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보호소에서 새로 들어온 강아지 밥을 바꾸다가 변 상태가 확 무너진 일이 있었습니다. 눈은 반짝이고 식욕도 좋은데, 사료 한 컵이 몸에는 꽤 큰 변화가 되더라고요. 보호소에서 8년째 밥그릇을 씻고 급여량을 맞추다 보니, 사료는 비싼 것보다 “이 아이에게 맞는지”가 먼저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1. 성분표 첫 줄만 보지 않습니다
사료 봉투 앞면에는 닭고기, 연어, 양고기 같은 말이 큼직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봐야 할 건 뒷면 원료명과 보증성분입니다. 원료명은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히는 경우가 많아서, 앞쪽에 어떤 재료가 오는지 확인합니다.
다만 첫 번째 원료가 고기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사료는 아닙니다. 생고기는 수분이 많아서 건조 후 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료명과 함께 조단백, 조지방, 조섬유, 조회분, 칼슘, 인 수치를 같이 봅니다.
- 성견 사료 조단백은 보통 18% 이상인지 확인합니다.
- 성장기 강아지 사료는 조단백 22% 이상을 기준으로 봅니다.
- 고양이는 개보다 단백질 요구량이 높아 성묘 기준 26% 이상을 봅니다.
- 칼슘과 인은 성장기 대형견에서 특히 중요해서, “대형견 퍼피용” 표기가 있는지 따로 봅니다.
이 숫자는 사료를 고를 때의 출발점이지, 아이 몸에 맞는다는 보증서는 아닙니다. 같은 단백질 28% 사료라도 어떤 아이는 변이 단단해지고, 어떤 아이는 가스가 늘어납니다.
2. 나이와 몸 상태가 먼저입니다
보호소에서는 어린 강아지, 성견, 노견이 섞여 들어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다 배고파 보이지만 같은 사료를 같은 양으로 주면 탈이 납니다. 성장기 아이는 에너지와 미네랄이 더 필요하고, 노령견은 신장 수치나 치아 상태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강아지는 보통 생후 12개월 전후까지 성장기 사료를 먹입니다. 대형견은 18개월에서 24개월까지 성장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고양이는 생후 12개월 전후를 기준으로 키튼에서 어덜트로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중성화 후에는 살이 쉽게 붙습니다. 제 경험상 중성화 뒤 2~3개월 사이에 체중이 눈에 띄게 오르는 아이가 꽤 많았습니다. 이때는 간식을 줄이고, 사료 봉투 급여량의 중간값보다 10% 정도 낮게 시작한 뒤 2주 단위로 몸무게와 갈비뼈 만져지는 정도를 봅니다.
- 갈비뼈가 손끝에 부드럽게 만져지면 보통 적정 범위로 봅니다.
- 허리선이 거의 안 보이면 급여량을 다시 계산합니다.
- 갑자기 체중이 빠지면 다이어트로 넘기지 말고 병원 검사를 먼저 생각합니다.
3. 사료 교체는 최소 7일, 예민한 아이는 14일
입양 직후 보호자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좋은 사료 샀으니 바로 바꿔주기”입니다. 마음은 압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보호소에서 파양돼 돌아온 아이들 중에는 환경 변화만으로도 설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에 사료까지 확 바뀌면 장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보통은 7일 정도 나눠 바꿉니다. 첫 2일은 기존 사료 75%, 새 사료 25%로 시작하고, 다음 2일은 반반, 그다음 2일은 기존 25%, 새 사료 75%로 갑니다. 변이 괜찮으면 7일째부터 새 사료로 넘어갑니다.
평소 장이 예민하거나 보호소에서 막 입양된 아이는 10~14일로 길게 잡는 편이 낫습니다. 물설사, 피 섞인 변, 반복 구토, 축 처짐이 같이 오면 사료 적응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집에서 유산균만 늘리며 버티지 말고 병원에 가야 합니다.
4. 알레르기 의심은 기록이 필요합니다
“닭 알레르기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호소에서 본 아이들 중에는 사료 문제가 아니라 벼룩, 피부 감염, 귀 염증, 계절성 가려움이 원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피부가 붉고 발을 계속 핥는다고 바로 특정 원료를 범인으로 찍기는 어렵습니다.
의심될 때는 최소 8주 정도 먹은 것과 증상을 기록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간식, 껌, 영양제, 사람 음식까지 같이 적어야 합니다. 사료만 바꾸고 간식은 그대로 주면 원인을 찾기 어렵습니다.
- 가려움이 시작된 날짜
- 먹인 사료와 간식 이름
- 변 상태와 구토 여부
- 귀 냄새, 발 핥기, 피부 붉어짐 변화
알레르기 식이는 병원에서 제한식이나 가수분해 사료를 안내받아 진행하는 게 안전합니다. 특히 고양이는 굶는 시간이 길어지면 위험할 수 있어서, 입에 안 맞는다고 며칠씩 안 먹게 두면 안 됩니다.
5. 비싼 사료보다 계속 먹일 수 있는 사료
솔직히 사료값은 현실입니다. 대형견 한 마리가 한 달에 먹는 양은 작지 않습니다. 20kg 성견이 하루 300g 안팎을 먹는다면 한 달에 9kg 정도가 필요합니다. 사료 가격이 2배 차이 나면 보호자 생활비에도 바로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저는 “최고급”보다 “꾸준히 먹일 수 있고, 변과 피부가 안정적인 사료”를 더 좋게 봅니다. 봉투에 종합영양식 표시가 있고, 아이 나이에 맞고, 변이 안정적이고, 체중이 적정하게 유지된다면 충분히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처방식은 다릅니다. 신장, 췌장, 방광, 간, 심장 관련 사료는 일반 사료처럼 마음대로 고르면 안 됩니다. 혈액검사나 소변검사 결과를 보고 수의사와 정해야 합니다. 보호소에서도 처방식 먹는 아이는 급여표를 따로 붙여두고, 다른 아이 밥과 섞이지 않게 관리합니다.
제가 사료 봉투 앞에서 보는 것들
- 종합영양식인지, 간식용인지 확인합니다.
- 연령 표시가 퍼피, 어덜트, 시니어 중 어디에 맞는지 봅니다.
- 개봉 후 4~6주 안에 먹일 수 있는 용량을 고릅니다.
- 냄새가 시큼하거나 기름쩐내가 나면 급여하지 않습니다.
- 새 사료를 먹인 뒤 2주 동안 변, 피부, 귀, 체중을 봅니다.
보호소 아이들은 사료 하나에도 몸이 빨리 반응합니다. 집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사료를 찾는 일은 광고 문구 맞히기가 아니라, 내 앞의 아이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지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저는 아직도 새 사료를 뜯을 때마다 밥그릇보다 변 봉투를 더 유심히 봅니다. 좀 현실적인 말이지만, 반려생활은 그런 작은 확인들이 오래 쌓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