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 특별조치법은 농지조사에서 확인된 사안이라도 명백한 투기가 아닌 일반적인 사례라면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처분 절차를 밟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다. 상속농지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등 농촌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례는 조사됐다는 사실만으로 처분하거나 원상회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026년 10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조사 후속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농지조사 이후 자신의 농지가 처분 대상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현장의 불안을 줄이고, 유형별 처리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리기 위한 조치다.
송 장관은 정책의 취지만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으로는 농업인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상속받은 농지, 농사를 쉬고 있는 농지,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농지 등이 각각 어떻게 처리되는지 개별 상황에 맞춰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처분하지 않는 다섯 가지 유형
특별조치법에 포함될 예정인 처분 제외 대상은 크게 다섯 가지다. 상속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영농곤란 농지, 농업용 미허가시설이다.
| 구분 | 조사에서 확인된 내용 | 후속 처리 방향 |
|---|---|---|
| 상속농지 | 휴경 또는 소유상한 초과 | 처분하지 않고 제도 개선 자료로 활용 |
|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 고령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거나 이웃·친척이 대신 경작 | 현행 임대 허용요건 입증 여부와 관계없이 조사에 따른 처분 제외 |
|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 종중·사찰 소유 또는 미등기 상속 등으로 정상적인 계약 체결이 어려운 경우 | 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처분하지 않음 |
| 맹지·영농곤란 농지 | 현실적으로 농사가 어려워 비워둔 경우 | 세 가지 명백한 투기 유형이 아니면 처분 제외 |
| 농업용 미허가시설 | 농업용 창고·농업인 주택·간이 농산물 처리시설 등이 필요한 인허가 없이 설치된 경우 |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원상회복하지 않음 |
상속농지는 휴경 상태이거나 소유상한을 넘은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곧바로 처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조사 결과는 앞으로 상속농지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고령으로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사람이 농지를 이웃이나 친척에게 맡겨 경작하도록 한 사례도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현행 농지법상 임대를 허용받기 위한 요건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에 따른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종중이나 사찰이 소유한 농지, 상속됐지만 등기가 끝나지 않은 농지처럼 소유자나 명의관계가 복잡한 토지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소유자가 많아 정상적인 서면 임대차 계약을 맺기 어려웠다면 조사 결과만으로 처분하지 않는다.
진입로가 없는 맹지나 영농 여건이 좋지 않아 현실적으로 농사짓기 어려운 토지는 명백한 투기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한 처분 대상에서 제외한다. 농업용 창고와 농업인 주택, 간이 농산물 처리시설도 필요한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사에서 드러났다는 이유만으로 원상회복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
정부는 이들 다섯 가지 유형뿐 아니라 조사에서 확인된 다른 사안도 투기 행위가 아니라면 처분의무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특별조치법 제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명백한 투기는 현행법에 따라 처분
일반적인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사례를 보호하더라도 명백한 투기 행위까지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투기가 의심되는 농지의 소유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준 뒤 현행 농지법에 따라 처분명령 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처분 검토 대상이 되는 투기 유형은 다음 세 가지다.
-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실제로는 방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임대한 경우
- 경매 등을 통해 농지 지분을 취득하면서 허위 영농계획을 제출하고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한 경우
- 농업법인을 이용해 농지를 취득한 뒤 분할매매나 임대를 통해 부동산 수익을 올린 경우
이 같은 사례는 개발 수요가 높은 지역에 주로 몰려 있어 대부분의 일반 농촌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이다. 단순한 휴경이나 관행적인 임대차와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를 구분해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임대차와 시설을 적법하게 바꾸는 특례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희망하는 농업인이 현재 농지법 규정에 맞지 않는 임대차나 시설을 적법한 상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특별조치법 유효기간에 특례기간을 운영한다.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는 기존 계약이 현행 규정에 맞는지를 따지지 않고 특례기간에 서면계약을 체결하면 계약기간 동안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한다.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기는 경우에도 기존에 실제로 농사를 짓던 사람을 임차인으로 지정해 계약할 수 있도록 한다.
