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가 한 칸에 들어가는데, 차는 멋진데 운전자는 꽤 고생하더군요. 저도 운전 14년 하면서 세단, SUV, 쿠페형 차를 번갈아 몰아봤는데, 이런 2도어 카브리올레는 주행보다 주차장에서 성격이 확 드러납니다. 겉으로 보면 우아한 오픈카인데, 좁은 주차칸에서는 문 길이, 휠 위치, 낮은 범퍼가 전부 신경 쓰입니다.
문이 긴 차라는 걸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2도어라 앞문이 깁니다. 이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오래된 건물 주차칸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일반 중형 세단은 옆차와 30cm 정도만 남아도 몸을 비틀어 내릴 수 있는데, 이 차는 문을 충분히 못 열면 어깨부터 막힙니다. 특히 코트 입은 겨울이나 가방 든 날에는 우아하게 내리기 어렵습니다.
주차칸 폭이 2.3m 안팎으로 느껴지는 오래된 상가에서는 가운데에 예쁘게 넣는 것보다 운전석 쪽 공간을 확보하는 게 낫습니다. 기둥이 있다면 기둥 쪽으로 조수석을 붙이고, 운전석 문이 열릴 자리를 남기는 식입니다. 이 차는 남에게 보여주는 각도보다 내가 내릴 수 있는 각도가 더 중요합니다.
- 기둥 옆 칸이면 운전석 문 열림 폭부터 봅니다.
- 양옆이 큰 SUV라면 한 칸 더 도는 게 마음 편합니다.
- 벽 쪽에 너무 붙이면 긴 문 때문에 오히려 못 내립니다.
기계식 주차장은 입구에서 바로 확인합니다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를 타거나 중고로 보려는 분들이 의외로 놓치는 게 기계식 주차장입니다. 차 길이는 4.8m대, 차폭은 1.86m 안팎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사이드미러와 타이어 폭, 휠 긁힘 가능성까지 봐야 합니다. 어떤 기계식 주차장은 숫자상으로는 될 것 같아도 관리인이 고개를 젓습니다. 수입차라서가 아니라 리프트 폭, 하부 간섭, 휠 손상 민원 때문에 보수적으로 받는 곳이 많습니다.
저는 이런 차로 처음 가는 건물에 갈 때 주차장 입구에서 무리하지 않습니다. 뒤차가 밀려도 직원에게 차폭 제한과 중량 제한을 바로 묻는 게 낫습니다. 괜히 들어갔다가 후진으로 빠져나오면 땀도 나고, 뒤차 눈치도 보이고, 차 바닥에서 긁히는 소리라도 나면 하루 기분이 다 깨집니다.
연석과 휠은 생각보다 돈을 잘 먹습니다
카브리올레는 차체가 낮아 보이는 맛이 있는데, 그 맛이 주차장 경사로와 연석 앞에서는 부담이 됩니다.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18인치나 19인치급 휠이 들어간 차가 많고, 타이어 옆면도 얇게 보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연석에 살짝 비볐다고 생각했는데 휠 림에 하얀 상처가 남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수리비는 작은 접촉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후진 주차할 때 사이드미러를 살짝 내려서 뒷바퀴 위치를 보는 습관이 좋습니다. 후방카메라만 믿으면 화면은 멀쩡한데 휠은 연석에 가까운 상황이 생깁니다. 특히 백화점, 호텔, 병원처럼 회전 경사로가 좁은 곳은 앞범퍼와 휠을 동시에 봐야 합니다. 차가 긴 편이라 앞머리가 생각보다 늦게 따라옵니다.
- 연석 옆 평행주차는 바퀴와 연석 사이를 15~20cm 정도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 경사로 진입은 정면보다 살짝 비스듬히 들어가면 하부 부담이 줄어듭니다.
- 휠 복원 이력이 많은 차는 주차 환경이 빡빡했을 가능성도 봅니다.
탑을 닫았을 때 시야가 진짜 실력입니다
오픈하고 달릴 때는 시원합니다. 그런데 주차는 대부분 탑을 닫은 상태에서 합니다. 소프트톱을 닫으면 뒤쪽 시야가 세단보다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 사각지대도 더 신경 쓰입니다. 센서와 카메라가 있어도 비 오는 날 렌즈에 물방울이 맺히거나 흙이 튀면 화면이 믿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차는 주차장에서 속도를 더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후진할 때 한 번에 넣으려 하지 말고, 앞뒤 50cm 여유를 남긴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잡는 게 좋습니다. 옆차 문콕도 문제지만, 이 차는 내 문이 길어서 내가 옆차를 칠 위험도 있습니다. 멋진 차일수록 주차장에서 조심스러운 사람이 더 멋있어 보입니다.
중고로 볼 때는 주행거리보다 주차 흔적을 봅니다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를 중고로 본다면 저는 시동음보다 먼저 외관 아래쪽을 봅니다. 앞범퍼 하단, 휠 테두리, 문 끝, 사이드스커트, 소프트톱 가장자리 고무 몰딩을 천천히 보면 차가 어떤 주차장을 다녔는지 감이 옵니다. 주행거리가 짧아도 지하주차장 기둥과 연석에 자주 시달린 차는 티가 납니다.
시승할 기회가 있으면 큰길만 달리지 말고 실제로 주차장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는 게 제일 현실적입니다. 핸들이 얼마나 꺾이는지, 후방카메라 각도가 내 눈에 맞는지, 문 열 공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바로 느껴집니다. 벤츠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분명 기분 좋은 차입니다. 다만 이 차를 편하게 타려면 달릴 때의 낭만만큼이나 멈춰 세우는 감각도 같이 챙겨야 오래 예쁘게 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