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딩매매 현장에서 제일 먼저 보는 건 수익률이 아닙니다
얼마 전 성수동 쪽 꼬마빌딩 매물을 같이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매도가는 58억, 중개사가 말한 임대수익률은 3.8%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요즘 금리 생각했을 때 아주 매력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입지가 좋으니 검토할 만하다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현장에 도착해서 10분 정도 둘러보니 제 눈에는 수익률보다 먼저 보이는 게 있었습니다. 1층 점포의 간판은 화려한데 유리창 안쪽은 비어 있었고, 3층은 불이 꺼져 있었고, 옥상에는 방수 보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습니다.
빌딩매매를 처음 보는 분들은 매매가, 보증금, 월세, 대출 가능액부터 계산합니다.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배운 건 순서입니다. 숫자는 나중에 맞춰볼 수 있지만, 건물이 돈을 계속 벌 수 있는 상태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임차인이 실제로 장사를 잘하고 있는지, 공실이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건물에 곧 큰돈 들어갈 부분은 없는지. 이걸 놓치면 엑셀에서는 수익형 건물인데 실제로는 매달 돈을 잡아먹는 건물이 됩니다.
매매가보다 무서운 건 숨어 있는 비용입니다
예전에 강남 외곽의 5층 근린생활시설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매매가는 42억이었고 보증금 3억 5천, 월세 합계가 1,250만 원 정도였습니다. 겉으로 계산하면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건축물대장을 떼어보고, 현장에서 층별 용도를 대조해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부 공간이 신고된 용도와 다르게 쓰이고 있었고, 옥상 구조물도 애매했습니다. 매수 후 원상복구 명령이 나오면 임차인과 분쟁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초보 투자자가 빌딩매매에서 자주 놓치는 비용은 이런 것들입니다.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같은 기본 비용은 다들 계산합니다. 그런데 소방 보완, 승강기 수리, 누수 보수, 외벽 크랙, 전기 증설, 정화조 문제, 불법 증축 원상복구 같은 항목은 현장 경험이 없으면 잘 안 보입니다. 특히 20년 넘은 건물은 매수 직후 5천만 원에서 2억 원 정도가 툭 튀어나오는 경우도 봤습니다. 수익률 0.3% 더 좋아 보인다고 들어갔다가 첫해 현금흐름이 박살나는 겁니다.
- 건축물대장과 실제 사용 상태가 맞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임대차계약서의 월세와 실제 입금 내역이 같은지 봐야 합니다.
- 관리비를 임차인이 내는지, 소유자가 부담하는 항목이 있는지 따져야 합니다.
- 대수선 이력이 없으면 앞으로 들어갈 돈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임차인 있는 건물이 무조건 안전하진 않습니다
빌딩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임차인이 꽉 차 있으니 안전하지 않나요?”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솔직히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공실이 없는 건 분명 장점입니다. 하지만 임차인의 질이 더 중요합니다. 월세를 제때 내는지, 계약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권리금 분쟁 가능성은 없는지, 업종이 건물과 잘 맞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제가 봤던 한 건물은 1층에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어서 매수자들이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를 보니 8개월 뒤 만기였고, 본사 정책 변경으로 재계약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1층 월세가 전체 임대수익의 45%를 차지했기 때문에 그 임차인이 나가면 수익률 계산이 완전히 달라지는 물건이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현재 월세가 아니라 공실 이후 재임대 가능 월세를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중개사가 말하는 “지금 월세 잘 나옵니다”만 믿으면 안 됩니다.
또 하나, 보증금이 너무 큰 건물도 조심해야 합니다. 보증금이 많으면 매수할 때 필요한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임차인이 나갈 때 돌려줘야 할 돈입니다. 특히 대출을 크게 끼고 샀는데 경기 침체로 공실이 생기면 보증금 반환과 이자 부담이 동시에 옵니다. 빌딩은 아파트보다 덩치가 커서 한 번 삐끗하면 버티는 체력이 훨씬 많이 필요합니다.
대출 가능액만 믿고 들어가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빌딩매매에서 경락잔금대출이나 일반 담보대출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확 달아오릅니다. “감정가의 몇 퍼센트까지 가능하다”, “임대수익이 있으니 더 나온다” 이런 말이 현장에서 많이 돌죠. 그런데 실제 승인 단계에서는 은행이 훨씬 냉정합니다. 임대차 현황, 차주의 소득, 건물 노후도, 지역, 금리 스트레스까지 봅니다. 상담 때 들은 금액과 실제 실행 금액이 달라지는 일도 흔합니다.
저는 빌딩을 볼 때 최소 세 가지 시나리오를 둡니다. 첫째, 대출이 예상보다 10% 적게 나오는 경우. 둘째, 금리가 1%포인트 오르는 경우. 셋째, 주요 임차인 하나가 6개월 비는 경우입니다. 이 세 가지를 넣고도 버틸 수 있으면 그때부터 가격 협상을 봅니다. 반대로 이 조건에서 바로 적자가 나면,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초보자에게는 위험합니다. 투자에서 제일 무서운 건 손실보다 버틸 현금이 없어서 좋은 자산을 급하게 파는 상황입니다.
제가 빌딩을 보러 갈 때 실제로 챙기는 순서
현장에 나가면 저는 화려한 외관보다 주변의 흐름을 먼저 봅니다. 평일 점심과 저녁 유동인구가 다르고, 주말과 평일 분위기도 다릅니다. 같은 역세권이라도 출구 방향이 다르면 임대료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시간을 달리해서 두 번 봅니다. 낮에는 건물 상태가 잘 보이고, 저녁에는 상권의 체력이 보입니다.
그다음은 서류입니다.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토지이용계획, 임대차계약서, 관리비 내역, 최근 월세 입금 자료를 맞춰봅니다. 경매 물건이면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같이 봅니다. 공매라면 자산관리공사 자료를 확인하되, 자료에 없는 점유 관계는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종이에 적힌 임차인과 실제 점유자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건 나중에 명도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 1차로 상권과 건물 상태를 눈으로 확인합니다.
- 2차로 서류와 실제 사용 상태를 대조합니다.
- 3차로 대출, 세금, 수리비를 넣은 보수적 현금흐름을 계산합니다.
- 4차로 매도자 사정과 공실 리스크를 반영해 가격 협상선을 정합니다.
초보라면 이런 빌딩은 일단 멈추는 게 낫습니다
첫 투자라면 소송 중인 건물, 유치권 주장이 있는 건물, 불법 증축이 큰 건물, 임차인과 분쟁이 있는 건물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익률이 높게 보이는 물건일수록 이유가 있습니다. 세상에 싸고 좋은 빌딩이 그냥 굴러다니지는 않습니다. 가격이 낮으면 권리 문제, 입지 문제, 건물 문제, 임대 문제 중 하나는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빌딩매매는 잘하면 자산의 체급을 올려주는 투자입니다. 월세가 들어오고, 시간이 지나며 토지 가치가 쌓이는 구조는 분명 매력적입니다. 다만 초보자가 처음부터 큰돈을 걸고 “좋은 입지니까 괜찮겠지”라고 들어갈 시장은 아닙니다. 저는 아직도 새 물건을 보면 설렘보다 의심을 먼저 둡니다. 현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단한 촉이 있어서가 아니라, 돈 잃을 구멍을 하나씩 막아가며 움직인 사람들입니다. 빌딩은 멋으로 사는 순간 비싸지고, 숫자와 현장을 같이 볼 때 비로소 투자 대상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