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보호소 견사 청소를 끝내고 밥그릇을 걷는데, 한 아이가 새 사료로 바뀐 뒤 변이 묽어져서 하루 종일 바닥을 닦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료는 봉지 예쁘고 냄새 좋은 걸 고르는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아이 몸에 매일 들어가는 음식이고, 작은 차이가 피부, 변 상태, 체중으로 금방 드러납니다.
저는 수의사가 아닙니다. 보호소에서 8년 동안 밥 먹이고, 설사 치우고, 입양 간 아이들 보호자와 연락하며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 구토가 반복되거나 피가 섞인 변, 급격한 체중 감소, 심한 가려움은 사료만 바꿔 해결하려 하지 말고 병원 진료가 먼저입니다.
1. 앞면 문구보다 뒤쪽 성분표를 먼저 봅니다
사료 봉지 앞에는 좋은 말이 많습니다. 자연식, 프리미엄, 홀리스틱 같은 표현은 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실제 급여 판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뒤쪽의 원료명, 보증성분, 대사에너지부터 봅니다.
원료명은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번째 원료가 닭고기, 연어, 소고기처럼 구체적인 동물성 원료인지 확인합니다. 닭, 닭고기분, 육분처럼 표현이 다르면 의미도 조금씩 다릅니다. 무조건 고기 이름이 앞에 있다고 좋은 사료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무엇이 들어갔는지 보호자가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보증성분에서는 조단백, 조지방, 조섬유, 조회분, 수분을 봅니다. 성견용 건사료라면 조단백이 대략 18% 이상, 성장기 강아지용은 22% 이상인 제품이 흔합니다. 고양이는 완전한 육식 성향이 강해서 성묘용도 단백질 비율을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다만 단백질 숫자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신장 질환, 췌장 문제, 비만 같은 병력이 있으면 수의사와 식단을 맞춰야 합니다.
2. 칼로리는 체중 관리의 출발점입니다
보호소에서 입양 간 뒤 살이 찌는 아이들을 꽤 봤습니다. 집밥이 좋아져서라기보다, 보호자가 컵으로 대충 퍼 주고 간식까지 더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료 봉지에는 보통 1kg당 대사에너지, 예를 들면 3,600kcal/kg 같은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 숫자를 보면 100g에 360kcal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5kg 중성화 성견이 하루 300kcal 정도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100g에 360kcal인 사료는 하루 약 83g입니다. 여기에 간식으로 30kcal를 먹이면 사료는 그만큼 줄여야 합니다. 간식은 하루 열량의 10% 안쪽으로 잡는 게 무난합니다.
급여량 표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같은 5kg이라도 활동량, 나이, 중성화 여부, 근육량이 다릅니다. 저는 2주 단위로 몸을 만져 봅니다. 갈비뼈가 손끝에 살짝 만져지고 위에서 봤을 때 허리가 들어가면 대체로 괜찮습니다. 갈비뼈가 전혀 안 만져지면 양을 줄여야 하고, 뼈가 도드라지면 병원에서 체중 감소 원인부터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3. 나이와 상태에 맞는 사료를 고릅니다
강아지와 고양이 사료는 성장기, 성체, 노령기로 나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장기 사료는 단백질과 지방, 칼슘 같은 영양 밀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어린 개체에게 성견용을 오래 먹이면 성장에 부족할 수 있고, 반대로 성견에게 퍼피 사료를 계속 먹이면 살이 쉽게 붙습니다.
대형견 새끼는 특히 칼슘과 열량을 조심해야 합니다. 빨리 크게 만들겠다고 고열량 사료와 영양제를 과하게 주면 관절에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대형견 성장기용으로 나온 제품을 고르고, 체중 증가 속도를 병원에서 체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노령 동물은 치아, 신장, 관절, 소화력이 다 다릅니다. 시니어라고 적힌 사료 하나로 모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거나 소변량이 늘었거나, 식욕은 있는데 살이 빠지거나, 입 냄새가 심해졌다면 사료 변경 전에 검사가 필요합니다. 보호소에서도 나이 든 아이가 밥을 남기면 사료 취향보다 치통이나 신장 수치를 먼저 의심합니다.
4. 사료 교체는 7~10일을 잡습니다
사료를 갑자기 바꾸면 멀쩡하던 아이도 설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초반에는 좋은 사료로 바꾸면 바로 좋아질 줄 알았습니다. 근데 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 1~2일차: 기존 사료 75%, 새 사료 25%
- 3~4일차: 기존 사료 50%, 새 사료 50%
- 5~6일차: 기존 사료 25%, 새 사료 75%
- 7일차 이후: 새 사료 100%
장이 예민한 아이는 10~14일까지 늘려도 됩니다. 중간에 물설사, 반복 구토, 식욕 저하가 생기면 속도를 늦추거나 병원에 문의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 강아지와 고양이는 탈수가 빨라서 하루만 심하게 설사해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변 상태는 꽤 솔직한 신호입니다. 손으로 집을 수 있을 정도로 형태가 있고,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 대체로 괜찮습니다. 변 냄새가 갑자기 심해지거나 점액이 섞이거나 횟수가 하루 4~5번 이상으로 늘면 몸이 그 사료를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중일 수 있습니다.
5. 알레르기와 처방식은 보호자 판단으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피부를 긁는다고 바로 닭 알레르기라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실제로는 벼룩, 진드기, 곰팡이, 환경 알레르기, 목욕 제품, 귀 염증 같은 원인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사료 알레르기는 가능성 중 하나지만, 보호자가 혼자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제한식이나 가수분해 사료는 보통 8주 안팎으로 엄격하게 진행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 기간에 간식, 껌, 사람 음식이 들어가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그래서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계획을 잡고, 먹인 것과 증상을 기록하는 게 좋습니다.
처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장, 요로, 췌장, 당뇨, 비만 관리를 위한 사료는 숫자와 목적이 다릅니다. 다른 집 아이에게 좋았다고 내 아이에게 맞는 건 아닙니다. 특히 고양이 요로 문제는 막히면 응급이 될 수 있어서, 소변을 못 보거나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면 사료 검색보다 병원이 먼저입니다.
제가 집에서 쓰는 사료 기록법
복잡한 앱이 없어도 됩니다. 저는 입양 보낸 보호자에게 처음 한 달은 종이에 적어도 된다고 말합니다. 날짜, 사료 이름, 하루 급여량, 간식 종류, 변 상태, 구토 여부, 몸무게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몸무게는 가능하면 2주에 한 번 같은 시간대에 재는 게 좋습니다.
사료를 고를 때 완벽한 제품 하나를 찾으려 하면 금방 지칩니다. 대신 내 아이의 나이, 체중, 활동량, 병력에 맞는 후보를 고르고 2~4주 동안 몸의 반응을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잘 맞는 사료는 광고 문구보다 아이가 먼저 알려줍니다. 밥을 안정적으로 먹고, 변이 일정하고, 털과 피부가 무난하고, 체중이 천천히 유지되는 것. 보호소에서 오래 지켜보니 그 평범한 상태가 사실 제일 어렵고 제일 고맙습니다.
