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화와 SSG 경기를 보는데, 스코어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두 팀의 벤치 구성이었다. 한화는 내야 카드가 꽤 많아 보이는데도 경기 후반 왼손 불펜 카드를 세게 밀어붙이기 어렵고, SSG는 박성한이라는 확실한 축 옆에서 2루와 3루를 오갈 실전형 내야수를 계속 찾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팬들 사이에서 나오는 한화 황영묵-SSG 한두솔 트레이드 전망은 뜬금없는 상상만은 아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먼저 선을 그어야 한다. KBO는 7월 31일 밤 12시 이후 포스트시즌 종료 때까지 트레이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2026년 9월 현재 이 카드는 당장 성사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즌 뒤 전력 재편용 시나리오에 가깝다.
왜 하필 황영묵과 한두솔인가
트레이드는 멋진 이름값보다 빈칸에서 출발한다. 한화의 빈칸은 좌완 불펜이다. 선발 자원으로 키워야 할 왼손 투수와, 7회 이후 한 타자 또는 한 이닝을 맡길 왼손 불펜은 쓰임새가 다르다. 한두솔은 완성형 필승조라고 부르기엔 아직 흔들림이 있지만, 좌투좌타 투수라는 기본값 자체가 시장에서 비싸다.
KBO 기록실 기준 한두솔은 2026시즌 SSG에서 33경기, 34⅓이닝, 평균자책점 6.03, WHIP 1.49를 기록 중이다. 숫자만 보면 매끈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10경기로 좁히면 11⅔이닝 평균자책점 3.86, 피안타율 .186이다. 시즌 전체의 불안정성과 최근 회복세가 같이 보인다. 한화 입장에선 바로 필승조 확정 카드라기보다, 구위와 왼손 희소성을 보고 사는 재가공형 자원에 가깝다.
황영묵의 가치는 올해 타율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황영묵은 2026시즌만 떼어놓으면 평가가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67경기에서 타율 .203, OPS .601, 1홈런, 22타점. 최근 10경기도 27타수 2안타, 타율 .074로 흐름이 좋지 않았다. 솔직히 이 숫자만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한화가 원하는 값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 이 선수의 이야기는 올해 부진만으로 닫히지 않는다. 2024년에는 123경기에서 타율 .301, 105안타를 찍었고, 2025년에도 117경기 타율 .273으로 1군에서 버틴 샘플이 있다. 장타형은 아니다. 대신 좌타, 컨택, 2루 중심의 내야 활용도, 그리고 벤치에서 출발해도 경기 중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사용성이 있다. 올해도 볼넷 17개, 삼진 22개라 완전히 무너진 접근법이라고 보긴 어렵다. 득점권 타율 .289도 눈에 걸린다. 타율 .203이라는 겉숫자 뒤에 아직 회복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SSG가 황영묵을 원할 이유
SSG는 박성한이 2026시즌 타율 .331, 출루율 .427 수준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문제는 그 옆이다. 정준재, 안상현, 신인 김요셉 같은 카드가 돌아가며 기회를 받는 흐름이고, 김성현의 현역 마감까지 겹치면서 내야 깊이는 계속 점검 대상이 됐다. 황영묵은 박성한을 대체하는 선수가 아니라, 박성한 옆의 키스톤 안정감과 경기 후반 선택지를 늘리는 선수로 읽는 편이 맞다.
SSG 입장에서 더 매력적인 지점은 나이다. 황영묵은 1999년생으로 아직 20대 중반이다. 이미 1군에서 풀시즌에 가까운 경험을 했고, 공격 저점이 온 시즌에도 수비와 대타·대수비 활용이 가능하다. 리빌딩과 즉시 전력 사이에서 애매하게 서 있는 팀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이 바로 이런 선수다. 완전히 비싼 주전급은 아닌데, 데려오면 당장 1군 엔트리 계산이 편해진다.
한화가 망설일 지점도 분명하다
한화가 이 거래를 쉽게 밀어붙이기 어려운 이유도 꽤 선명하다. 황영묵은 그냥 남는 내야수가 아니다. 2026시즌에도 1군 등록 일수가 길었고, 실제로 SSG전 선발 2루수로 들어간 경기들도 있었다. 부진한 시즌이라고 해도 팀이 내야 백업 한 명을 잃는 건 단순한 숫자 감소가 아니다. 주전 한 명이 다치거나, 경기 후반 수비 조합을 바꿔야 할 때 바로 티가 난다.
반대로 한두솔은 좌완이라는 강점은 확실하지만, 시즌 평균자책점 6점대가 보여주듯 계산 가능한 안정감은 아직 부족하다. 한화가 황영묵을 넘기려면 한두솔이 단순 좌완 카드가 아니라 투구 디자인을 바꿨을 때 반등할 수 있는 투수라는 내부 확신이 있어야 한다. 패스트볼 구위, 슬라이더 완성도, 좌타 상대 승부 패턴을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꽤 강하게 봐야 움직일 수 있다.
내가 보는 현실성은 중간 이하
이 조합은 말이 된다. 한화는 왼손 불펜, SSG는 내야 뎁스라는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말이 되는 거래와 실제로 찍히는 거래는 다르다. 특히 지금은 트레이드 가능 기간이 지나갔고, 시즌 뒤에는 FA, 방출 선수, 2차 드래프트, 외국인 구성까지 한꺼번에 변수가 열린다. 구단 입장에서는 굳이 1대1로 서둘러 맞출 이유가 줄어든다.
개인적으로 성사 가능성을 숫자로 찍는다면 오프시즌 기준 25~35% 정도로 본다. 한화가 황영묵을 저점에 파는 모양이 부담스럽고, SSG도 한두솔 같은 좌완을 쉽게 내주기엔 시장 대체재가 많지 않다. 다만 두 팀이 2027년을 준비하면서 같은 고민을 다시 안고 간다면 이야기는 또 살아날 수 있다. 이 루머가 재밌는 이유는 단순한 팬 상상이 아니라, 실제 로스터의 빈틈을 꽤 정확히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유니폼이 바뀌지 않더라도, 두 선수의 남은 시즌 쓰임새는 계속 지켜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