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매매 물건 직접 따라가봤더니, 싸 보이는 가격 뒤에 숨어 있던 것들

호텔매매 물건 직접 따라가봤더니, 싸 보이는 가격 뒤에 숨어 있던 것들

얼마 전 지방 법원 경매계에서 호텔매매 물건 하나를 보다가 옆자리 초보 투자자분이 감정가 대비 55%면 무조건 싼 거 아니냐고 묻더군요. 솔직히 그 마음 압니다. 건물 크고, 객실 수 많고, 네이버 지도 사진만 보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호텔은 아파트처럼 평당가만 보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호텔 물건 중에는 낙찰가는 싸게 받았는데, 인수 비용과 공사비, 영업권 문제 때문에 실제 매입 단가가 시세보다 비싸진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감정가 40억 호텔이 24억까지 내려온 이유

예전에 바닷가 근처 숙박시설 하나를 따라간 적이 있습니다. 감정가는 약 40억, 2회 유찰 후 최저가는 25억 원대였습니다. 객실은 36개, 대지와 건물이 같이 나오는 물건이라 처음 보면 욕심이 납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1층 로비는 불이 꺼져 있었고, 객실 절반은 장기 미사용 상태였습니다. 외벽은 멀쩡했지만 배관, 냉난방기, 침구, 욕실 방수 상태가 전부 문제였습니다.

호텔매매에서 초보가 제일 많이 놓치는 게 이겁니다. 건물 가격만 보지, 영업 가능한 상태인지 안 봅니다. 일반 상가 건물은 비워도 임대 구조를 다시 짜면 되지만 호텔은 객실 하나하나가 상품입니다. 침대, 에어컨, 보일러, 소방, 엘리베이터, 주차 동선이 전부 돈입니다. 객실 30개짜리에서 객실당 300만 원만 손봐도 9천만 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객실당 500만 원, 700만 원씩 들어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 물건은 겉으로는 15억 정도 할인된 것처럼 보였지만, 제가 계산한 보수비와 공과금, 명도 비용, 영업 재개 비용을 더하니 안전하게 써야 할 입찰가는 20억 초반이었습니다. 결국 다른 분이 더 높게 가져갔고, 저는 빠졌습니다. 몇 달 뒤 현장을 다시 지나가 보니 아직 영업 재개를 못 하고 있더군요. 싸게 산 것과 잘 산 것은 다릅니다.

호텔은 권리분석보다 운영분석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경매든 공매든 기본은 등기부,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입니다. 법원경매정보에 올라온 자료부터 봐야 하고, 공매라면 온비드 공고문과 첨부 조건을 먼저 읽어야 합니다. 근데 호텔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숙박업 신고, 위생 관련 사항, 소방시설, 주차장 확보, 불법 증축 여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특히 관광호텔, 일반숙박시설, 생활숙박시설은 성격이 다릅니다. 이름이 호텔이라고 다 같은 호텔이 아닙니다. 어떤 물건은 실제로는 모텔에 가까운데 호텔이라고 광고하고, 어떤 물건은 건축물대장상 용도와 현재 영업 방식이 맞지 않습니다. 이 상태에서 낙찰받으면 대출 심사에서 막히거나, 인허가 승계가 매끄럽지 않아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보는 순서는 단순합니다.

  • 등기부에서 말소되지 않는 권리와 가처분, 가압류 흐름을 먼저 본다.
  •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임차인, 점유자, 인수되는 보증금 가능성을 확인한다.
  • 건축물대장에서 용도, 위반건축물 표시, 면적 차이를 본다.
  • 현장에서 객실 가동 상태, 간판, 주차, 냄새, 누수, 주변 숙박업소 가격을 확인한다.
  • 대출 담당자에게 물건 자료를 보내 실제 가능 금액과 조건을 먼저 물어본다.

여기서 하나라도 애매하면 저는 입찰가를 확 낮추거나 아예 빠집니다. 호텔매매는 낙찰 후에 공부하겠다는 태도로 들어가면 수업료가 너무 큽니다.

