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샤워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데, 세탁한 지 하루도 안 된 수건에서 묘하게 쉰 냄새가 올라왔다. 처음엔 내가 예민한가 싶었는데, 같은 수건을 다시 맡아보니 그 특유의 꿉꿉하고 시큼한 냄새가 분명했다. 세제도 쓰고 섬유유연제도 넣었는데 왜 이럴까 싶어서 며칠 동안 빨래 습관을 하나씩 바꿔봤다.
쉰 냄새는 세제가 부족해서만 생기지 않았다
예전에는 냄새가 나면 세제를 더 넣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제를 늘린 날일수록 수건이 뻣뻣해지고 냄새가 덜 빠지는 느낌이 있었다. 찾아보니 수건 섬유 사이에 세제 찌꺼기, 피지, 습기가 남으면 세탁 후에도 냄새가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특히 수건은 물을 많이 머금어서 다른 옷보다 마르는 시간이 길다. 이 시간 동안 냄새가 자리 잡기 쉽다.
내 경우에는 세탁기 안에 젖은 수건을 반나절씩 넣어두는 습관이 제일 컸다. 저녁에 샤워하고 수건을 대충 빨래통에 던져두거나, 세탁이 끝났는데 바로 널지 못한 날이 많았다. 냄새의 시작점은 세탁보다 그 전과 후에 있었다.
먼저 해본 건 삶기보다 세탁 루틴 바꾸기
수건을 바로 삶으면 속은 시원하다. 근데 매번 큰 냄비를 꺼내고 물 끓이는 건 현실적으로 오래 못 간다. 그래서 먼저 평소 세탁 루틴부터 고쳤다. 변화는 꽤 단순했다.
- 젖은 수건은 빨래통에 바로 넣지 않고 펼쳐서 말린 뒤 모았다.
- 수건만 따로 모아 40도 안팎의 물로 세탁했다.
- 세제는 표시량보다 조금 적게 넣었다.
- 섬유유연제는 수건 세탁 때 빼봤다.
- 세탁이 끝나면 30분 안에 바로 널었다.
이렇게 바꾼 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세탁 직후 냄새보다 다음 날 냄새였다. 예전에는 말랐을 때 괜찮다가 물기가 닿으면 다시 쉰 냄새가 올라왔는데, 루틴을 바꾼 뒤에는 그 반응이 확 줄었다. 솔직히 세탁 버튼 하나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수건은 빨기 전 보관과 말리는 속도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이미 냄새가 밴 수건은 따로 다뤄야 했다
문제는 오래된 수건이었다. 새로 냄새가 생기는 건 어느 정도 막았지만, 이미 냄새가 깊게 밴 수건은 일반 세탁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냄새 심한 수건만 따로 골라 산소계 표백제를 써봤다. 뜨겁지만 손을 넣기 어려울 정도는 아닌 물에 산소계 표백제를 풀고 1시간 정도 담근 뒤 세탁기에 넣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염소계 표백제와 섞지 않는 것, 색 있는 수건은 먼저 눈에 잘 안 띄는 부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나는 흰 수건과 밝은 회색 수건만 따로 처리했다. 결과는 꽤 괜찮았다. 오래 묵은 시큼한 냄새가 한 번에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물에 닿을 때 올라오던 냄새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두 번 반복한 수건은 다시 욕실에서 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식초는 기대보다 조심스럽게 써야 했다
식초도 많이들 쓴다고 해서 한 번 해봤다. 세탁 헹굼 단계에 소량 넣었을 때는 잔냄새가 줄어드는 느낌이 있었다. 다만 너무 많이 넣으면 식초 냄새가 남고, 세탁기 고무 부품이 걱정돼서 자주 쓰기엔 망설여졌다. 내 기준에서는 매번 쓰는 방법이라기보다 냄새가 애매하게 남았을 때 가끔 쓰는 보조 방법에 가까웠다.
건조 방식이 생각보다 승패를 갈랐다
수건 냄새 실험에서 제일 확실했던 건 건조였다. 같은 세탁을 해도 베란다 구석에 촘촘히 널어둔 수건은 냄새가 남았고, 간격을 벌려 바람이 지나가게 널어둔 수건은 훨씬 산뜻했다. 특히 장마철이나 겨울처럼 실내 습도가 높은 날에는 선풍기를 1~2시간만 틀어도 차이가 컸다.
건조기 사용도 해봤다. 확실히 냄새에는 강했다. 다만 수건이 조금씩 얇아지는 느낌이 있어서 매번 최고 온도로 돌리기보다는, 냄새가 걱정되는 날이나 날씨가 습한 날에만 사용했다. 자연건조를 할 때는 수건을 반으로 접어 길게 널기보다 한쪽 면이 최대한 많이 공기에 닿게 펼치는 편이 빨랐다.
내가 계속 유지하고 있는 작은 습관들
며칠 바짝 신경 쓰고 끝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쉬웠다. 그래서 아주 귀찮지 않은 수준으로만 남겼다. 젖은 수건은 바로 말리기, 세탁 끝나면 미루지 않기, 수건 세탁에는 섬유유연제 줄이기. 이 세 가지만 해도 쉰 냄새 빈도가 확 줄었다.
- 냄새가 막 나기 시작한 수건은 바로 따로 세탁한다.
- 세탁조 청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챙긴다.
- 수건은 욕실 안보다 통풍되는 곳에 둔다.
- 오래된 수건은 청소용으로 역할을 바꾼다.
수건에서 쉰 냄새가 난다고 바로 버릴 필요는 없었다. 다만 냄새가 난다는 건 어딘가에 습기와 찌꺼기가 오래 머물렀다는 신호에 가까웠다. 나한테는 비싼 세제보다 젖은 채로 두지 않는 습관이 더 효과적이었다. 은근히 사소하지만, 얼굴에 닿는 수건 냄새가 달라지니까 아침 기분도 꽤 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