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약국에 오신 어르신이 혈압약을 기다리시다가 조심스럽게 물으셨습니다. 전세보증금이 조금 있는데 주거급여 재산기준 때문에 아예 안 되는 거 아니냐고요. 약국에서 11년 일하다 보니 건강기능식품 질문만큼이나 이런 생활비, 주거비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는 복지 담당자는 아니지만, 기준을 같이 읽어드릴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재산이 있다는 말 하나만으로 포기하기에는 계산 방식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주거급여는 재산만 따로 보지 않습니다
주거급여는 월세나 전세에 사는 임차가구에는 임차급여를, 자기 집에 사는 가구에는 집수리 성격의 수선유지급여를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판단의 출발점은 소득인정액입니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월소득에 재산을 월 소득처럼 바꾼 금액을 더한 숫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2026년 보건복지부 기준으로 주거급여는 기준 중위소득 48% 이하인 가구가 기본 대상입니다. 월 소득인정액 기준은 1인 가구 1,230,834원, 2인 가구 2,015,660원, 3인 가구 2,572,337원, 4인 가구 3,117,474원, 5인 가구 3,627,225원, 6인 가구 4,106,857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액은 월급만이 아니라 재산 환산액까지 합친 금액입니다.
그리고 주거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습니다. 부모님이나 자녀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탈락한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주거급여에서는 신청 가구의 소득과 재산을 중심으로 봅니다.
재산은 월 소득으로 바뀌어 계산됩니다
주거급여 재산기준에서 중요한 말은 재산의 소득환산액입니다. 공식은 크게 보면 재산에서 기본재산액과 인정되는 부채를 빼고, 남은 금액에 재산 종류별 월 환산율을 곱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같은 5천만 원이라도 전세보증금인지, 예금인지, 자동차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주거용재산: 월 1.04% 환산
- 일반재산: 월 4.17% 환산
- 금융재산: 월 6.26% 환산
- 자동차: 원칙적으로 월 100% 환산
이 비율 차이가 큽니다. 예를 들어 1천만 원이 주거용재산으로 잡히면 월 10만 4천 원 정도로 환산되지만, 금융재산이면 월 62만 6천 원으로 잡힙니다. 자동차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예외가 없는 차량이라면 차량가액이 거의 그대로 월 소득처럼 반영될 수 있어, 실제 생활이 빠듯해도 기준을 넘기는 일이 생깁니다.
지역별 기본재산액을 먼저 봐야 합니다
재산을 전부 소득으로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 생활에 필요하다고 보는 재산은 일정 금액까지 빼고 계산합니다. 2026년 기준 기본재산액은 서울 9,900만 원, 경기 8,000만 원, 광역시·세종·창원 7,700만 원, 그 외 지역 5,300만 원입니다. 가구원 수와 관계없이 지역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다만 주거용재산에는 한도도 있습니다. 서울은 1억 7,200만 원, 경기는 1억 5,100만 원, 광역시·세종·창원은 1억 4,600만 원, 그 외 지역은 1억 1,200만 원까지 주거용재산으로 봅니다. 이 한도를 넘는 부분은 더 낮은 주거용 환산율이 아니라 일반재산 환산율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전세보증금이 있으면 무조건 불리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택 전월세보증금은 보통 보증금 전액이 아니라 적용률 0.95를 곱해 재산가액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1인 가구가 전세보증금 1억 2천만 원인 집에 살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보증금에 0.95를 곱하면 1억 1,400만 원입니다. 여기서 서울 기본재산액 9,900만 원을 빼면 1,500만 원이 남고, 이 금액에 주거용재산 환산율 월 1.04%를 적용하면 월 15만 6천 원 정도가 재산 환산액으로 잡힙니다.
물론 여기에 근로소득, 연금, 사업소득 같은 실제 소득이 더해집니다. 그래서 전세보증금이 조금 있다는 사실보다, 보증금 규모와 지역, 소득, 부채, 자동차 보유 여부를 같이 봐야 합니다.
많이 막히는 부분은 자동차와 부채입니다
약국에서도 상담하다 보면 통장 잔고보다 자동차 때문에 걸리는 경우를 더 자주 듣습니다. 생업용 차량, 장애인 사용 자동차, 오래된 저가 차량 등은 별도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모든 차량이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차량가액이 크면 주거급여 재산기준에서 부담이 크게 잡힐 수 있습니다.
부채도 무조건 빼주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회사 대출금, 임대보증금,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누적액처럼 확인 가능한 부채는 반영될 수 있습니다. 반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빌린 돈은 법원 판결문이나 지급명령처럼 확인 가능한 자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말로만 있는 빚은 인정받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임대차계약서와 확정일자 자료
- 대출 잔액증명서
- 통장 잔액과 보험 관련 자료
- 자동차등록원부와 차량가액 확인 자료
- 근로소득, 연금, 사업소득 관련 서류
복지로 모의계산은 대략적인 방향을 보는 데 쓸 수 있지만, 실제 판정은 행정복지센터 조사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재산을 처분했거나, 보증금 명의가 가족으로 되어 있거나, 자동차를 공동명의로 가진 경우에는 혼자 계산한 값과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신청 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경우
제가 약국에서 가장 아깝게 느끼는 분들은 기준을 제대로 확인하기 전에 스스로 안 된다고 단정하는 분들입니다. 통장에 몇백만 원이 있어도, 전세보증금이 있어도, 오래된 집 한 채가 있어도 바로 탈락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월소득이 낮아도 차량가액이나 금융재산이 크게 잡히면 기준을 넘을 수 있습니다.
주거급여 재산기준은 단순히 재산이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표가 아니라, 그 재산이 실제 생활비를 얼마나 대신할 수 있는지 월 단위로 바꿔 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숫자가 애매하다면 계약서와 대출 자료를 챙겨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번 확인해 보는 편이 낫습니다. 약도 성분 하나만 보고 판단하지 않듯이, 복지 기준도 한 줄짜리 소문보다 내 자료로 확인하는 게 훨씬 정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