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매매 계약서 쓰기 전 직접 가게 앞에서 3일 서 있어봤더니

점포매매 계약서 쓰기 전 직접 가게 앞에서 3일 서 있어봤더니

얼마 전 후배가 점포매매 물건 하나를 들고 왔는데, 첫마디가 이랬습니다. “형, 월 순수익 700 나온다는데 권리금 8천이면 괜찮지 않아요?” 저는 계약서보다 먼저 가게 앞에 서보라고 했습니다. 부동산 경매도 그렇지만 점포매매는 숫자만 보면 꼭 좋아 보이는 물건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손님 동선이 끊겨 있거나, 옆 건물 공사 때문에 매출이 꺾였거나, 임대인이 재계약에 시큰둥한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점포매매는 부동산을 사는 게 아닐 때가 많습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점포매매라고 해서 건물이나 상가 호실의 소유권을 사는 거래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임차인이 운영하던 가게의 시설, 집기, 영업 노하우, 권리금, 임대차 지위를 넘기는 거래가 훨씬 많습니다. 쉽게 말해 가게 자리를 넘겨받는 것이지, 건물을 사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등기부등본만 보고 끝낼 일이 아닙니다. 상가 소유자가 누구인지, 임대차계약서상 전대가 가능한지,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을 받아줄 의사가 있는지, 보증금과 월세 조건이 그대로 승계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끼리 “가게 넘기겠습니다”라고 합의해도 임대인이 싫다고 하면 거래가 틀어집니다. 이 대목을 가볍게 보면 계약금이 묶입니다.

권리금 8천만 원보다 무서운 건 월세 450만 원입니다

현장에서 점포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다들 권리금에만 꽂힙니다. 권리금 5천이 비싼지, 8천이 적당한지 묻습니다. 그런데 저는 월세부터 봅니다. 월세가 450만 원이고 관리비가 70만 원이면, 문 열기 전 고정비가 이미 520만 원입니다. 인건비, 재료비, 카드수수료, 세금, 배달수수료까지 얹으면 매출 2천만 원 찍어도 손에 남는 돈이 생각보다 얇습니다.

예전에 낙찰받은 상가 주변을 조사하다가 비슷한 점포매매 물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매도인은 월매출 3천만 원을 말했습니다. 근데 카드매출 자료를 보니 최근 3개월 평균은 2천만 원 초반이었습니다. 더 문제는 배달앱 광고비와 리뷰 이벤트 비용이 빠져 있었다는 겁니다. 장부상 순익 500만 원이라던 가게가 실제로는 사장 본인 인건비를 빼면 15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그 정도면 권리금 회수까지 몇 년이 걸릴지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계약 전 최소한 이 자료는 직접 봐야 합니다

  • 최근 6개월 이상 카드매출과 현금영수증 발행 내역
  • 부가세 신고 자료와 실제 통장 입금 흐름
  • 임대차계약서 원본, 보증금, 월세, 관리비 조건
  • 권리금 계약서에 포함되는 시설과 제외되는 물품 목록
  • 영업신고, 인허가, 간판 사용, 주차 조건

매도인이 “장사는 원래 감으로 하는 거다”라고 말하면 저는 한 발 물러섭니다. 감도 필요하지만, 돈 들어가는 거래는 자료가 말해줘야 합니다. 특히 음식점, 미용실, 학원, 세탁소처럼 업종별 인허가나 기존 시설 상태가 중요한 점포는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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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은 유동인구보다 반복 손님이 더 중요했습니다

점포 앞에 사람이 많다고 좋은 상권은 아닙니다. 지하철역 출구 앞인데도 다들 지나가기만 하는 자리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로변은 아니지만 아파트 단지, 학교, 병원, 사무실 동선이 겹쳐 꾸준히 팔리는 자리도 있습니다. 저는 점포매매 물건을 볼 때 최소 3번은 시간대를 나눠 갑니다. 평일 점심, 평일 저녁, 주말 오후를 봅니다. 가능하면 비 오는 날도 봅니다. 장사는 날씨와 요일에 민감합니다.

매도인이 말하는 피크타임만 보면 안 됩니다. 점심에만 반짝 붐비고 저녁은 비는 가게인지, 배달 매출 비중이 너무 높아 플랫폼 정책 변화에 흔들리는지, 주변에 같은 업종이 너무 많이 생기는지도 봐야 합니다. 초보일수록 “사람 많네”에서 멈추는데, 실제 돈은 그 사람이 지갑을 여는지에서 나옵니다.

계약서에는 좋은 말보다 빠지는 돈을 적어야 합니다

점포매매 계약서에서 제일 위험한 문장은 애매한 문장입니다. “시설 일체 양도”, “영업권 포함”, “기존 조건 승계” 같은 표현만 있으면 나중에 다툼이 납니다. 냉장고는 포함인지, 커피머신은 렌탈인지, 간판 철거비는 누가 내는지, 미납 관리비는 없는지, 직원 퇴직금 문제는 없는지 적어야 합니다. 말로 끝낸 약속은 분쟁이 생기면 약합니다.

임대인 확인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임대차 기간이 3개월 남았는데 권리금만 주고 들어가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새 임차인은 당연히 재계약될 줄 알았는데 임대인은 업종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권리금 회수는 어려워집니다. 점포매매에서 진짜 상대방은 매도인만이 아닙니다. 임대인, 관리사무소, 인허가 기관, 주변 상권까지 전부 거래에 영향을 줍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는 위험 신호

  • 매출 자료는 안 보여주고 말로만 순익을 강조하는 경우
  • 임대인이 아직 동의하지 않았는데 계약을 서두르는 경우
  • 최근 월세 인상, 공실 증가, 주변 공사 같은 악재를 숨기는 경우
  • 권리금은 큰데 시설 노후로 추가 공사비가 많이 드는 경우
  • 업종 변경이 필요한데 인허가 가능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

사실 점포매매는 잘 고르면 경매보다 빠르게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인테리어가 되어 있고, 손님이 붙어 있고, 운영 흐름이 남아 있으니까요. 다만 그 장점 때문에 초보가 서둘러 계약하는 일이 많습니다. 경매에서 권리분석 한 줄을 놓치면 보증금이 날아가듯, 점포매매에서는 임대차 조건 하나를 놓치면 권리금이 흔들립니다.

저라면 좋은 점포를 찾기 전에 안 사야 할 점포를 먼저 거릅니다. 매출이 예쁜 말로 포장된 물건, 임대인 확인이 안 된 물건, 내가 직접 운영해도 버틸 자신이 없는 월세 구조는 과감히 지나갑니다. 장사는 간판을 사는 게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사는 일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오래 남는 사람들은 대박을 맞힌 사람보다, 망할 자리를 피한 사람이었습니다.

점포매매 계약서 쓰기 전 직접 가게 앞에서 3일 서 있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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