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모양성을 걷다

600년 모양성을 걷다

고창의 가을을 품은 600년 성곽

가을이 깊어가는 2026년 10월,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의 고창읍성이 역사문화축제의 무대가 된다. 제53회 고창모양성제는 2026년 10월 15일 목요일부터 10월 19일 월요일까지 닷새 동안 고창읍성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열다’다.

고창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축제인 고창모양성제는 고창읍성의 역사와 답성놀이 전통을 오늘날의 축제로 이어가는 행사다. 성 안에서 공연만 관람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방문객이 실제 성곽길을 걸으며 오래된 공간과 전통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행사명제53회 고창모양성제
기간2026년 10월 15일 목요일부터 10월 19일 월요일까지
장소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고창읍성 일원
주제전통을 잇고, 미래를 열다
주요 프로그램답성놀이, 야간 답성놀이, 강강술래, 거리퍼레이드, 농악한마당, 드론라이트쇼, 전통문화 체험 등
이용요금무료
문의고창군 고창모양성제 문의 063-560-2949

여러 고을이 힘을 모아 쌓은 모양성

고창읍성은 ‘모양성’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축성 시기를 두고 여러 설이 전해지지만, 고창군은 관아 건물의 상량문과 관련 문헌, 성돌에 새겨진 글씨 등을 근거로 조선 세종 32년인 1450년부터 단종 원년인 1453년까지 전라좌도와 전라우도 19개 군·현 사람들이 구간을 나누어 성을 쌓은 흔적이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동문 옹성의 돌에는 계유년에 성을 쌓았다는 뜻의 글씨가 남아 있다. 이는 1453년 축성 사실을 뒷받침하는 흔적으로 제시된다. 고창읍성은 한 지역의 힘만으로 조성된 시설이라기보다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고을 주민이 힘을 모아 만든 공동 방어시설이었다.

성은 평지에 네모반듯하게 조성되지 않았다. 나지막한 야산의 굴곡을 그대로 활용해 자연석을 쌓았으며, 성벽의 둘레는 약 1.68㎞다. 북문과 동문, 서문을 비롯해 성문을 한 번 더 방어하는 옹성과 성벽 밖을 감시하고 공격하는 데 쓰인 치성도 갖췄다. 나주진영의 입암산성과 연계해 호남 내륙을 지키는 전초기지 역할도 담당했다.

자연 지형을 활용한 성벽과 여러 고을의 축성 흔적은 고창읍성이 지닌 역사적 성격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성곽 위에서는 돌을 하나씩 맞물려 쌓은 구조와 지형에 따라 높낮이가 달라지는 길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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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 공북루에서 시작하는 성곽길

고창읍성 답사의 출발점은 정문 역할을 하는 북문 공북루다. 공북루 앞에는 적이 성문을 곧바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반달 모양으로 성벽을 한 겹 더 두른 옹성이 자리한다. 조선시대 읍성이 성문을 어떻게 보호했는지 비교적 쉽게 살펴볼 수 있는 지점이다.

공북루를 통과해 성벽 위로 올라서면 성곽길이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한쪽에는 고창읍내가 자리하고, 반대편에는 숲과 들판이 펼쳐진다. 성돌과 주변 나무가 맞닿은 길에서는 오랜 성곽과 고창의 가을 풍경이 한 장면 안에 들어온다.

성곽길 전체는 약 1.7㎞로,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안팎에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다만 야산 지형을 이용해 만든 성인 만큼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걷는 위치와 높이가 달라질 때마다 읍내와 숲, 들판이 보이는 방향도 계속 바뀐다.

이 길은 고창모양성제의 대표 전통인 답성놀이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손바닥만 한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릿병이 낫고, 두 바퀴를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 바퀴를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전통은 오늘날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고창모양성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낮과 밤에 이어지는 답성놀이

2026년 축제에서도 답성놀이가 진행된다. 특히 10월 17일에는 주간 답성놀이와 함께 한지등을 들고 성곽을 걷는 야간 답성놀이, 강강술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같은 성곽길이라도 낮에는 자연석 성벽과 고창의 가을 풍경이 드러나고, 밤에는 한지등과 야간 경관이 성곽을 따라 이어지는 모습이 펼쳐진다.

