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현관 옆 작은 통에 모아둔 동전을 세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배달 음식 현금 결제할 때 쓰면 어떨까. 통 안에는 500원, 100원, 50원이 섞여 있었고 대충 봐도 3만원은 넘어 보였다. 그런데 막상 봉투에 담으려니 손이 멈췄다. 내가 편하자고 건네는 이 돈이 배달기사에게는 꽤 번거로운 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전 3만원은 생각보다 꽤 무겁다
처음에는 3만원이라는 금액만 봤다. 요즘 치킨이나 찜닭 하나 시키면 금방 나오는 금액이라 별것 아닌 느낌이었다. 그런데 동전으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부 500원짜리라면 60개다. 이 정도면 작은 지퍼백 하나로 끝난다. 하지만 100원짜리로만 3만원이면 300개다. 손으로 세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들고 다니기에도 묵직하다.
실제로 집에 있던 동전을 1만원어치만 따로 담아봤는데, 봉투가 축 처졌다. 3만원이면 그 세 배다. 배달기사는 음식 봉투, 음료, 휴대폰, 카드 단말기, 헬멧이나 장갑까지 챙겨야 한다. 거기에 동전 봉투까지 생기면 단순한 잔돈이 아니라 짐 하나가 추가되는 느낌에 가깝다.
문제는 돈보다 확인 시간이었다
동전은 지폐와 다르게 한눈에 금액이 잘 보이지 않는다. 500원 60개처럼 딱 맞게 준비해도 받는 사람은 바로 믿고 넣기 어렵다. 현관 앞에서 1개씩 세기에는 뒤에 다음 배달이 걸려 있고, 그냥 가져가기에는 금액이 맞는지 불안할 수 있다. 사실 이 지점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였다.
특히 비 오는 날이나 엘리베이터 앞, 공동현관처럼 오래 서 있기 애매한 장소라면 더 그렇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미 돈을 준비한 상태지만, 배달기사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검수해야 하는 현금이 생긴다. 서로 악의가 없어도 순간적으로 표정이 굳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꼭 동전으로 내야 한다면
동전을 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집에 동전이 쌓이면 누구나 한 번쯤 처리하고 싶어진다. 다만 배달 현장에서 바로 3만원어치를 쏟아내는 방식은 서로에게 피곤하다. 내가 해본 방식 중 그나마 괜찮았던 건 금액별로 미리 나누는 것이었다.
- 500원짜리 위주로 맞춰 개수를 줄인다.
- 1만원 단위로 작은 봉투를 나누고 겉에 금액을 적는다.
- 주문 전에 동전 결제가 가능한지 가게에 먼저 묻는다.
- 배달기사에게 현관에서 세어달라고 하지 않는다.
- 가능하면 일부만 동전으로 내고 나머지는 지폐나 이체로 맞춘다.
예를 들어 3만원 전부를 동전으로 내기보다 500원짜리 1만원, 지폐 2만원처럼 섞으면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봉투에 500원 20개, 총 1만원이라고 적어두면 받는 사람도 대략 확인하기 쉽다. 물론 그래도 상대가 불편해할 수 있다는 점은 남는다.
배달기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보이는 것들
배달은 시간 싸움이다. 한 건이 끝나야 다음 건을 받을 수 있고, 피크 시간대에는 몇 분 차이로 수입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현관 앞에서 동전 3만원을 세는 시간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다음 이동이 늦어지고, 음식 온도도 신경 쓰이고, 혹시 금액이 안 맞으면 다시 말해야 하는 어색함까지 생긴다.
또 동전은 분실 위험도 있다. 지퍼백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거나 봉투가 약하면 이동 중 흘릴 수 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덜그럭거리는 소리도 꽤 신경 쓰일 것 같다. 내가 받는 입장이라고 상상해보니, 그냥 돈을 받는 일이 아니라 확인하고 보관하고 나중에 처리하는 과정까지 따라붙었다.
내가 선택한 현실적인 방법
결국 나는 배달 결제에는 동전 3만원을 쓰지 않았다. 대신 500원짜리는 편의점 무인 계산대에서 조금씩 쓰고, 100원과 50원은 동네 마트에서 현금 계산할 때 잔돈처럼 섞어 냈다. 한 번에 털어내려던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니 오히려 덜 민망했다.
만약 정말 배달기사에게 동전 3만원을 건네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미리 세고 묶고 설명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느꼈다. 돈은 같은 돈이지만, 전달되는 방식에 따라 상대가 받는 부담은 꽤 달라진다. 나도 동전을 빨리 비우고 싶었지만, 다음부터는 내가 편한 방식보다 상대가 그 자리에서 덜 난감한 방식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