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직접 운전해 보니, 미서부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느 순서로 움직이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도에서는 가까워 보여도 실제로는 사막 도로, 산길, 국립공원 셔틀, 주차 대기까지 겹쳐 하루 컨디션이 크게 달라집니다.
도시는 입출국 거점으로 먼저 잡기
처음 미서부여행을 짤 때는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중 어디로 들어가고 나올지부터 정하는 게 편합니다. 항공권이 조금 싸도 같은 도시 왕복이면 되돌아오는 시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로스앤젤레스 입국, 라스베이거스 출국으로 잡으면 해안 도시와 사막 도시를 한 방향으로 이어 붙이기 좋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는 차로 보통 4시간 30분에서 5시간 30분 정도 잡습니다. 중간에 바스토우나 베이커에서 쉬면 운전 피로가 확 줄어듭니다. 반대로 샌프란시스코와 요세미티를 묶을 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 밸리까지 편도 3시간 30분에서 4시간 30분 정도가 걸려 당일치기보다는 1박을 넣는 편이 훨씬 여유롭습니다.
라스베이거스 기준 국립공원 동선 잡는 방법
라스베이거스는 미서부 국립공원으로 넘어가는 베이스캠프처럼 쓰기 좋습니다. 자이언, 브라이스 캐니언, 그랜드캐니언, 페이지 지역을 원형으로 돌 수 있어서 렌터카 여행자에게 특히 편합니다. 다만 하루에 2개 이상을 욕심내면 사진은 많이 찍어도 실제로 걷는 시간이 거의 없어집니다.
-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이언 남문까지: 약 260km, 차로 2시간 40분 안팎
- 자이언에서 브라이스 캐니언까지: 약 140km, 차로 2시간 안팎
-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페이지까지: 약 250km, 차로 3시간 안팎
- 페이지에서 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까지: 약 215km, 차로 2시간 30분에서 3시간
- 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약 450km, 차로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이 코스는 4박 5일 이상이면 꽤 안정적입니다. 3박 4일로 줄이면 자이언이나 브라이스 중 하나를 빼는 쪽이 낫습니다. 특히 자이언은 국립공원 관리청 안내 기준으로 셔틀 운행 기간에는 주요 캐니언 도로에 일반 차량 진입이 제한되는 시간이 많아, 주차와 셔틀 대기까지 일정에 넣어야 합니다.
길치도 덜 헤매는 숙소 위치 선택
숙소는 관광지 이름만 보고 고르면 이동이 꼬일 수 있습니다. 자이언은 스프링데일에 묵으면 도보나 마을 셔틀로 입구 접근이 쉬워 아침 시간이 절약됩니다. 그랜드캐니언은 사우스림 안쪽 숙소가 가장 편하지만 예약이 어렵다면 투사얀이나 윌리엄스를 대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 윌리엄스는 공원 입구까지 다시 1시간 정도 들어가야 해서 일출을 보려면 새벽 출발이 필요합니다.
페이지는 앤털로프 캐니언, 홀스슈 벤드, 글렌 캐니언 쪽을 묶기 좋은 위치입니다. 여기서는 투어 시작 시간과 주차장 위치를 먼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 서부는 같은 하루 안에도 네바다, 유타, 애리조나를 넘나들 수 있어서 휴대폰 시간이 바뀌거나 예약 확인서의 현지 시간 표기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구간에서 출발 전날 캘린더에 도시 이름과 시간을 같이 적어 두니 실수가 줄었습니다.
하루 이동 거리는 350km 안쪽이 편합니다
미서부여행에서 운전 시간이 4시간을 넘기면 그날은 관광지를 1곳만 제대로 보는 식으로 생각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미국 도로는 넓고 직선 구간이 많지만, 사막 구간은 풍경 변화가 적어 졸음이 빨리 옵니다. 주유소 간격도 한국보다 길어서 연료가 절반 아래로 내려가면 다음 큰 마을에서 채우는 습관이 좋습니다.
국립공원 안에서는 거리보다 주차가 더 큰 변수입니다. 그랜드캐니언 사우스림은 방문자 센터 주변 주차장이 성수기와 휴일에 늦은 오전부터 차기 쉽고, 자이언도 오전 중 주차가 빡빡해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원 구간은 오전 7시 전후 도착, 도시 이동은 오후 늦게 출발하는 흐름을 선호합니다. 걷는 일정은 햇빛이 강해지기 전 끝내고, 긴 운전은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마치는 방식입니다.
초보 일정은 8박 10일 정도가 안정적입니다
처음 가는 미서부여행이라면 로스앤젤레스 2박, 라스베이거스 2박, 국립공원 루프 3박, 샌프란시스코 1박처럼 크게 나누면 무리한 느낌이 덜합니다. 샌프란시스코와 요세미티를 넣고 싶다면 남부 국립공원 중 1곳을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그랜드캐니언, 요세미티, 샌프란시스코를 모두 넣으면 지도는 멋진데 실제 여행은 계속 차 안에 있는 느낌이 될 수 있습니다.
제 기준으로 만족도가 높았던 방식은 ‘도시 40%, 자연 60%’ 정도였습니다. 도시는 식사와 쇼핑, 쉬는 날을 맡기고 국립공원은 아침 시간을 몰아주는 식입니다. 미서부는 한 번에 다 보려 하면 끝이 없습니다. 대신 동선을 단순하게 만들고, 하루에 한 장면씩 제대로 남긴다고 생각하면 길도 덜 헷갈리고 여행 기억도 훨씬 선명하게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