600년 전 사람들이 오갔던 돌길을 오늘의 방문객이 다시 걷는 과정 자체가 고창모양성제의 핵심이다. 성곽은 축제의 배경에 그치지 않고, 답성놀이가 실제로 진행되는 중심 공간이 된다.

축제 기간에는 답성놀이 외에도 거리퍼레이드, 강강술래, 농악한마당, 청소년 댄스 페스티벌, MZ페스타, 드론라이트쇼, 소망등 달기, 꽃정원 프로그램 등이 마련된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행사와 현대적인 공연·경관 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해 축제 주제인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열다’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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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등양루와 변화하는 가을 풍경

공북루에서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동문인 등양루에 닿는다. 고창읍성의 주요 성문은 북문의 공북루, 동문의 등양루, 서문의 진서루다. 각 성문 앞에는 외적이 성문을 직접 공격하기 어렵도록 옹성을 설치했다.

등양루 주변에서는 성 안쪽의 숲과 성 밖의 고창 풍경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가을에는 오래된 성돌과 소나무 사이로 붉고 노랗게 물드는 나뭇잎이 겹쳐 보인다. 성곽 위를 이동할수록 시야가 트이는 방향이 달라져 성벽 전체가 길게 이어지는 전망 공간처럼 다가온다.

이어지는 구간은 평탄한 산책로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성벽은 야산의 높낮이를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바로 이 굴곡 때문에 같은 성 안에서도 숲이 가까이 보이는 구간과 읍내가 넓게 내려다보이는 구간이 교차한다.

남쪽 성곽에서는 고창 자연마당과 고창 꽃정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고창읍성 성곽과 내부 시설을 먼저 둘러본 뒤 고창 꽃정원과 노동저수지 수변산책길을 별도 동선으로 방문하면 각 공간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고을의 평안을 기원한 성황사

고창읍성 안쪽에는 고을의 수호신을 모신 성황사가 자리한다. 과거 고창 사람들은 이곳에서 고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했다. 오늘날에도 고창모양성제가 열리면 제례를 올리며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한다.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축제 공간 안에 성황사가 함께 남아 있다는 점은 모양성제의 역사적 바탕을 보여준다. 화려한 무대와 행사가 펼쳐지는 동안에도 고을의 평안을 빌었던 오랜 공동체 전통이 제례를 통해 이어진다.

서문 진서루와 자연석 성벽

남쪽 성곽을 지나 계속 이동하면 서문인 진서루가 나온다. 이 구간은 경사가 가파른 편이어서 오르내릴 때 주의가 필요하다. 성벽의 높낮이와 길의 폭을 살피며 이동하면 자연 지형을 방어시설로 활용한 성의 구조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진서루 주변에서는 고창읍내와 길게 이어진 성곽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가까이에서는 약 60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자연석 성벽의 크기와 형태도 확인할 수 있다. 일정하지 않은 돌들이 층을 이루면서도 성벽 전체를 단단하게 떠받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진서루를 지나 성곽을 계속 따라가면 출발 지점인 북문 공북루로 돌아오게 된다. 이로써 공북루에서 등양루와 남쪽 성곽, 진서루를 지나 다시 공북루로 이어지는 성곽 한 바퀴가 완성된다.

대나무 사이에 자리한 용트림 소나무

성곽 순환을 마친 뒤 성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맹종죽림을 만날 수 있다. 굵고 키가 큰 대나무가 하늘을 가릴 만큼 빽빽하게 들어선 공간이다. 숲 안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잎이 서로 스치는 소리가 이어지고, 햇빛은 촘촘한 대나무 사이를 통과해 가느다란 빛줄기로 내려온다.

현재의 맹종죽림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원시 대숲이 아니다. 1938년 청월 유영하 선사가 보안사를 세운 뒤 절의 운치를 더하기 위해 맹종죽을 심으면서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대나무보다 굵고 크게 자라는 맹종죽이 군락을 이루면서 고창읍성을 대표하는 풍경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대숲 안에는 곧게 솟은 맹종죽과 다른 형태의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소나무는 줄기가 여러 차례 비틀린 채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대나무 사이를 헤치고 용이 올라가는 듯한 모습 때문에 여행객과 사진가 사이에서 ‘용트림 소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수직으로 곧게 뻗은 맹종죽과 곡선을 그리는 소나무가 한 장면에 들어오면서 뚜렷한 대비를 만든다. 이러한 풍경으로 맹종죽림은 대나무 군락을 살펴보는 공간인 동시에 고창읍성의 주요 촬영 지점으로 알려져 있다.

