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수익률 7%라는 말에 바로 움직이면 늦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상가매매 물건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분양가 대비 가격이 많이 빠졌고, 월세도 꼬박꼬박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괜찮았습니다. 매매가 5억 2천만 원, 보증금 3천만 원, 월세 260만 원. 단순 계산으로는 연 수익률이 6% 가까이 나옵니다. 요즘 은행 이자 생각하면 혹할 만하죠.
그런데 저는 이런 물건을 보면 먼저 월세부터 믿지 않습니다. 월세가 진짜 들어오는지, 임차인이 계속 버틸 수 있는 업종인지, 그 월세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지 낮은지부터 봅니다. 상가매매에서 제일 위험한 착각이 ‘현재 월세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생각입니다.
현장에서 보면 월세 260만 원짜리 상가가 실제로는 주변 신규 임대 시세 180만 원 수준인 경우가 있습니다. 기존 임차인이 예전에 비싸게 들어왔고, 장사가 안 되면서 계약 만기만 기다리는 상황이죠. 이때 매수자가 높은 월세를 기준으로 가격을 치면, 잔금 치른 뒤 임차인이 나가는 순간 계산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저는 상가를 볼 때 엑셀보다 먼저 주변 1층 공실을 셉니다. 같은 블록에 공실이 3개 이상이면 임대료 협상력은 임차인 쪽으로 넘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코너 상가가 비어 있거나, 대로변 1층이 몇 달째 비어 있다면 안쪽 점포의 월세는 더 보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상권은 지도보다 발로 보는 게 빠릅니다
상가매매를 처음 보는 분들은 지하철역 거리, 배후 세대, 유동인구 자료를 많이 봅니다. 물론 필요합니다. 근데 그 숫자만 보고 계약하면 현장에서 자주 맞습니다. 500미터 안에 아파트가 4천 세대 있어도 사람들이 그 상가 앞을 안 지나가면 매출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현장에 가면 최소 세 번 봅니다. 평일 점심, 평일 저녁, 주말 오후. 같은 상가도 시간대마다 얼굴이 달라집니다. 점심에는 직장인이 많은데 저녁에는 불이 꺼지는 상권이 있고,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 보여도 실제 결제는 카페 한두 곳에만 몰리는 곳도 있습니다.
한 번은 수도권 택지지구 상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분양 당시에는 초등학교, 학원가, 대단지 아파트를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아이들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부모들이 차로 바로 학원 건물 지하에 내려주고 빠졌습니다. 길을 걷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1층 점포인데도 간판만 보이고 발걸음이 안 붙는 자리였습니다.
상가 입지는 ‘가까운 곳’보다 ‘지나가는 곳’이 중요합니다. 특히 편의점, 분식, 미용실, 세탁소처럼 반복 방문 업종은 동선이 생명입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업종이면 주차와 목적성이 중요하고, 지나가다 들어오는 업종이면 보행 흐름과 시야가 중요합니다.
수익률 계산할 때 빠뜨리는 돈이 더 무섭습니다
상가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매매가와 월세만 놓고 수익률을 계산한 자료를 자주 봅니다. 그런데 실제 투자자는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대출이자, 부가가치세, 관리비 공실 부담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상가는 주택보다 비용 구조가 더 거칠게 나옵니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상가를 산다고 해보죠. 대출을 3억 원 받았고 금리가 연 5%라면 이자만 월 125만 원입니다. 월세가 250만 원 들어와도 관리비 일부, 세금, 수선비, 공실 위험을 반영하면 손에 남는 돈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임차인이 나가서 6개월 비면 그동안 이자는 계속 나갑니다.
또 하나, 부가가치세를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일반과세 임대사업으로 가는지, 포괄양수도 요건을 맞출 수 있는지, 건물분 부가세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초기 자금 흐름이 달라집니다. 세무사는 계약 전 단계에서 한 번 만나야지, 잔금 치른 뒤 찾아가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 현재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높으면 재계약 가능성을 다시 봅니다.
- 최근 6개월 안에 같은 건물 공실이 늘었다면 임대수익률을 낮춰 잡습니다.
- 대출이자와 공실 6개월분은 별도 현금으로 남겨두는 쪽이 낫습니다.
- 권리금이 붙는 업종인지, 권리금이 사라지는 업종인지도 따로 봐야 합니다.
등기부보다 임대차계약서를 더 오래 봅니다
경매를 오래 하다 보니 권리관계는 습관처럼 봅니다. 상가매매도 마찬가지입니다. 등기부등본에서 근저당, 가압류, 압류 같은 건 기본입니다. 그런데 일반 매매에서는 임대차계약서와 실제 점유관계를 더 오래 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계약서에는 월세 300만 원이라고 쓰여 있는데 실제로는 몇 달째 220만 원만 받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이후로 임대료를 깎아준 뒤 구두로 계속 이어진 사례도 봤습니다. 매도인은 “원래 계약은 300만 원입니다”라고 말하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실제 입금 내역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 1년치 월세 입금 내역을 봅니다. 임차인이 법인이라면 사업자 상태도 확인합니다. 업종이 자주 바뀐 자리인지, 간판만 바뀌고 대표자 가족 명의로 돌린 건 아닌지도 봅니다. 상가는 임차인이 버텨줘야 수익형 자산입니다. 임차인이 약하면 매수자는 건물주가 아니라 대기표 뽑은 임대인이 됩니다.
관리단 문제도 작지 않습니다. 상가 집합건물은 관리비 분쟁, 공용부분 수선, 주차 배정, 간판 규정 때문에 임차인과 자주 부딪힙니다. 관리비가 과하게 높으면 임차인은 월세를 낮춰 달라고 합니다. 결국 매수자가 받는 실질 임대료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제가 초보라면 이런 상가부터 피합니다
처음 상가매매를 한다면 화려한 수익률보다 망가졌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저는 초보에게 지하층, 2층 이상 깊은 안쪽 점포, 대형 상가의 쪼개진 호실, 분양가 대비 할인만 강조하는 물건은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싸게 보이는 이유가 대개 있습니다.
특히 신도시 초기 상가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배후 세대가 다 입주하기 전에는 공실이 길고, 입주가 끝난 뒤에도 상권이 한쪽으로만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도 엘리베이터 앞, 코너, 주출입구 옆은 버티는데 복도 안쪽은 계속 바뀝니다. 같은 상가라고 같은 상가가 아닙니다.
반대로 아주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버티는 상가는 있습니다. 오래된 주거지의 1층 약국, 동네 의원 옆 점포, 대로변 버스정류장 앞 소형 점포, 배달보다 방문 손님이 꾸준한 생활업종 자리입니다. 이런 곳은 대박은 아니어도 임차인 교체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현장에서 꼭 보는 체크포인트
- 같은 건물과 같은 블록의 실제 공실 수
- 임차인 월세 입금 내역과 계약 만기일
- 관리비 수준과 체납 여부
- 주차 가능 대수와 실제 사용 방식
- 주변 신규 임대 호가와 실제 계약 가능 임대료
- 퇴근 후와 주말의 보행 동선
상가매매는 잘 사면 매달 현금흐름이 생기지만, 잘못 사면 팔리지도 않고 비지도 않는 애매한 자산이 됩니다. 주택은 실거주 수요라도 있는데, 상가는 임차인이 없으면 숫자가 바로 멈춥니다. 저는 그래서 상가를 볼 때 늘 조금 겁을 먹고 봅니다. 겁이 있어야 계약서 앞에서 속도가 줄어듭니다. 빠르게 돈 버는 물건보다, 버텨도 망가지지 않는 물건이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