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가을밤을 채운 열다섯 번째 무대
2026년 9월 19일 대전광역시 중구 대흥동 우리들공원에서 제15회 대전 인디음악축전이 열렸다. 오후 2시 플리마켓으로 문을 연 행사는 오후 6시부터 인디음악 공연으로 이어졌다. 도심 속 공원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서로 다른 장르와 경력을 지닌 음악인들이 각자의 색깔을 드러냈고, 시민들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지역 인디음악을 접했다.
대전 인디음악축전은 지역 음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정으로 15년 동안 이어진 음악 축제다. 공연 관람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전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들이 만나 교류하며 경험을 쌓는 자리로 성장해 왔다. 신진 음악인부터 중견·베테랑 음악인까지 여러 세대가 같은 무대에 오르면서 지역 음악인 사이의 연결망이 형성됐고, 전국의 인디 뮤지션들이 대전을 찾는 교류의 장으로도 범위를 넓혔다.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대형 행사와 달리 현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실력 있는 음악인을 발굴해 시민에게 소개해 왔다는 점은 대전 인디음악축전의 뚜렷한 특징이다. 음악인에게는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무대를 제공하고, 시민에게는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여러 장르의 인디음악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를 마련했다.
지원과 협력으로 다시 세운 축제
제15회 축전의 개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초 대전문화재단 지역대표 예술제 지원 사업에 선정되지 못해 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문화재단 기업매칭 지원 사업과 대전음악창작소, 대전 중구 효문화뿌리축제의 후원이 더해지면서 시민 앞에 다시 무대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역 문화행사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공 지원과 지역 기관의 협력이 있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지역 음악인들의 참여 기반에 지원 기관과 지역 축제의 협력이 보태지면서 열다섯 번째 공연이 성사됐다. 올해는 대전 중구 효문화뿌리축제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 대표축제와 인디음악 콘텐츠가 함께할 수 있는 협력 가능성도 드러냈다.
제한된 예산을 고려해 공연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과거처럼 50여 팀이 참여하는 대규모 방식 대신 장르별 베스트 뮤지션 6개 팀을 중심으로 무대를 꾸리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여 팀 수를 줄이는 대신 각 팀이 지닌 음악적 개성과 장르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방향으로 축전을 구성했다.
여섯 팀이 펼친 다채로운 음악
무대에는 대전음악창작소가 지역 청년 뮤지션으로 추천한 헤이승혜를 비롯해 레미디, 고스트윈드, 김마스타, 롹한오르간 스쿼드, 묵혼 등 모두 6개 팀이 올랐다. 각 팀은 서로 다른 장르와 표현 방식으로 공연을 펼치며 한 무대 안에서도 다양한 음악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 헤이승혜
- 레미디
- 고스트윈드
- 김마스타
- 롹한오르간 스쿼드
- 묵혼
팀마다 뚜렷한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면서 공연은 획일적인 흐름보다 장르별 차이를 살린 무대로 진행됐다. 신진 음악인과 현장 경험을 쌓아 온 음악인이 함께 참여한 구성은 대전 인디음악계의 현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제한된 규모 안에서도 음악의 다양성과 무대의 집중도를 함께 확보하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공연에는 수준 높은 음향 시설과 방송·영상 장비도 활용됐다. 현장의 공연 영상은 별도로 제작해 유튜브와 Smile TV, 위티브이, 아시아 티브이 등을 통해 음악방송 콘텐츠로 선보일 계획이다. 한 차례의 현장 공연으로 끝내지 않고 지역 뮤지션의 음악을 영상으로 기록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이는 공연 무대와 영상 콘텐츠를 연결해 지역 음악인의 활동을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플리마켓과 생명 나눔 캠페인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열린 플리마켓으로 시작됐다. 우리들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공연에 앞서 여러 판매 공간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6시 인디음악 공연이 시작되면서 공원의 분위기는 음악 중심으로 바뀌었고, 도심을 오가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무대를 마주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전충남지부의 장기기증 희망등록 캠페인도 진행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전충남지부는 생명 나눔의 가치와 장기기증의 필요성을 시민에게 설명하고, 장기기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홍보 활동을 펼쳤다. 음악 공연과 함께 시민 참여형 공익 캠페인이 운영되면서 축제 공간의 역할도 넓어졌다.
도심 공원에서 만난 인디음악
축제가 열린 우리들공원은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138번길 30에 자리한다. 시민들이 오가는 대흥동 도심 공간에서 행사가 진행돼 별도의 전문 공연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인디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공연을 목적으로 공원을 찾은 관객뿐 아니라 주변을 지나던 시민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우리들공원 무대는 인디음악이 특정한 마니아층만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라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보여줬다. 열린 공원이라는 장소의 특성은 무대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플리마켓을 둘러보던 시민과 공연을 기다리던 관객이 한 공간에 머물렀고, 저녁에는 여러 장르의 음악이 대흥동 일대에 이어졌다.
도심 공원에서 진행된 이번 축전은 지역 음악인의 활동 무대를 시민 생활권 안으로 옮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형 공연장 중심의 행사와 달리 시민이 익숙하게 이용하는 공간에 무대를 마련함으로써 지역 음악과 시민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접점을 만들었다.
지역 음악인들이 쌓아 올린 15년
대전 인디음악축전이 15회까지 이어진 중심에는 지역 음악인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과 공연 환경 속에서도 음악인들이 자발적으로 무대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지역 뮤지션 사이의 연결망과 공연 운영 경험이 축적됐다. 전국 인디 뮤지션과 교류할 수 있는 기반도 축제를 거듭하며 쌓였다.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2023년에는 약 200명의 인디 뮤지션이 참여하는 대전 인디음악협회가 출범했다.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음악인들이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조직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축전이 오랜 기간 제공해 온 만남과 교류의 경험이 지역 음악 생태계의 연결을 강화하는 밑바탕이 됐다.
2025년에는 대전 0시 축제와 연계해 축제 규모를 확대했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참여 문의도 이어지면서 대전 인디음악축전이 지역 무대를 넘어 더욱 폭넓게 성장할 가능성을 나타냈다. 2026년에는 대전 중구 효문화뿌리축제와의 연계가 이뤄져 지역 대표축제와 인디음악 콘텐츠가 협력하는 새로운 흐름을 보여줬다.
지역 문화의 지속성을 확인한 현장
15년에 걸쳐 한 해씩 무대를 이어온 대전 인디음악축전은 화려한 규모만으로 지역 문화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에서 자신의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 온 음악인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에게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무대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번 축전은 개최의 어려움을 지원과 협력으로 넘고, 여섯 팀에 집중한 공연과 영상 제작 계획을 통해 지역 음악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장 공연, 시민 참여 행사, 영상 기록이 연결되면서 지역 뮤지션의 활동을 알릴 수 있는 통로도 넓어졌다.
제15회 대전 인디음악축전은 지역 음악인의 열정, 시민의 일상, 공공·지역 기관의 지원이 함께 만든 무대였다. 우리들공원에 모인 음악인들은 서로 다른 장르를 들려줬고, 시민들은 대흥동의 가을 저녁 속에서 지역 인디음악을 만났다. 15년간 이어진 축전의 시간은 대전 인디음악이 시민 가까이에서 성장해 온 과정이자 지역의 문화 콘텐츠로 기반을 다져 온 기록으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