성 안에 복원된 조선시대 행정 공간

맹종죽림을 지나면 고창읍성이 군사시설만으로 쓰인 곳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관아 공간이 나타난다. 축성 당시 성 안에는 관아 건물 22동과 연못 두 곳, 샘 네 곳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많은 건물이 사라졌지만 1976년 이후 진행된 복원사업을 통해 동헌과 내아, 객사, 작청, 풍화루 등 여러 건물이 다시 모습을 갖췄다.

객사는 중앙에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고 예를 올리던 공간이다. 양쪽 건물은 중앙에서 내려온 관리나 사신이 머무는 숙소로 이용됐다. 객사 뒤편 언덕에는 고을의 평화와 풍년을 기원하던 성황사가 자리한다.

동헌은 고창현의 수령이 공식 업무를 처리하던 곳이다. 오늘날의 행정기관 집무 공간과 비슷한 기능을 담당했다. 동헌 옆 내아는 수령과 그 가족이 생활하던 살림집이었다. 동헌이 조선시대 고창의 행정 공간이었다면, 내아는 수령 가족의 생활 공간이었다.

작청은 이방을 비롯한 지방 관아의 아전들이 행정 실무를 처리하던 곳이다. 수령이 업무를 보던 동헌과 구분되는 실무 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청은 수령과 가족의 식생활을 지원하고 손님 접대와 잔치에 필요한 물품 조달, 회계 등을 맡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성 안의 고즈넉한 연못가에는 풍화루가 자리한다. 성문과 성벽이 군사 방어의 구조를 보여준다면, 객사·동헌·내아·작청·관청·풍화루는 성 안에서 이뤄진 행정과 생활의 모습을 전한다. 성곽길과 관아 건물을 함께 살펴보면 고창읍성이 방어와 행정, 생활이 결합된 공간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성곽과 축제를 함께 보는 동선

  1. 공북루와 옹성에서 고창읍성의 성문 방어 구조를 살펴본다.
  2. 동문 등양루로 이동하며 성 안의 숲과 성 밖의 고창 풍경을 바라본다.
  3. 남쪽 성곽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으며 야산 지형을 활용한 축성 방식을 확인한다.
  4. 서문 진서루 주변에서 자연석 성벽과 고창읍내를 함께 살펴본다.
  5. 북문 공북루로 돌아와 약 1.7㎞의 성곽 순환을 마친다.
  6. 맹종죽림으로 이동해 대나무 군락과 용트림 소나무를 둘러본다.
  7. 객사와 동헌, 내아, 작청, 관청, 풍화루를 차례로 살펴보며 성 안의 행정·생활 공간을 확인한다.

성곽길은 약 한 시간 안팎에 돌아볼 수 있지만, 내부 관아 건물과 맹종죽림까지 함께 살펴보려면 별도의 관람 시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진서루로 이어지는 일부 구간은 경사가 가파르므로 보행할 때 주의해야 한다.

전통을 걷고 현재의 축제를 만나는 곳

제53회 고창모양성제에서는 고창읍성의 역사와 답성놀이 전통을 중심으로 여러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낮에는 자연석 성벽과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성곽길을 걷고, 성 안에서는 맹종죽림과 복원된 관아 건물을 둘러볼 수 있다. 저녁에는 야간 답성놀이와 공연, 야간 경관을 통해 낮과 다른 성곽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답성놀이는 축제의 의미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방문객은 공북루에서 출발해 등양루와 남쪽 성곽, 진서루를 거쳐 다시 공북루로 돌아오는 길을 직접 걷는다. 오래된 성벽을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성곽의 굴곡과 거리, 주변 풍경을 몸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고창모양성제는 성에서 열리는 행사이면서 동시에 성을 걷는 경험이 중심이 되는 축제다. 여러 고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쌓았던 방어시설, 고을의 평안을 기원했던 전통, 조선시대 행정과 생활의 흔적이 2026년 축제 프로그램과 한 공간에서 이어진다.

고창읍성은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125-9에 자리한다. 2026년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이곳에서는 약 600년의 성곽과 고창의 가을, 전통과 현대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제53회 고창모양성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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