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전세 계약 전에 경매 물건처럼 까봤더니 보이는 것들

투룸전세 계약 전에 경매 물건처럼 까봤더니 보이는 것들

얼마 전 지인이 투룸전세 계약서를 들고 와서 봐달라고 했습니다. 보증금 1억 6천, 신축급 빌라, 역에서 도보 8분. 사진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었죠. 그런데 등기부를 열어보니 근저당이 1억 2천 잡혀 있고, 같은 건물에 전세 세입자가 여럿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집이 예쁜 것과 보증금이 안전한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요.

경매 현장에 오래 있다 보면 전세 사고가 난 물건을 자주 봅니다. 특히 투룸전세는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1인 가구가 많이 찾다 보니 계약 속도가 빠릅니다. 좋은 집은 금방 나간다는 말에 밀려서 등기부 한 장 제대로 못 보고 도장 찍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그 조급함이 제일 비쌉니다.

투룸전세가 유독 헷갈리는 이유

아파트 전세는 비교적 시세가 잘 보입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같은 동 라인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빌라나 다세대 투룸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같은 골목 안에서도 층, 방향, 준공연도, 주차, 엘리베이터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큽니다. 실거래가가 있어도 같은 물건처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경매 물건을 볼 때도 투룸 빌라는 감정가만 믿지 않습니다. 감정가 2억이라고 해서 실제 매매가 2억인 건 아닙니다. 어떤 지역은 전세가가 매매가의 80~90%까지 붙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집주인이 대출까지 끼고 있으면, 낙찰이 진행될 때 세입자 보증금이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가 1억 8천 정도로 보이는 투룸에 전세보증금 1억 6천, 근저당 5천이 붙어 있다고 해보죠. 숫자만 더해도 2억 1천입니다. 이미 집값보다 채무와 보증금이 큽니다. 이런 구조는 집주인이 성실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세입자가 버티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등기부에서 먼저 보는 세 줄

투룸전세를 볼 때 저는 집 상태보다 등기부를 먼저 봅니다. 도배 상태, 옵션, 채광은 불편의 문제지만 권리관계는 돈이 날아가는 문제입니다. 특히 아래 세 가지는 대충 보면 안 됩니다.

  • 갑구: 소유자가 계약하는 사람과 같은지 확인합니다.
  • 을구: 근저당권, 전세권, 가압류 같은 부담이 있는지 봅니다.
  • 접수일자: 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보다 앞선 권리가 있는지 따집니다.

초보가 많이 놓치는 게 접수일자입니다. 금액만 보고 괜찮다, 적다 판단하면 안 됩니다. 권리는 순서 싸움입니다. 경매 배당에서도 먼저 들어온 권리가 우선합니다. 보증금이 적어 보여도 내 앞에 있는 권리가 크면 위험하고, 대출이 있어도 담보 여력과 시세가 충분하면 협의 여지가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가구주택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다세대주택은 호실별로 등기가 나뉘지만, 다가구는 건물 전체가 하나의 등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 방만 깨끗해 보여도 다른 세입자 보증금이 쌓여 있으면 배당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전입세대 확인과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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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사가 괜찮다고 해도 숫자는 직접 맞춰야 합니다

현장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 집은 문제없어요, 보증보험 됩니다, 집주인 좋습니다. 물론 정말 괜찮은 집도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말보다 숫자를 믿습니다. 보증금, 선순위 대출, 예상 매매가, 주변 낙찰가를 놓고 계산해야 합니다.

투룸전세를 볼 때 저는 대략 이런 순서로 봅니다. 먼저 같은 건물이나 인근 유사 빌라의 최근 매매 사례를 봅니다. 그다음 전세보증금이 매매가 대비 몇 퍼센트인지 계산합니다. 여기에 등기부상 대출을 더해봅니다.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낙찰가가 어느 정도까지 빠질 수 있는지 보수적으로 잡습니다.

예를 들어 시세를 넉넉히 봐도 2억인 집에 전세 1억 8천이면 이미 빡빡합니다. 여기에 근저당이 3천이라면 저는 초보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시세 2억 4천 정도로 거래가 확인되는 집에 전세 1억 5천, 근저당 없음, 임대인 세금 체납 정황 없음, 보증보험 가입 가능이라면 훨씬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보증보험도 만능은 아닙니다. 가입 가능 여부, 집값 산정 방식, 임대인 조건, 선순위 권리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계약서 쓰기 전에 가능하다는 말만 듣고 넘어가면 안 됩니다. 실제 신청 기준에서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보증보험은 안전벨트라고 봅니다. 안전벨트를 맸다고 사고가 안 나는 건 아니지만, 사고가 났을 때 버틸 확률은 올라갑니다.

제가 초보라면 피할 투룸전세

10년 넘게 경매 물건을 보면서 느낀 건, 돈을 버는 능력보다 위험한 물건을 피하는 능력이 먼저라는 겁니다. 투룸전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집을 찾는 것보다 나쁜 구조를 걸러내는 게 먼저입니다.

  •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는 집
  • 등기부에 근저당, 가압류, 압류가 복잡하게 얽힌 집
  • 다가구인데 선순위 임차인 내역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집
  • 집주인이 계약 당일 잔금 전 대출 말소를 약속만 하는 집
  • 주변 시세보다 전세가가 유난히 싸거나 조건이 과하게 좋은 집

특히 잔금일에 대출 말소한다는 조건은 조심해야 합니다. 말소 영수증, 상환 절차, 법무사 입회 여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말로는 쉽습니다. 그런데 잔금이 넘어간 뒤 말소가 지연되면 세입자는 이미 약한 위치가 됩니다. 계약서 특약에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돈이 움직이는 순서를 통제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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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룸전세 계약서에 넣어야 할 현실적인 특약

특약은 길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실행 가능한 문장이어야 합니다. 저는 최소한 이런 내용은 챙깁니다. 잔금일까지 등기부상 새로운 권리 설정이 없어야 한다는 점, 기존 근저당은 잔금과 동시에 말소한다는 점,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하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입니다. 잔금 치른 날 바로 처리해야 합니다. 하루 차이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권리 순위에서는 하루가 큽니다. 경매 배당표를 보면 그 하루 때문에 웃는 사람과 우는 사람이 갈립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나옵니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도 그냥 사인하지 말고 보세요. 위반건축물 여부, 수도·전기 계량기, 관리비 항목, 옵션 상태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월 관리비 8만 원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살아보니 공용전기, 청소비, 인터넷, 승강기 비용이 따로 붙는 집도 있습니다. 보증금 안전만큼 생활비도 현실입니다.

저라면 투룸전세를 고를 때 예쁜 집보다 빠져나갈 수 있는 집을 고릅니다. 나중에 이사할 때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 만한 구조인지, 주변 수요가 꾸준한지,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감당할 만한지 봅니다. 전세는 사는 동안 편한 것도 중요하지만, 나갈 때 내 돈을 온전히 돌려받는 게 더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오래 굴러보니 결국 그 차이가 가장 크게 남습니다.

투룸전세 계약 전에 경매 물건처럼 까봤더니 보이는 것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