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티빙에서 뭘 봐야 하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답이 쉽지 않았습니다. 실시간 인기표는 신작 공개일, 예능 화제성, 주말 몰아보기 흐름에 따라 금방 바뀌거든요. 그래서 여기서는 순간 순위보다 ‘끝까지 봤을 때 남는 작품’을 기준으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순위를 골랐습니다. TVING과 CJ ENM 공개 라인업에서 확인되는 오리지널 드라마 중심이고, 예능과 일반 방송 드라마는 뺐습니다.
순위를 매긴 기준
제가 본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1화에서 잡은 힘이 끝까지 이어지는가. 둘째, 캐릭터가 단순한 설정값으로만 소비되지 않는가. 셋째, 취향을 말해줬을 때 추천 실패 확률이 낮은가. 별점이 높은 작품도 누군가에게는 피곤할 수 있고, 반대로 호불호가 센 작품이 특정 취향에는 정확히 꽂힐 때가 있습니다.
1위부터 4위까지, 완성도와 몰입감이 강한 쪽
1위 이재, 곧 죽습니다
8부작 안에 여러 장르를 압축한 작품입니다. 죽음 앞에 선 인물이 12번의 삶과 죽음을 겪는 구조라, 에피소드마다 배우와 톤이 바뀝니다. 자칫 산만할 수 있는데 이 드라마는 리듬을 꽤 잘 붙잡습니다. 판타지, 액션, 감정극이 섞여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주제의식이 또렷해집니다. 다만 죽음과 폭력 묘사가 직접적인 편이라 가벼운 밤 드라마를 찾는 분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2위 피라미드 게임
10부작 학원 서바이벌물입니다. 교실 안에서 등급을 매기고, 그 등급이 폭력이 되는 설정은 단순히 자극적이라기보다 불편할 정도로 현실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10대 캐릭터가 중심이지만 성인 시청자가 봐도 조직, 권력, 방관의 구조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빠른 전개와 캐릭터 대립을 좋아한다면 만족도가 높고, 학교폭력 소재가 힘든 분이라면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보는 쪽이 낫습니다.
3위 운수 오진 날
범죄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꽤 강하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택시라는 좁은 공간에서 시작해 점점 더 큰 압박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좋습니다. 이성민과 유연석의 대립은 장면의 온도를 확 끌어올리고, 10부작 분량 안에서 긴장감을 비교적 오래 유지합니다. 잔혹한 범죄극에 약하다면 피곤할 수 있지만, 서늘한 심리전과 추격의 감각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티빙 오리지널 중 손에 꼽히는 선택입니다.
4위 LTNS
6부작이라 부담이 적고, 이솜과 안재홍의 생활 연기가 작품의 결을 살립니다. 불륜 커플을 추적한다는 설정만 보면 자극적인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 권태, 관계의 균열을 씁쓸하게 건드립니다. 성인 코드와 대사가 노골적인 편이라 모두에게 맞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대신 어른의 피로감이 섞인 블랙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짧고 진하게 볼 수 있습니다.
5위부터 7위까지, 취향이 맞으면 더 크게 남는 작품
5위 몸값
6부작의 짧은 분량 안에서 에너지를 몰아치는 작품입니다. 공간은 좁고, 인물들은 계속 부딪히고, 상황은 예상보다 더 나쁜 방향으로 굴러갑니다. 거의 한 호흡으로 밀어붙이는 연출이 강점이라 영화적인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에게 잘 맞습니다. 다만 수위와 긴장감이 상당히 높아서 편안한 몰입보다는 버티는 재미에 가깝습니다.
6위 스터디그룹
학원 액션물을 찾는다면 선택지가 분명해집니다.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싸움을 피하지 못하는 구조는 익숙하지만, 장르 쾌감이 꽤 또렷합니다. 무거운 사회극보다 속도감 있는 성장물에 가깝고, 캐릭터 간 팀플레이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순위에서 완성도만으로 최상위에 두기는 어렵지만, 피곤한 날 한 편씩 보기에는 생각보다 손이 잘 갑니다.
7위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판타지 로맨스 쪽으로는 이 작품을 넣고 싶습니다. 큰 사건을 세게 몰아붙이기보다 상실과 후회를 부드럽게 따라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자극적인 전개를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지만, 감정선을 천천히 따라가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편안하게 들어갑니다. 죽음이라는 소재가 있어도 톤은 비교적 서정적입니다.
취향별로 빠르게 고르면
- 한 편만 고른다면: 이재, 곧 죽습니다
- 학원 서바이벌과 사회적 은유가 좋다면: 피라미드 게임
- 센 범죄 스릴러가 필요하다면: 운수 오진 날, 몸값
- 어른의 관계를 씁쓸하게 보고 싶다면: LTNS
- 가볍게 속도감 있는 장르물을 원한다면: 스터디그룹
- 감정선이 먼저인 로맨스 판타지를 찾는다면: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스포일러 없이 말하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는 작품마다 체온이 꽤 다릅니다. 넷플릭스처럼 전 세계 흥행을 겨냥한 거대한 장르물만 있는 게 아니라, 6부작에서 10부작 사이로 짧게 치고 빠지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실패를 줄이려면 ‘남들이 많이 본 순서’보다 내가 지금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무게를 먼저 보는 게 낫습니다. 저는 누군가 티빙을 처음 연다면 이재, 곧 죽습니다로 시작하게 하고, 이미 자극적인 장르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피라미드 게임이나 운수 오진 날을 권하겠습니다. 조용히 오래 남는 쪽을 원한다면, 의외로 순위 아래쪽 작품이 더 잘 맞을 때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