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약국에서 60대 손님이 검은콩 가루와 단백질 파우더를 같이 들고 오셨어요. 신장에 좋다고 해서 챙겨 먹으려는데, 병원에서는 칼륨 수치가 조금 높다고 했다는 말도 덧붙이셨고요. 사실 신장 음식은 좋다, 나쁘다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콩팥 기능이 정상인 분에게 좋은 식단이 만성콩팥병이 있는 분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장에 좋은 음식이라는 말부터 조심해야 합니다
신장은 노폐물과 수분, 나트륨, 칼륨, 인 같은 전해질 균형을 맞추는 장기입니다. 그래서 음식 관리도 무조건 특정 식품을 많이 먹는 방식이 아니라, 내 검사 수치에 맞춰 덜 부담스럽게 먹는 쪽에 가깝습니다.
혈액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사구체여과율, 칼륨, 인 수치가 정상이고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기본은 담백합니다. 싱겁게 먹고, 채소와 과일을 적당히 먹고, 물을 갈증에 맞게 마시고, 가공식품을 줄이는 식사입니다. 그런데 만성콩팥병 3기 이상이거나 칼륨·인 수치가 올라간 분은 같은 채소와 과일도 양 조절이 필요합니다.
질병관리청과 신장 관련 진료 자료에서도 만성콩팥병 식사는 나트륨, 단백질, 칼륨, 인을 개인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방향으로 안내합니다. 그래서 신장에 좋은 음식 목록을 보기 전에, 본인이 투석 전인지, 투석 중인지, 단백뇨가 있는지, 혈압약을 무엇을 먹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대체로 부담이 적은 쪽의 음식들
신장 건강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볼 것은 소금입니다. 한국 식탁에서는 국, 찌개, 김치, 장아찌, 젓갈, 라면, 냉면 육수에서 나트륨이 많이 들어옵니다. 소금 5g은 나트륨으로 약 2,000mg입니다. 만성콩팥병이 있거나 혈압이 높은 분은 이 정도 선을 목표로 잡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 목표는 진료실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밥은 잡곡을 무조건 많이 넣기보다 검사 수치에 맞춥니다. 칼륨과 인 제한이 필요한 분은 흰쌀밥이 더 편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 채소는 데치거나 삶은 뒤 물을 버리면 칼륨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 과일은 사과, 포도, 배, 딸기처럼 비교적 부담이 덜한 종류를 소량으로 먹는 편이 낫습니다. 주스는 양이 쉽게 늘어 조심해야 합니다.
- 단백질은 생선, 달걀, 살코기, 두부 등을 한 끼에 몰아 먹지 않고 나누는 방식이 좋습니다.
- 양념은 소금과 간장만 줄이면 심심해지기 쉬워서 식초, 레몬즙, 파, 마늘, 후추, 고춧가루를 적당히 활용하면 지속하기 쉽습니다.
근데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습니다. 신장에 좋다며 물을 억지로 많이 마시는 경우입니다. 건강한 분은 수분 섭취가 부족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지만, 부종이 있거나 심부전, 말기 신질환, 투석 중인 분은 물도 제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리가 붓고 숨이 차는데 물을 많이 마시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나쁜 음식은 대개 짜고, 진하고, 농축된 음식입니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말리는 조합은 짠 음식과 농축 영양제입니다. 신장에 나쁜 음식이라고 하면 독한 무언가를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로는 매일 먹는 국물 한 그릇, 라면 한 봉지, 햄과 소시지, 치킨무와 피클, 간편식 소스가 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나트륨이 많은 음식
라면, 국밥, 찌개, 젓갈, 장아찌, 김치 많이 먹기, 냉면 육수, 양념치킨, 떡볶이, 즉석식품은 신장과 혈압에 부담이 됩니다. 국물은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은 절반 이상 남기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납니다.
칼륨이 많은 음식
바나나, 키위, 오렌지, 참외, 토마토, 감자, 고구마, 시금치, 아보카도, 말린 과일은 칼륨이 높은 편입니다. 콩팥 기능이 정상인 분에게는 영양 좋은 음식일 수 있지만, 칼륨 수치가 높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칼륨이 많이 오르면 근육 힘이 빠지거나 심장 박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인이 많은 음식과 첨가물
콜라, 가공치즈, 햄, 소시지, 인스턴트 식품, 일부 냉동식품에는 인 첨가물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성분표에 인산, phosphate, PHOS 같은 표현이 보이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견과류, 잡곡, 콩류, 유제품도 인이 많은 편이라 수치가 높은 분은 양을 정해야 합니다.
단백질 파우더와 고단백 식사
단백질은 몸에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투석 전 만성콩팥병에서는 과하게 먹으면 노폐물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보통 성인은 체중 1kg당 단백질 0.8g 정도가 기준으로 자주 쓰이고, 상태에 따라 0.6~0.8g/kg 범위로 조절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투석 중인 분은 단백질 필요량이 늘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닭가슴살, 프로틴 음료, 단백질바를 건강식처럼 매일 추가하는 건 진료 내용과 맞춰 봐야 합니다.
검사 수치별로 식단이 달라집니다
신장 음식에서 제일 억울한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현미와 견과류가 좋은 간식인데, 어떤 사람에게는 인과 칼륨 때문에 줄여야 할 음식이 됩니다. 당뇨가 있는 분은 혈당까지 같이 봐야 하고, 혈압약 중 일부는 칼륨을 올릴 수 있어 저염 소금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염 소금은 나트륨 대신 칼륨염을 넣는 제품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구체여과율이 80이고 혈압이 정상인 40대라면 채소, 과일, 콩류를 적당히 먹는 균형 식사가 맞습니다. 반면 사구체여과율이 28이고 칼륨이 5.5 이상으로 나온 분이라면 바나나, 토마토, 고구마, 녹즙은 좋은 음식이 아니라 조절해야 할 음식이 됩니다. 투석을 시작한 분은 또 달라집니다. 단백질은 더 필요할 수 있고, 물과 인, 칼륨 관리는 더 세밀해집니다.
붓기 빼는 차, 옥수수수염차, 호박즙, 민들레 추출물도 많이 물어보십니다. 이런 것들이 신장을 회복시킨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뇨제, 혈압약, 당뇨약을 드시는 분은 전해질이나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건강기능식품도 농축된 형태라 음식보다 더 강하게 작용할 때가 있습니다.
약국에서 꼭 덧붙이는 말
신장에 좋은 식사를 아주 현실적으로 잡으면 첫째, 국물과 짠 반찬을 줄입니다. 둘째, 가공식품의 성분표에서 나트륨과 인 첨가물을 봅니다. 셋째, 단백질을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먹습니다. 넷째, 칼륨과 인은 혈액검사에서 높게 나온 사람만 더 엄격하게 조절합니다.
음식은 약처럼 즉시 수치를 바꾸는 도구라기보다, 매일 콩팥에 쌓이는 부담을 덜어 주는 습관에 가깝습니다. 신장 수치가 걱정된다면 최근 검사지를 들고 약사, 의사, 영양사에게 지금 먹는 약과 영양제까지 같이 보여주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좋은 음식 하나를 찾는 것보다 내 수치에 맞지 않는 과한 선택을 줄이는 쪽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저는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