미허가 시설은 다른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사전에 농지전용 허가 등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신청하지 않은 경우 사후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연다. 다만 농업진흥지역에서 설치가 금지된 시설이나 다른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시설은 특례 대상이 아니다. 비농업용 시설은 농지보전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토지대장에 기록된 지목과 실제 이용 상태가 오랫동안 달랐던 토지도 현실에 맞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장기간 나무가 자라 사실상 임야가 된 농지, 반대로 오랜 기간 농지로 이용된 임야, 실제 묘지로 사용된 토지 등은 소유자가 신청하면 지목을 변경할 수 있다.
농지은행 위탁은 의무 아닌 선택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농지은행 위탁은 어디까지나 농지 소유자의 선택 사항이다.
농지은행을 이용하려는 소유자는 자신의 상황에 따라 임차인 알선, 장기임대 또는 매도 등의 방식을 선택해 농지를 맡길 수 있다. 농지를 팔거나 위탁하고 싶어도 농지은행이 모두 받아주지 않는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매입·수탁 대상도 넓힌다.
정부는 쌓여 있는 농지 매입 대기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2027년 관련 예산을 늘릴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농업진흥지역의 농지를 중심으로 매입했지만 앞으로는 비진흥지역 농지도 농업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매입 대상에 포함한다.
매입 방식도 보완한다. 현재는 소유자의 개별 신청에 따라 농지를 매입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지역별 농지 수요와 영농 효율성 등을 함께 살펴 필요한 농지를 매입하고 공급하는 방식을 추가한다.
농지은행 이용 과정에서 여러 기관을 방문해 같은 종류의 서류를 내야 했던 불편도 줄인다. 농지은행을 방문하면 다른 기관의 관련 서비스까지 한 번에 연계해 처리할 수 있도록 이용 절차를 바꿀 계획이다.
고령농의 은퇴와 청년농의 진입 연결
농지조사에서 파악한 지역별 농지 현황은 고령농의 은퇴 수요와 청년농의 농지 이용 수요를 잇는 데 활용한다. 농지를 더는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고령농과 새로 농업에 진입하거나 경영 규모를 키우려는 청년농·전업농을 농지은행을 통해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은퇴를 원하는 고령농에게는 농지은행 매입과 수탁 기회를 넓히고 농지연금도 확대한다. 고령농이 보유 농지를 노후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리는 방향이다.
청년농과 전업농에게는 농지은행이 확보한 농지를 규모화하고 한곳에 모아 공급한다. 인접한 농지와의 연계, 농지 교환·분합, 공동영농을 지원하고 스마트농업과 농업 기계화 확대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분산된 농지정보 하나로 연결
농지 관련 정보의 관리 방식도 개선한다. 현재 등기부, 토지대장, 농지대장,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농지전용 허가정보 등에 나뉘어 있는 자료를 연계해 서로 대조하고 검증한다.
농업인이 지역별 농지 현황을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통합 농지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여러 기관에 흩어진 자료를 연결해 농지의 소유와 이용 상태를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이다.
특별조치법과 농지법 개정 일정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2026년 10월 중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하고, 2026년 12월까지 국회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법 제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별조치법 시행 이후에는 조사 결과와 농촌 현장의 의견을 함께 살필 방침이다.
이어 2027년 상반기에는 농지법 개정을 진행한다. 개정안에는 농지 임대차와 휴경을 인정하는 사유를 확대하고,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과 임차농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종중·사찰 농지와 미등기 상속농지에 대해 적법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한다. 농업용 시설과 관련한 규제는 농촌 현실에 맞게 손질하고, 영농이 어려운 농지를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제도에 반영한다.
정부는 2026년 10월 12일부터 농지조사와 후속조치에 관한 안내를 시작하고, 농업인 단체 등과 함께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할 예정이다. 자경 농업인과 임차농, 고령농, 청년농, 은퇴농업인, 농업인단체 등을 대상으로 설명을 진행하고 지방정부와 전문가의 의견도 수렴한다.
이번 후속조치의 기준은 분명하다. 농촌의 현실에서 발생한 상속·고령·관행 임대차 등의 사정은 조사 사실만으로 처분하지 않고, 허위 영농계획이나 시세 차익 목적처럼 명백한 투기는 소명 절차를 거쳐 현행법에 따라 처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