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점심시간마다 뭘 먹을지 고르는 게 유난히 피곤하게 느껴졌다. 회사 근처 백반은 맛있지만 자주 먹으면 속이 무겁고, 샐러드는 오후 4시만 되면 배가 꺼졌다. 그래서 한 번쯤 궁금했던 식단도시락을 2주 동안 직접 먹어봤다. 광고에서 보던 깔끔한 한 끼가 실제 생활에서도 편할지, 돈은 아깝지 않은지 꽤 현실적으로 따져봤다.
처음엔 냉동실 자리부터 문제였다
식단도시락은 보통 6개, 10개, 12개 단위로 묶어서 사는 경우가 많다. 나는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고 6개 세트로 시작했다. 근데 이게 생각보다 냉동실 공간을 꽤 잡아먹었다. 도시락 하나가 대략 손바닥 두 개를 나란히 둔 정도라, 이미 냉동만두나 얼음팩이 있는 집이면 자리 싸움이 생긴다.
냉동 제품은 보관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막상 배송받는 순간부터는 냉동실 칸을 비워둬야 한다. 나는 첫날 아무 생각 없이 주문했다가 냉동 블루베리와 닭가슴살을 꺼내 재배치했다. 식단도시락을 꾸준히 먹으려면 맛보다 먼저 보관 공간이 되는지 보는 게 은근 중요했다.
맛은 괜찮은데 매일 먹으면 기준이 달라진다
처음 먹은 메뉴는 현미밥, 닭가슴살 스테이크, 브로콜리, 볶음김치 조합이었다. 전자레인지에 4분 정도 돌리니 바로 먹을 수 있었고, 생각보다 닭가슴살이 퍽퍽하지 않았다. 솔직히 첫 끼는 꽤 만족스러웠다. 한 끼가 350~500kcal 안팎인 제품이 많아서 부담도 덜했다.
그런데 5일쯤 지나니 맛 평가 기준이 바뀌었다. 처음엔 맛있는지가 중요했는데, 나중엔 질리지 않는지가 더 크게 느껴졌다. 고추장 맛, 간장 맛, 토마토소스 맛처럼 소스가 달라져도 기본 구성은 비슷하다. 밥 조금, 단백질 반찬, 채소 반찬. 그래서 메뉴 이름은 다양해도 입에서는 비슷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볶음밥 형태보다 밥과 반찬이 나뉜 도시락이 더 오래 먹기 편했다. 볶음밥형은 처음엔 맛이 진해서 좋은데, 며칠 연속 먹으면 금방 물렸다. 반대로 반찬 분리형은 심심해 보여도 김치나 구운 김을 조금 곁들이기 좋아서 일상식에 가까웠다.
가격은 싸다기보다 선택 비용을 줄여준다
내가 산 식단도시락은 개당 4천 원대 후반에서 6천 원대 초반이었다. 여기에 배송비를 더하면 한 끼 5천 원대 중후반으로 잡는 게 현실적이었다. 편의점 도시락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고, 밖에서 사 먹는 점심보다는 확실히 낮은 편이다.
근데 식단도시락의 장점은 단순히 가격만은 아니었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시간, 식당까지 걷는 시간, 먹고 나서 후회하는 시간을 줄여줬다. 특히 바쁜 날에는 냉동실에서 하나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끝이라 머리를 덜 쓰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생각보다 컸다.
- 점심 선택 시간이 거의 사라졌다.
- 한 끼 양과 열량을 대충이라도 가늠할 수 있었다.
- 배달 음식보다 쓰레기와 비용 부담이 적었다.
- 외식보다 맛의 재미는 덜했다.
다만 식단도시락만 먹는다고 생활비가 확 줄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커피나 간식을 사 먹으면 절약 효과가 금방 흐려졌다. 식단도시락은 식비 절감 도구라기보다 점심 루틴을 단순하게 만드는 도구에 가까웠다.
포만감은 사람마다 차이가 꽤 난다
식단도시락을 먹기 전에는 칼로리가 낮으면 당연히 배고플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메뉴에 따라 차이가 컸다. 밥이 100g 정도 들어간 제품은 오후에 출출했고, 밥이 150g쯤 있거나 고구마, 두부, 계란이 같이 들어간 제품은 꽤 버텼다. 단백질이 20g 이상인 제품은 체감상 든든함이 더 오래갔다.
나한테 가장 애매했던 건 채소가 많은데 지방이 거의 없는 메뉴였다. 먹을 때는 가볍고 좋지만, 두세 시간 뒤 허기가 빨리 왔다. 그래서 운동하는 날이나 일이 길어지는 날에는 견과류 한 줌, 삶은 계란 하나, 플레인 요거트 중 하나를 붙였다. 이렇게 먹으니 식단도시락이 너무 다이어트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또 하나 느낀 건 나트륨이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소스 맛이 강한 도시락은 의외로 짭짤했다. 몸 관리 때문에 식단도시락을 고르는 사람이라면 열량만 볼 게 아니라 나트륨과 단백질 양도 같이 보는 편이 낫다. 숫자를 하나씩 다 따지기 귀찮다면, 먹고 난 뒤 물이 계속 당기는 메뉴는 자주 넣지 않는 식으로 감을 잡아도 된다.
계속 먹을 거라면 이렇게 고르는 게 편했다
2주 동안 먹어보니 처음부터 대용량으로 사는 건 꽤 위험했다. 후기가 좋아도 내 입에 안 맞으면 냉동실에서 오래 남는다. 특히 닭가슴살 특유의 향, 현미밥 식감, 소스 단맛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크다. 처음엔 5~6개 정도만 사서 전자레인지 시간, 포장 뜯는 방식, 식감까지 보는 게 좋았다.
나는 다음에 산다면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맛이 강한 메뉴와 담백한 메뉴를 섞을 것 같다. 매콤한 메뉴만 고르면 속이 부담스럽고, 담백한 메뉴만 고르면 금방 심심하다. 밥 양이 너무 적은 제품은 점심보다는 저녁 가벼운 한 끼로 돌리는 게 나았다.
- 처음 구매는 소량 세트가 부담이 적다.
- 단백질 20g 안팎인지 확인하면 포만감 판단에 도움이 된다.
- 볶음밥형과 반찬 분리형을 섞으면 질림이 덜하다.
- 냉동실 한 칸을 비울 수 있는지 먼저 봐야 한다.
식단도시락은 완벽한 건강식이라기보다, 바쁜 날의 선택지를 하나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물건에 가까웠다. 직접 먹어보니 매일 평생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지만, 점심마다 흔들리는 사람에게는 꽤 쓸 만했다. 나도 냉동실에 3개 정도는 비상용으로 두고 싶다. 밖에서 급하게 아무거나 먹는 날을 줄여주는 정도, 딱 그 거리감이면 오래 같이 갈 수 있는 방식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