤 바로 식히지 말고 뚜껑 덮어 5분 정도 두기
소금은 미리 많이 뿌리면 수분이 빠질 수 있어요. 특히 얇은 우둔살은 간이 빨리 배기 때문에 밑간을 세게 하기보다 찍어 먹는 간장이나 곁들임으로 맞추는 편이 실패가 적었습니다.
장조림은 오래 끓이기보다 식히는 시간이 중요
우둔살 장조림은 센 불에 계속 끓이면 살이 부서지고 겉만 짜질 수 있습니다. 저는 덩어리 500g 기준으로 물을 넉넉히 잡고 대파, 양파, 통마늘을 넣어 40분 안팎으로 삶아요. 젓가락이 힘을 조금 주면 들어가는 정도가 좋습니다.
간장은 처음부터 많이 넣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삶은 고기를 건져 결대로 찢은 뒤, 육수 2컵에 간장 5~6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큰술 정도로 시작하면 짜지 않게 맞추기 쉽습니다. 메추리알이나 꽈리고추를 넣을 때는 마지막 10분에 넣어야 색도 살고 식감도 남아요.
사실 장조림 맛은 끓인 직후보다 식은 뒤가 낫습니다. 뜨거울 때 계속 졸이면 간이 겉에만 세게 붙는데, 불을 끄고 20~30분 두면 속까지 천천히 배어듭니다. 다음 날 먹을 반찬이라면 국물을 조금 남긴 상태로 보관하는 게 촉촉해요.
육전과 불고기는 짧게 익혀야 맛있다
우둔살 육전은 기름 많은 부위보다 담백해서 명절 음식으로도 괜찮고, 평소 반찬으로도 부담이 덜합니다. 얇게 썬 우둔살에 밀가루를 아주 얇게 묻히고 달걀물을 입힌 뒤, 중약불에서 앞뒤로 40초에서 1분씩만 익히면 됩니다. 오래 익힐수록 고기가 단단해져요.
불고기로 만들 때는 팬을 충분히 달군 뒤 고기를 한꺼번에 많이 넣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300g을 한 팬에 다 넣으면 물이 생기면서 삶은 고기처럼 되기 쉽습니다. 두 번에 나눠 볶으면 양념이 고기에 붙고 식감도 훨씬 낫습니다.
- 육전은 키친타월로 수분 제거 후 부치기
- 팬 온도는 중약불, 달걀이 타지 않을 정도로 유지
- 불고기는 양파와 버섯을 먼저 볶고 고기는 나중에 넣기
- 남은 우둔살 볶음은 밥 위에 올려 덮밥처럼 활용
아이 반찬으로 줄 때는 고기를 더 작게 자르고 양파를 넉넉히 넣으면 단맛이 살아납니다. 어른용은 청양고추나 후추를 조금 더하면 담백한 우둔살 맛이 심심하지 않아요.
남은 우둔살 보관과 재활용
생우둔살은 냉장 보관을 길게 끌면 냄새가 빨리 올라올 수 있습니다. 바로 쓸 분량은 냉장실에서 1~2일 안에 쓰고, 남는 것은 1회분씩 납작하게 포장해 냉동하는 편이 편합니다. 납작하게 얼리면 해동도 빠르고, 불고기나 국거리로 쓰기 좋습니다.
이미 익힌 우둔살은 국물 있는 반찬과 국물 없는 반찬의 보관감이 다릅니다. 장조림은 국물에 잠기게 담아두면 3~4일은 맛이 안정적인 편이고, 육전은 냉장 보관 후 다시 데울 때 팬보다 에어프라이어나 마른 팬 약불이 낫습니다. 전자레인지는 빠르지만 달걀옷이 눅눅해질 때가 많았어요.
남은 장조림은 잘게 찢어 주먹밥, 볶음밥, 비빔국수 고명으로 쓰면 꽤 든든합니다. 우둔살이 원래 담백한 부위라 기름진 반찬이 많은 날보다 평일 점심 도시락에 더 잘 맞았어요. 비싼 부위만 찾지 않아도 손질만 조금 신경 쓰면 식탁이 꽤 알차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