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학폭 판결, 친구를 밀었는데 왜 학교폭력이 아니었을까요?

초등 1학년 학폭 판결, 친구를 밀었는데 왜 학교폭력이 아니었을까요?

요즘 강의실에서 학교폭력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꽤 무거워집니다. 예전에는 아이들끼리 다툰 일이라고 넘겼던 장면도 지금은 학교폭력 신고, 심의, 행정심판,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친구를 밀어 다치게 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친 아이가 있는데 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 여기서부터 차분히 봐야 합니다.

무슨 사건이었나

사건은 2023년 3월 22일 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방과 후 배드민턴 수업 시간에 벌어졌습니다. 당시 두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 만 7세였습니다. 한 학생이 학교 다목적실에서 같은 반 학생을 약 80cm 높이의 단상 아래로 밀었고, 피해 학생은 무릎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2024년 2월 1일 이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판단했습니다. 조치는 학교폭력예방법상 1호인 서면사과였습니다. 겉으로 보면 가장 가벼운 조치처럼 보이지만, 당사자와 학부모에게는 학교폭력 가해 판단이 공식적으로 남는 문제입니다.

조치를 받은 학생 쪽은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이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서면사과 조치를 취소했습니다. 이후 피해 학생 쪽이 재결 취소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판단이 갈렸습니다. 대법원 1부는 2026년 9월 3일 선고한 2026두30954 사건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결국 학교폭력 조치를 취소한 행정심판 판단이 유지된 셈입니다.

피해가 있으면 무조건 학폭일까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지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는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폭행, 상해, 협박,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으로 신체적·정신적·재산상 피해가 생기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봅니다. 문장만 보면 친구를 밀어 다치게 한 일은 학교폭력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문언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행위의 경중, 발생 경위, 전후 사정,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나이와 관계, 피해학생을 보호할 필요성, 가해학생을 선도하고 교육할 필요성을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피해가 없었다’가 아닙니다. 피해는 있었지만, 그 행위를 곧바로 학교폭력 법 체계로 다룰 정도인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이 사건의 학생은 만 7세였습니다. 우리 법에서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소년보호처분도 통상 만 10세 이상부터 문제 됩니다. 물론 학교폭력예방법이 초등학교 1학년을 아예 제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연령 아동의 판단능력과 충동 조절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다툼을 법적 절차로만 끌고 가면 교육적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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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사과도 가볍지만은 않다

학교폭력 조치는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단계가 있습니다. 의무교육 과정에서는 퇴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제한도 있습니다. 그래도 1호라고 해서 의미가 작은 것은 아닙니다. 학교폭력으로 인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학생과 보호자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 지점이 늘 어렵습니다. 피해학생 쪽에서는 ‘우리 아이가 다쳤는데 아무 조치도 없느냐’고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 학생 쪽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직후의 미숙한 행동을 평생 낙인처럼 다루느냐’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 감정이 격해질 만합니다. 그래서 법원은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일 때 더 신중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 피해가 실제로 있었는가
  • 행위가 우발적이었는가, 반복적이었는가
  • 상대에게 겁을 주거나 지배하려는 성격이 있었는가
  • 학생의 나이와 이해 능력에 비춰 선도 조치가 필요한가
  • 피해학생 보호를 위해 별도 조치가 필요한가

이런 요소를 함께 봐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을 초등 저학년은 학교폭력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반복적인 폭행, 따돌림, 성적 괴롭힘, 보복성 행동처럼 사안이 무겁다면 저학년이라도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숫자가 보여주는 다른 배경

교육부가 2026년 9월 발표한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약 390만 명을 대상으로 했고, 319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피해응답률은 2.9%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올랐습니다. 초등학생 피해응답률은 5.7%, 중학생은 2.3%, 고등학생은 0.8%였습니다.

다만 이 조사는 초등학교 1~3학년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나이대와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초등 단계에서 피해 인식이 높다는 흐름은 분명합니다.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 37.8%, 집단 따돌림 17.1%, 신체폭력 15.7%, 사이버폭력 7.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가 사소한 다툼과 실제 보호가 필요한 폭력을 구분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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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책임과 어른의 역할 사이

이번 판결은 피해학생 보호를 가볍게 본 판단으로 읽을 일은 아닙니다. 다친 아이에게는 치료, 심리적 안정, 학교생활 회복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상대 아이에게도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배우게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만 그 과정이 반드시 학교폭력 조치여야 하는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솔직히 학교폭력이라는 말은 너무 무겁고, 아이들의 다툼이라는 말은 때로 너무 가볍습니다. 실제 학교 현장은 그 사이에서 움직입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그 중간 지점을 짚었습니다. 다친 사실을 지우지 않되, 만 7세 아이의 미숙한 행동을 곧바로 학교폭력 절차로 확정하는 데는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에서 학교와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한쪽 이름표를 빨리 붙이는 것이 아니라,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그리고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책임 교육을 같이 세우는 일이라고 봅니다.

초등 1학년 학폭 판결, 친구를 밀었는데 왜 학교폭력이 아니었을까요?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