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파타야에 다시 갔을 때, 나는 일부러 비치로드 한복판을 피했다. 파타야 하면 밤거리와 큰 쇼핑몰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조금만 옆으로 빠지면 세탁소 앞에서 고양이가 자고, 해 질 무렵 동네 사람들이 의자를 꺼내 앉는 조용한 골목이 나온다. 파타야리조트도 그런 골목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여행의 온도가 꽤 달라졌다.
중심에서 10분만 벗어나도 공기가 달라진다
태국정부관광청 안내에서도 파타야는 방콕에서 약 150km 떨어진 해변 도시로 소개된다. 보통 차로 2시간 안팎이면 닿는 거리라 주말 여행지 느낌이 강한데, 막상 도착하면 어느 지역에 묵느냐가 더 중요했다. 센트럴 파타야는 편하다. 편의점, 환전소, 마사지숍, 쇼핑몰이 촘촘하다. 대신 밤에는 소리가 오래 남는다.
내가 더 편하게 느낀 곳은 나끌루아와 웡아맛, 그리고 좀티엔 쪽이었다. 중심가에서 택시나 썽태우로 10~20분 정도만 움직이면 풍경이 달라진다. 같은 파타야리조트라도 입구 앞이 큰 도로인지, 작은 주택가인지, 해변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지에 따라 하루 리듬이 완전히 바뀐다.
- 나끌루아·웡아맛: 조용한 해변과 로컬 식당을 같이 느끼기 좋다.
- 프라툼낙·코지비치: 언덕 지형이라 전망은 좋지만 걷는 길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 좀티엔: 약 6km로 이어지는 긴 해변 분위기라 장기 숙박자와 가족 여행자가 많다.
- 나좀티엔: 중심과 더 멀지만 리조트 안에서 쉬는 시간이 긴 사람에게 잘 맞는다.
나끌루아 골목에서 묵었을 때 좋았던 점
나끌루아 쪽 숙소에 머문 날은 아침이 조용했다. 리조트 수영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조식당에서도 한국 단체 관광객보다 장기 체류하는 부부나 아이 동반 가족이 더 눈에 띄었다. 화려한 맛은 덜하지만, 그 대신 하루를 천천히 시작하기 좋았다.
밖으로 나가면 분위기는 더 선명해진다. 큰 간판이 줄지어 있는 중심가와 달리, 나끌루아 골목에는 작은 국수집, 과일 노점, 오래된 세탁소가 섞여 있다. 저녁 6시쯤 해가 내려앉을 때 생선 굽는 냄새가 골목에 퍼졌고, 리조트 로비보다 그 장면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솔직히 파타야까지 와서 계속 수영장 의자에만 누워 있기엔 아까운 순간이었다.
숙소 위치는 해변보다 골목을 먼저 봤다
예전에는 파타야리조트를 고를 때 해변과의 거리만 봤다. 그런데 몇 번 다녀보니 더 봐야 할 건 주변 길이었다. 해변까지 200m라도 큰 도로를 건너야 하면 은근히 피곤하고, 해변까지 700m라도 그 길에 카페와 작은 식당이 있으면 걷는 시간이 여행처럼 느껴진다.
특히 파타야는 낮보다 저녁 이동이 중요했다. 해가 진 뒤 리조트 주변이 너무 어둡거나 보행로가 끊기면 매번 차량을 불러야 한다. 반대로 숙소 근처에 편의점 하나, 늦게까지 여는 국수집 하나, 세탁 가능한 가게 하나만 있어도 며칠 머무는 여행이 훨씬 편해졌다.
좀티엔은 리조트보다 동네 산책이 좋았다
좀티엔은 파타야 중심가보다 숨이 느리다. 바다가 엄청 투명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길게 이어지는 해변 덕분에 사람이 한곳에 몰리지 않는다. 아침에는 조깅하는 사람, 낮에는 파라솔 아래 낮잠 자는 사람, 저녁에는 돗자리 펴고 음식을 나누는 현지 가족들이 보였다. 관광지인데도 생활의 장면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좀티엔 쪽 파타야리조트는 객실이 넓거나 콘도형 시설을 갖춘 곳이 많았다. 세탁기, 작은 주방, 넓은 발코니가 있는 숙소를 고르면 여행이 조금 덜 소비적으로 흘러간다. 매끼 레스토랑을 찾지 않아도 되고, 시장에서 망고와 요구르트를 사 와서 아침을 때우는 날도 생긴다. 그런 날이 이상하게 더 편했다.
다만 중심가 쇼핑몰이나 워킹스트리트 근처를 매일 오갈 계획이라면 좀티엔은 조금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왕복 이동 시간이 쌓이면 조용함의 장점이 피로로 바뀐다. 그래서 나는 2박 정도는 중심 접근이 쉬운 곳, 나머지 2~3박은 좀티엔이나 나끌루아 쪽으로 나누는 방식이 좋았다.
조용한 파타야리조트를 고를 때 봤던 것들
사진은 늘 조용해 보인다. 특히 수영장 사진은 아침 일찍 찍으면 어디든 평화롭다. 그래서 예약 전에는 객실 사진보다 지도와 후기를 더 오래 봤다. 후기에 소음, 단체, 공사, 엘리베이터 대기 같은 단어가 반복되면 아무리 전망이 좋아도 한 번 더 생각했다.
- 해변까지의 직선거리보다 실제 걸어가는 길을 확인했다.
- 수영장이 도로 쪽인지 안뜰 쪽인지 봤다.
- 조식당 규모가 너무 크면 단체 손님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 리조트 근처에 밤에도 걸어갈 만한 식당이 있는지 확인했다.
- 시내 이동을 자주 할 일정이면 너무 남쪽 숙소는 피했다.
수영장 큰 파타야리조트가 늘 좋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작은 수영장이라도 객실 수가 적고, 직원들이 얼굴을 기억해주는 곳이 더 편했다. 아침에 물 한 잔을 건네며 어제보다 바람이 덜 분다고 말해주는 리셉션 직원의 태도가, 넓은 로비보다 여행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화려한 파타야보다 천천히 머무는 파타야
파타야는 오해받기 쉬운 도시다. 너무 밝은 간판과 큰 음악 때문에 도시 전체가 그런 색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조용한 파타야리조트를 잡고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면, 이곳도 결국 누군가의 출근길이고 장보는 길이고 저녁 산책길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는 다음에도 파타야에 간다면 바다 바로 앞 1열보다, 해변에서 한두 골목 들어간 숙소를 고를 것 같다. 창밖으로 파도가 크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아침마다 같은 과일 가게를 지나고, 저녁마다 같은 골목의 불빛을 따라 돌아오는 여행이 더 오래 남는다. 유명한 장면을 많이 찍는 여행보다, 며칠 동안 동네의 속도에 몸을 맞추는 여행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잘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