광고

명도보다 더 질긴 게 영업 흔적이다

아파트 명도는 사람과 짐을 내보내는 싸움이 많습니다. 호텔은 거기에 영업 흔적이 붙습니다. 프런트 집기, 세탁물, 객실 비품, 임대 세탁업체 물건, 카드단말기, 예약 플랫폼 계정, 간판, 장기 투숙객까지 엮일 수 있습니다. 현황조사서에 단순 점유자로 적혀 있어도 현장에서는 말이 달라지는 일이 있습니다.

한 번은 지방 소형 호텔 물건에서 임차인이 운영 중이라고 주장했는데, 계약서상 보증금과 실제 주장 금액이 달랐습니다. 법원 서류만 보면 대항력이 약해 보였지만, 현장에서는 유치권 비슷한 말까지 나왔습니다. 진짜 유치권인지 아닌지는 별개로, 그런 주장이 붙으면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초보 입장에서는 이 시간이 버티기 어렵습니다. 잔금 대출 이자는 매달 나가고, 건물은 돈을 벌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호텔 물건을 볼 때 예상 명도비를 넉넉하게 잡습니다. 30억 이하 중소형 숙박시설이라도 점유 관계가 복잡하면 3천만 원, 5천만 원은 금방입니다. 소송까지 간다면 기간도 길어집니다. 낙찰가만 낮추는 게 능사가 아니라, 버틸 현금이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수익률 계산은 객실 단가보다 공실 기간부터 넣어야 한다

호텔매매 광고를 보면 월 매출, 객실 가동률, 예상 수익률이 크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숫자를 바로 믿지 않습니다. 카드 매출, 숙박앱 매출, 현금 매출, 장기 투숙 매출이 섞여 있으면 실제 순이익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경매로 넘어온 호텔은 이미 영업이 꺾였거나 관리가 무너진 상태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객실 40개, 평균 객실 단가 6만 원, 가동률 50%라고 치면 하루 매출은 120만 원, 월 매출은 단순 계산으로 3천6백만 원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인건비, 세탁비, 전기료, 가스비, 소모품, 플랫폼 수수료, 수선비, 재산세, 보험료, 대출이자를 빼면 손에 남는 돈은 확 줄어듭니다. 특히 겨울 비수기와 평일 공실을 반영하면 숫자는 더 보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저는 입찰 전에 최소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듭니다. 보수적 가동률 25%, 중간 40%, 낙관 55%입니다. 그리고 최소 6개월은 정상 영업이 안 된다고 놓고 자금표를 짭니다. 이 계산에서 버티면 검토할 만하고, 여기서 무너지면 아무리 싸 보여도 안 들어갑니다. 부동산은 낙찰받는 날 이기는 게 아니라, 잔금 치르고 버티는 기간을 지나야 진짜 실력이 드러납니다.

광고

제가 호텔 물건에서 바로 거르는 신호

호텔매매 물건을 보다 보면 가격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위험 신호가 있습니다. 첫째,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는데 감정서에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경우입니다. 둘째, 임차인 보증금 주장이 서류마다 다르게 나오는 경우입니다. 셋째, 주차장이 부족한데 주변 도로까지 좁은 경우입니다. 넷째, 객실 사진이 너무 오래됐거나 현장 방문을 꺼리는 경우입니다. 다섯째, 대출 상담에서 담보가치보다 운영 리스크를 더 크게 보는 경우입니다.

이런 물건은 낙찰가가 낮아도 초보에게 맞지 않습니다. 돈이 많고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이 고쳐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첫 경매, 첫 상업용 부동산, 첫 숙박업 진입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호텔은 건물주가 되는 일이면서 동시에 작은 사업체를 떠안는 일입니다. 그래서 숫자보다 사람, 서류보다 현장, 감정가보다 현금흐름을 더 봐야 합니다.

제가 10년 넘게 입찰장을 다니며 느낀 건 하나입니다. 호텔매매는 멋있어 보이는 물건일수록 더 차갑게 봐야 합니다. 로비가 번듯하고 객실 수가 많아도, 권리관계와 운영비, 대출, 명도, 시설 보수까지 합쳐서 남는 돈이 없다면 그건 투자라기보다 숙제입니다. 초보라면 작은 수익을 놓치는 것보다 큰 사고를 피하는 쪽이 훨씬 오래 갑니다.

호텔매매 물건 직접 따라가봤더니, 싸 보이는 가격 뒤에 숨어 있던 것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