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다시 <인턴>을 봤는데, 처음 봤을 때보다 지금 더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함께 나온 따뜻한 직장 영화 정도로 기억한 분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일, 나이, 리더십, 관계의 거리감까지 꽤 현실적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영화 <인턴>은 2015년 개봉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러닝타임은 약 121분이고, 주인공 벤 휘태커 역은 로버트 드 니로, 스타트업 대표 줄스 오스틴 역은 앤 해서웨이가 맡았습니다. 이야기는 은퇴 후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70세 남성 벤이 온라인 패션 회사의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시작됩니다.
인턴은 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을까요?
사실 <인턴>은 큰 사건으로 밀어붙이는 영화는 아닙니다. 회사가 망할 위기에 놓였다거나, 인턴이 천재적인 능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전개도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의 힘은 작은 태도에서 나옵니다. 벤은 말이 많지 않고, 자기 경험을 앞세워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늘 제시간에 도착하고, 주변을 살피고, 필요한 순간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갑니다.
이 점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나이 많은 인물이 젊은 세대에게 훈계를 늘어놓는 구조였다면 지금 보기엔 부담스러웠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벤은 조언보다 관찰을 먼저 합니다. 반대로 줄스도 처음부터 벤을 존중하는 인물은 아닙니다. 바쁘고 예민하고, 회사의 속도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서서히 서로의 리듬을 이해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관람 전 알고 보면 좋은 인물 구도
벤과 줄스의 관계를 단순히 멘토와 멘티로만 보면 영화가 조금 납작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벤은 분명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이지만, 줄스의 삶을 대신 결정해주는 인물은 아닙니다. 줄스 역시 미숙한 대표로만 그려지지 않습니다. 회사를 키워낸 능력자이고, 동시에 너무 많은 역할을 혼자 끌어안은 사람입니다.
특히 줄스는 일하는 여성 캐릭터를 다룰 때 자주 따라붙는 편견과 맞닿아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대표로서 성과를 증명해야 하고, 집에서는 배우자와 엄마 역할의 균형을 요구받습니다. 영화가 이 문제를 아주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은 아니지만, 최소한 줄스를 욕심 많은 사람으로 단순화하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이 관람 후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 벤: 은퇴 후 다시 사회적 역할을 찾는 인물
- 줄스: 빠르게 성장한 회사 안에서 버티는 창업자
- 회사 직원들: 세대 차이를 코미디와 생활감으로 보여주는 장치
- 가족 이야기: 줄스의 선택을 흔드는 현실적인 압박
관람평에서 자주 갈리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인턴>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대부분 편안함을 장점으로 꼽습니다. 자극적인 갈등이 적고, 인물들이 기본적으로 선한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퇴근 후에 보기 좋은 영화라는 반응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화면 톤도 밝고, 사무실과 집, 카페 같은 공간이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어 보는 동안 피로감이 적습니다.
반대로 아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현실의 스타트업 업무 강도나 조직 갈등에 비해 영화가 지나치게 부드럽게 처리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벤이라는 인물이 너무 이상적으로 보이는 것도 호불호가 갈립니다. 항상 적절한 말을 하고,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며, 거의 모든 상황에서 품위를 잃지 않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판타지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근데 이 영화가 애초에 냉정한 직장 생존기를 목표로 한 작품은 아닙니다. 현실의 날카로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품위를 지키며 가까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 방향을 받아들이면 훨씬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호흡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는 여기서 힘을 뺀 연기를 보여줍니다. 강한 카리스마로 장면을 장악하기보다, 조용히 상대 배우를 받쳐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작은 미소, 천천히 고르는 말,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는 습관 같은 디테일이 벤이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만듭니다.
앤 해서웨이는 줄스의 속도를 잘 살립니다. 빠르게 말하고,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감정을 누르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는 리듬이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대표로서의 얼굴과 개인으로서의 불안을 오가는 장면들이 좋습니다. 두 배우가 서로를 압도하지 않고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영화 전체가 과하게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잘 맞는 영화입니다
<인턴>은 큰 반전이나 강한 자극을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인물의 변화, 대화의 온도, 직장 안팎의 관계를 천천히 보는 걸 좋아한다면 만족도가 높습니다.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무난하고,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과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사람이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만한 장면도 많습니다.
- 따뜻한 분위기의 직장 영화를 찾는 분
- 로버트 드 니로의 부드러운 연기를 보고 싶은 분
- 앤 해서웨이의 현실적인 워킹맘 캐릭터가 궁금한 분
- 세대 차이를 무겁지 않게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분
개인적으로 <인턴>은 아주 새롭거나 대담한 영화라기보다, 다시 볼수록 사람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에 가깝습니다. 벤처럼 나이 들어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줄스처럼 버틴다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화가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풀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누군가의 일터와 하루를 조금 다정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은 분명히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